재규어의 '리-브랜딩'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Jaguar)'가 최근 자사 로고를 새롭게 바꾸었다.
'재규어'라는 브랜드답게 로고에 크게 들어가 있던 재규어 한 마리는 사라졌고,
강렬한 느낌의 대문자 로고는 아기자기한 느낌의 로고로 바뀌었다.
이러한 리-브랜딩을 시도하려는 이유는 재규어의 전기 자동차 정책에서 비롯된 것인데,
재규어가 자동차의 '완전-전기화'를 추구하며 브랜드의 로고도 달라진 것이다.
일단, 재규어의 기존 팬들은 로고에 재규어가 사라진 것에 크게 실망하는 편이며,
미니멀리즘 추세에 맞추어 로고가 단순해진 것이 더 세련되어 보인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보다, 둥글둥글한 폰트로 인해 재규어의 정체성이 희미해졌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재규어라고 하면 폭력적인 재규어 심볼이 또 빠질 수 없으니까.
물론, 재규어의 이런 리-브랜딩은 로고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곡선 형태의 프레임과 클래식한 디테일의 재규어는 한때 제임스 본드의 차로 등장할 정도로
우아하고 품격있는 이미지가 확고하였는데, 여기에 강렬한 배기음과 스포티한 외관이 더해져
재규어는 포르쉐와 함께 '디자인적으로 완벽한'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재규어의 정수라 불리는 E-타입 모델은,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그 아름다움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디자인이 세련되고 동시에 클래식하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재규어가 브랜딩을 새롭게 진행하며,
기존에 쌓아왔던 차갑고 아름다운 브랜드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갑작스레 그저 그런 화려함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실제로 재규어 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브랜드가 이와 같은 선택을 내렸기에,
이 우려는 사실 재규어뿐만 아니라, 이 모든 트렌드에 대한 우려로도 볼 수 있다.
각종 브랜드들이 '미니멀리즘'이라는 이름 하에 로고를 좀더 심플하게 만들고 있으며,
'대중성'의 명분 하에 쌓아왔던 브랜드 이미지를 극단적으로 희석시키고 있다.
날카로움이란 것은 강력함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두려움과 불편함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날카로움을 내세운 브랜드들이 의도적으로 포용을 하려다보면
알게모르게 이질감이 들고 어색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브랜드들이 주장했던 '독특함'이 누군가에게는 '차별'로 받아들여지게 되며,
불과 10년 전까지는 자연스러웠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불편한 것들이 되어버렸다.
남성성을 기반으로 '우아한 폭력성'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견고하게 굳혀왔던 브랜드가,
이제는 아기자기함을 앞세워 '유쾌한 반란'을 한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재규어가 고양이가 될 수 없듯, 회색은 무지개색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회색이 더 좋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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