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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Jan 05. 2024

만화 '원피스'를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보다-2

'첫 항해지점 정하기'

그야 당연하지!

당근이쥐!


'당연하지!'

루피는 누군가 도움을 필요로하면 언제나 이렇게 외친다.


'빨리 자유롭게 되고 싶어'

루피 해적단의 새로운 동료가 될 ‘나미’는 강한 자존심을 내려놓고 루피에게 부탁한다. 

그녀를 붙잡아두고 있는 악랄한 ‘아론 해적단’을 물리치고, 항해에 함께 데려가달라고 말이다.

루피는 기다렸다는 듯이 밀짚모자를 푹 눌러쓰고 아론과의 전투를 시작한다.


스타트업의 항해지점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도와줘’를 얼마나 잘 듣는지가 중요하다.

루피의 어떤 영웅적인 면모를 스타트업으로 해석하는 것이 다소 속물적이라 느껴질 수 있으나,

누군가의 도와달라는 요청, 다시 말해 ‘페인 포인트(pain point)’에서 돈(매출)이 발생한다.


누군가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어디선가 누군가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간절하게 외치고 있지만 무시당하고 있는,

절박한 도움 요청을 찾아내고, 그것을 프로덕트로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대여섯 개의 스타트업을 호기롭게 시작하고, 시원하게 말아먹으며 느낀 점은 이것이다.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기보다는 ‘이러다 죽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하는 것.


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스타트업은 매일매일 지속해서 반복되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 혹은 산업의 의견을 듣고,

5살 아이처럼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가며, 문제의 원천인 '찐 페인 포인트’를 찾아서 해결한다.


해결 방법이 화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 투박하고 단순하면 더욱 좋다.
루피가 결국 주먹으로 아론 해적단의 선장 아론을 무찌른 것처럼 말이다.


한창 화제였던 생성형 AI,  '챗GPT'를 활용한 스타트업 아이템들이 현재 투자 시장에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그런 아이템들을 데모데이에서 볼 때마다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있다.


'사람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화려한 최신 기술이 아니라, 즉각적인 문제 해결이구나.'


오오..특이점이 온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존속을 걱정할 정도로 큰 이슈를 불러일으킨 챗GPT는

기존의 상식을 말도 안 되게 뛰어넘는 결과물을 보여주며 스타트업 인(人)들의 창업 뽐뿌를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어디를 가든 생성형 AI를 통해 이것저것 생성해 내는 스타트업 아이템들이 등장하였고,

'군침 싹 도노'라는 타이틀을 달던 지피티 키워드는, 이젠 '군침 싹 마르노'로 바뀌었다.

신기하긴 했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들을 충분히 해결하지는 못한 것이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솔루션은 배고픔을 달래는 방법에 대한 챗GPT의 조언이 아니라,

당장 눈 앞의 음식이다. 스타트업의 문제 해결 솔루션은 간단할수록, 단순할수록 좋다. 그게 맞기도 하고.


스타트업의 나침반은 사람들의 ‘제발 도와줘’에 반응하여 가리킨다.

나의 아이템이 특정 사람들의 고통을 확실하게 없애줄 수 있을까.

나미의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해주고, 그 보답으로 루피는 유능한 CFO 동료를 얻는다.


다음 글은 모두가 알만한 요리사 ‘상디’의 얘기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항해 지점에 도착하기까지의 처절한 과정,  '데스 밸리(Death Valley)'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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