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몰랐다. 내 몸에 이런 뜨거운 열정이 있는 줄.
그저 나는 차갑고 내 몸하나 내 맘대로 못하는
그런 무능력한 존재인 줄 알았다.
뭐라도 해보려고 움직이면 살점이 떨어져나갔고 으스러졌다.
그냥 이렇게 살다 끝나는 인생인 줄 알았다.
연탄창고에 있을 적 떠나는 친구들은 많았지만 다시 돌아온 이는 하나 없었다.
그들이 원망스러웠다. 나를 잊은 줄 알았다.
내 몸이 잿빛으로 물들어 가는 지금에서야 그들이 이해가 간다.
나는 불이 만들어준 길을 따라 그리웠던 이들을 만나러 간다.
철판 아래로 기름이 뚝뚝 흘러넘쳐내려온다.
가는 길 기름 걱정 없이 신나게 달려나간다.
까맣고 볼품없게 구멍 숭숭 뚫린
내 몸을 지키는 것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타오른다.
[출처:라라크루포토에세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