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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Oct 28. 2024

여행은 누구랑 가야 좋은가

기차여행, 당일투어, 핫플레이스?

대중교통을 타다가 의도치 않게  대화 내용을 엿들은 적 있나요?




오늘 영등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의도치 않게 전화 통화의 내용을 엿듣게 되었다. 승무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나이 든 여성분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어서 그런지 쉽게 통화가 끝나지 않았다.



고요하고 적막한 기차 안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할 일을 하는 듯해 보였으나 양쪽 귀는 아마도 통화하시는 분의 전화내용을 들을 수밖에 없다. 강제적으로 귀에 다른 것을 듣고 있지 않는 저절로 듣게 되었다.






통화를 들어보니 상황은 아들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일본여행을 가자는 듯하였으나 어머님 입장에서는 여행이 마땅치 않으셨는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다시는 안 가겠다고 전했다. 아마 첫 번째 동반 여행은 아닌 듯 아들은 전화로 풀어드리고 설득하는 입장이고, 어머님은 불편하고 눈치 보여서 싫다는 의양이었다. 여기서 생각에 잠긴. 내일도 아닌데 내 일처럼 고민하게 된다. 나도 며느리기 때문이다. 


아들은 중간에 낀 입장 같아 보였다. 긴 통화로 어르고 달래고 엄마를 설득시킨 아드님이 대단해 보였다. 역시 속으로 끙끙거리지 말고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조심하고 눈치 보고 행동하니까. 결국 어머님은 이번 여행은 같이 가지만 다시는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입장표현을 하셨다. 역시 우리는 이 부분을  확실하게 나를 드러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아무 내색하지 않고 누군가가 저절로 알아서 척척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예상을 벗어나면 뒷말하는 경우가 생겨서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는 표현해야 한다.

  

전화가 끝날 무렵 영등포역에 도착했는데 일어서면서 통화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듯한 어머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같은 역에서 내리다니.  연령대는 우리 어머님의 연배로 보였지만 요즘은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가족이라고  해도 긴 여정인 시간을 집이 아닌 타지에서라면 마음 편하게 쉬기란 어렵다. 여행이 그야말로 여행이 아니고 고문일 테니까. 

누구나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잠자리가 바뀌고, 물갈이를 한다면 여행은 즐기는 게 아니고 고역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여행스타일은 다를 수 있으니 이 또한 필히 맞춰봐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너도 나도 여행을 즐긴다. 먹고샬기 어렵다고 해도 여행지에 가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로 올해에는 참 여행을 많이 했다. 의도치 않게 말이다.


인생의 반세기 50이 다가오니 각기 모임에서  모두 여행을 가자는 입장이다. 아이들도 일단 다 커서 엄마의 손이 필요치 않다. 그리고 더 나이 들기 전에 아프기 전에 정기적으로 모여서 먹고 끝내는 것보다  여행을 택했다. 의식과 문화 수준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전에는 먹는 것이 남는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것은 남는 것은 사진이고 추억뿐이라며 가까운 곳부터  여행을 다니자는 취지다.


좋은 의도인데 여행지가 겹쳐서 난해하다. 이러다 일본 또다시 여행할 수도 있다. 갔던 곳을 또다시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공휴일이 되면 고속도로가 밀리고 공항이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황금연휴에는 특히 더하다.  황금연휴를 즐기기에 우리 집은 아직  차례도 모셔야 하고 양가 어르신들이 계셔서 못 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명절이면 아주 먼 나라로 긴 여행을 떠난다. 젊어서 놀아야 한다고.


참 사람들은 여행을 즐긴다. 특히 일본여행, 나도 지난주에 다녀왔지만 사람구경인지 관광명소 구경인지 분간이 안되었다.


여행은 정말 멤버도 중요하다. 가족여행도 좋지만 내가 편하게 쉬지 못하고  뒷심부름으로 쉴틈도 없이 챙겨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여행은 재미있다. 때로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추억이 된다.


이번에는 자유여행 중에 오후투어를 넣었다. 기차 타고 간 여행이라 택시 타고 가면서  교통비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운전자에게 미안해하지 않아서 좋았다. 대신  관광지를 여유 있게 둘러보지 못하고   시간제약이 있어서 총총 거리며 둘러보면서 마음이 급해진다. 걸음걸이가 저절로 빨라진다.


일본 교토 아라비카 커피 (일명: 응커피)



일본에서도 교토투어 할 때 그랬는데 경주투어도 그랬다. 시간이 짧아서 아쉬움이 컸고 바닷가에  벽화마을이 있다고 들었는데  찾을 수 없었다. 벽화 찾아 삼만리였다. 그런데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고 커피숍  사장님을 통해 들었다. 파란 동해 바닷가리서 좋았다가 그곳에서의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하니 다들 불만이었다.


차라리 이럴 거면 대릉원 주변과 황리단길을 느긋하게 여유 있게 둘러보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다. 경주는 당일투어하기는 벅차다는 건을 깨달았다. 모임 인원  6명의 여행인 경주투어는 이번에 엇갈린 불만이 쏟아졌다. 벼락치기로  경주에 다녀온 느낌이다.


올가을 여행은 사람 많기로 유명한 두 곳이었다. 황리단길과 교토, 오사카 여행이 그렇다. 나는 한 곳을 보아도 느긋하게 천천히 보기를 바란다. 대신 여러 곳을 둘러보지 못하지만 피곤하지 않다.


이번 여행으로 아직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다음 여행을 고르는 투표를 할 때 꼭 표현할 것이다. 좋고 싫다는 것을 표현해야 하는 시대이다. 특히 요즘이  그렇다.




이 글을 읽는 작가님은 누구랑 여행가야 좋은가요?

더불어 어떤 여행스타일인가요?

관광이나 휴양형 중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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