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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의 이유

행동과학자가 밝혀낸 차별과 혐오의 기원

방송가에 자주 등장하시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현재 저희 집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분은 '오은영 박사'님입니다. 미디어 선택권을 종신토록 보장받은 아내와 막내 딸아이는 오은영 박사님을 참 좋아합니다. 나란히 앉아서 방송을 몰입해서 시청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저는 다른 분을 참 좋아했습니다. 한 때 오은영 박사님만큼이나 자주 뵐 수 있었던 '이국종 교수'님입니다. 특히, 유희열 씨가 진행하던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멋지게 베이스를 연주하던 모습을 보고 반해 버렸습니다. 일에 대해 놀라울 만큼 담백한 것도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숭고'라는 단어는 자신과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며, 하고 있는 일을 직장생활이니 열심히 할 뿐이라는 그 건조함이라니... 매력이 넘치는 분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그런데요...


오은영 '박사'님은 왜 박사님이고, 이국종 '교수'님은 왜 교수님이죠? 놀랍게도 오은영 박사는 이국종 교수님께서 일하시고 계시는 바로 그 아주대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계시는데 말이죠. 혹시 박사와 교수라는 호칭의 차이가 두 분의 성별 때문이라면, 그리고 우리에게 그것 즉 젠더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제가 말씀드린다면 동의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호명 방식이 암묵적인 젠더 편향의 징후일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 해 봤습니다.

다윈은 왜 성으로만 부르고, 마리 퀴리는 왜 이름 전체를 부를까요? 과학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문학가에도 같은 룰이 적용됩니다. 왜 셰익스피어는 그냥 셰익스피어이고, 메리 셸리는 왜 메리 셸리인가요?


'프라기야 아가왈 Pragya Agarwal'은 [편견의 이유 SWAY]라는 오늘 소개드리는 책에서 위와 같은 암묵적 편향을 여러 사례와 근거를 들어가면서 고발합니다.


그녀는 인도에서 태어나 20년 전 영국으로 넘어와  노팅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그 후로 1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과 영국에서 수석 학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의식적 편견, 인종차별과 성차별, 사회 통합을 주제로 세계를 돌며 교육 기관과 비영리 단체 등에서 강의합니다.


그녀가 지적하는 것은 '명시적 편향'보다 더 나쁜 것은 '암묵적 편향' 혹은 '무의식적 편향'이라는 것입니다.

가장 상처를 주는 것은 명시적 편향이나 노골적 편견이 아니라 은연중에 자행되는 암묵적 편향이 훨씬 더 해롭다는 것, 그래서 더욱더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여러 차례 공유합니다.

낯선 사람들이 그녀에게 처음 던지는 말 톱 4는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영국에 계신 지 얼마나 됐어요?"

"영어 정말 잘하시네요."

"마지막으로 집에 갔던 때는 언제세요?"

"저도 카레 정말 좋아해요."


저자는 딸과 함께 2009년 여름, 영국 중부의 작고 정겨운 마을로 이사합니다. 아홉 살 난 딸의 교복과 구두를 사러 외출했던 저자는 경관으로부터 신분증을 요구받고 직업과 주소를 추궁당합니다. 마을 상점의 점원이 저자와 딸이 '수상쩍어' 보인다는 이유로, '도둑처럼' 보여서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그 마을에서 백인이 아닌 사람은 저자와 딸뿐이었다는군요.   


학교 다닐 때의 경험도 나옵니다. 친구들에게 들은 말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렸던 말은 "너 영국 사람 다 됐다. 인도 티가 별로 안나."였다는 겁니다. 영어는 유창했고, 펍에 출입했고, 친구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그들의 농담을 알아 들었고, 그들을 놀리고 비꼬는 것도 가능한 그녀에게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그녀의 좋은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소수 인종에 대한 친밀감과 인종적 관용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은 혐오를 혐오하고, 중립적이며,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암묵적 편향에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더 심할 수 있다는 점을 아프게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UC 버클리의 하스공정통합사회연구소 Haas Institute for a Fair and Inclusive Society 소장 존 파월 John Powell은 '타자화 othering'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입니다. '타자화'는 '우리'와 '남'을 구분하는데서 결속감이나 정체성을 찾는 것을 말합니다.


역사를 보면 히틀러에서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권위주의 편향에 호소하는 지도자들은 대중의 위기의식을 높였다가 '간편한' 해결책의 제시를 전략으로 삼습니다. 그 위기가 실제인지 허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타자화'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타자화'를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와 배경이 바로 '암묵적 편향'입니다. 그리고 '타자화'의 결과는 '흑백논리'와 '고정관념'을 활용한 '극단적 집단주의'입니다.


언제나 '자각'이 첫걸음입니다. 자각 없이는 대처도 있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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