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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권력 The System

인터넷을 소유하는 자 누구이며 인터넷은 우리를 어떻게 소유하는가

저는 최소한 대한민국이 전체주의 국가가 될까를 걱정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니,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군요. 지금은 '전체주의 국가'의 시대가 다시 대한민국에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니까요.

조지 오웰이 '1984'를 쓸 때, 이미 발간되어 있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예브게니 쟈마찐의 '우리들'을 읽었고, 이 두 소설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소설이 출간되기 직전 원고를 먼저 읽어보았던 헉슬리가 자신의 전체주의 사가 더 효율적이라는 질투와 경계의 뉘앙스가 담긴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 역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84'에는 전체주의의 수단으로 공포와 기만이 사용되는 반면, '멋진 신세계'에는 욕망과 자극을 사용합니다. 책을 못 읽게 하는 권력을 경계한 오웰과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사회를 더 두려워한 올더스 헉슬리. 두 사람의 걱정 중 어느 것이 더 현실적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두 책이 묘사하는 미래 중 어느 것도 미래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현대 사회에서 도래할 전체주의는 '공포'도 '욕망'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수단은 너무 노골적이라서 필연적으로 대중의 반발과 저항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거짓말과 선전 선동을 '진리부'가 수행하고, '애정부'에서 고문을 담당하는 1984의 묘사처럼 결국은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전체주의의 핵심, 좀 더 나아가서는 권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의 힘의 본질은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와 경로에의 접근성'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 접근의 기회가 누구에게 주어지며, 그(들)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느냐가 장차 도래할 수도 있는 디스토피아의 가능성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사회의 권력 연구자들은 '인터넷'을 주목하고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요?

"인류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인터넷이라는 시스템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체를 파악해 이를 바로잡고 통제하는 일이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 싶은 [The System 21세기 권력]이라는 책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저자 제임스 볼 James Ball은 에드워드 스노든과 위키리스크 사건 등을 심층 취재한 공로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적인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는 이 책에 'who owns the internet, and how it owns us'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자면, 인터넷을 단순한 민간 서비스로 보면 안 됩니다. 이미 인터넷은 전기나 수도와 같은 공공서비스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터넷에는 중심이 없'기 때문에 허술하게 이해관계자들의 호의에 기대어 이를 유지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조언 역시 아프게 다가옵니다.

미래에 일어날 전쟁 중 가장 파괴력이 큰 전쟁은 네트워크 전쟁이 될 것이고, 그 전쟁의 본질은 '정보' 전쟁이 될 것이라는 책의 경고 역시 귀담아듣고 기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관통하는 비극을 목도하고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요즘, 어쩌면 이 책은 다시 한번 옳지 않음에 저항해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주최자가 없다는 간단한 이유로 위험을 통제할 책임이 없었다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방기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거듭거듭 쌓아나가는 권력에 잘못되었다는 말이 하기가 이렇게도 힘든 일이어야 하는 것인가요?

심지어 이 공간 '브런치'조차도 비극에 대한 글을 작성할 때 주의하라는 공지를 가장 먼저 노출하지 않았던가요?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과 분노, 위로와 희망을 표현하도록 그냥 좀 놔두면 안 됩니까?

착잡한 심정으로 오늘의 책을 추천합니다.

#21세기권력 #TheSystem #JamesBall #인터넷을소유하는자누구이며인터넷은우리를어떻게소유하는가 #조지오웰1984 #밑줄긋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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