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믿어봤을 재밌거나 이상하거나 위험한 생각들

안정환 위원은 어제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김성주 아나운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루과이 전 때 입었던 속옷과 양말 그대로 입었어."

저의 대학원 동기는 자신이 경기를 라이브로 보지 않아야 한국이 승리한다며, 죽기 살기로 정말 억지로 억지로 잠을 청했다고 글을 남겼더군요. (한국의 16강 진출은 모두 자기 덕이라는 공치사가 담긴 아침 포스팅을 보고 알았습니다. ㅎㅎㅎ)

속옷의 색깔을 붉은색으로 입는 것과 라이브로 경기를 시청하지 않은 한 개인의 노력이 한국의 16강 진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할 지라도 설령 한국 축구의 선전을 바라는 그 믿음과 기원의 방식이 조금 이상할 지라도 한국 축구의 승리를 바라는 안정환 위원의 마음과 꾹 참고 본경기를 시청하지 않았던 제 동기의 마음을 폄훼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과 방식은 달라도 저도 여러분도 그런 소소하지만 이상한 믿음 하나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13일의 금요일은 불길한 날이고, 4자는 피해야 하며, 아침부터 까마귀가 울거나 검은 고양이가 앞을 지나가면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믿음의 대표적인 것은 '운동선수들의 징크스'입니다.
 
 - '마이클 조던'은 유니폼 안에 노스캐롤라이나 시절 입었던 반바지를 겹쳐 입었습니다.
-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도 경기 전 칠면조 샌드위치를 먹고, 승리했던 날의 행동을 반복하기로 유명합니다.
- '이승엽' 선수도 홈런 친 경기에서 입었던 유니폼을 당일 밤에 세탁해서 다음 경기에서 또 입곤 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BTS는 멤버 '슈가'가 말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징크스가 있고, 배우 진선규의 머리카락이 짧으면 짧을수록 영화가 대박 난다는 최근의 징크스들도 있습니다.

'머피의 법칙'도 징크스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막 도착했을 때 타야 할 버스나 떠나 버린다던가, 세차를 하고 난 다음 날 비가 온다거나 하는 거  말이죠.

대략 정리해 보자면 징크스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헷갈려서 생기는 현상이고, 머피의 법칙은 '선택적 기억효과'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견된다고 해서, 그 현상이 인과관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발 크기가 큰 사람들이 역사적 지식 이해도가 높은 것(상관관계)은, 큰 발이 똑똑함의 원인이 아니라(인과관계 아님) 신발 크기가 큰 사람 중에 어른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머피의 법칙이 생기는 것은 시간에 딱 맞추어 운 좋게 버스를 탔던 날의 기억은 사라지고, 아깝게 놓쳤던 기억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선택적 기억효과)
 
오늘 소개할 책은 [우리 모두는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입니다. 한국 스켑틱(skeptic. 회의론자, 무신론자, 의심 많은 사람) 편집부에서 엮은 책입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스켑틱은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이론을 수립하고, 자연 현상에 대한 자연주의적 설명을 검증하는 '과학적 회의주의'라고 하는군요. 새로운 생각을 거부하거나 냉소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더라고요.  

순전히 '흥미'가 생겨서 고른 책입니다. 출장 중에 KTX 안에서 읽으면 재미있겠다 싶었으니까요. 실제 재미있게 읽었을 뿐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충실하게 잘 담겨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야 한 사실이지만  <SKEPTIC>이라는 계간잡지가 있다는 것과 이 잡지에 리처드 도킨스와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참여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아주 가볍거나 간단한 잡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크게 4가지의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부] 성격과 운명에 관한 이상한 믿음
- 너무 복잡한 인간, 너무 단순한 MBTI
- 당신의 혈액형에 당신은 없다
- 물고기자리는 이타적이다?
- 운명론의 딜레마
- 주역을 '믿어선' 안 되는 7가지 이유
  
[2부] 우리 일상 속 과학에 관한 이상한 믿음
-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휴대폰으로 암을 유발할 수 있을까?
- 음식으로 뇌를 고칠 수 있다고?
- 음이온 환상에 빠져버린 사회
- 파란색 냄새를 맡는 소녀

[3부] 숨은 진실에 관한 이상한 믿음
- 인지 부조화는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는가
- UFO에 대한 세 가지 가설
- 우주의 중심에 지구를 놓으려는 사람들
-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
- 텅 빈 지구 속으로의 환상 여행

[4부] 저 세상에 관한 이상한 믿음
-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내는 신호
- 과학은 예지몽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 모두가 다른 천국을 보았다
- 뇌의 전기자극과 유체이탈 경험에 대하여
- 심령사진의 비밀

목차를 보시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생기시리라 생각되어 모두  소개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미신에서 유사 과학과 음모론까지, 우리가 믿는 이상하고 재미있는 그리고 때론 좀 위험한 믿음에 대한 내용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혈액형을 믿느냐고 면박을 주고, 지구가 평평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상대방의 이상한 믿음을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자식의 성공을 위해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 놓고 천지신명께 간절히 빌었던 어머니의 새벽 정성을 비과학적이고 미신이라고 조롱해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상대방이 갖고 있는 그 이상한 믿음이 그를 이해하는 출발점일지도 모르거든요.

그런 면에서 한국이 더 좋은 성격을 거둘 수만 있다면 붉은색 속옷을 다시 입는 일쯤이 뭐 그렇게 어렵겠습니까?

자랑스럽고 수고많으셨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우리는모두조금은이상한것을믿는다 #스켑틱 #Skeptic #징크스 #머피의법칙 #2022카타르월드컵 #16강을넘어8강으로 #수고많으셨습니다 #밑줄긋는남자

작가의 이전글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