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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의 재발견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가장 불쾌한 감정의 힘에 대하여

'다니엘 핑크'라는 이름을 언제 처음 들었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얼추 20년도 지난 오래전 일이더군요.

짧은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일본에서 시간을 보낸 뒤 한국에 들어와 다시 직장 생활을 하게 될 즈음이었습니다.

죽마고우가 권한 데이비드 브룩스의 '보보스'라는 책을 읽고 무언가 눈이 다시 떠진 느낌이었습니다. 그 책을 시작으로 그 당시엔 정말 새로운 시대의 엘리트와 인재상에 대한 논의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혹시 궁금해하실까 봐 알려드리자면,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의 일입니다.)

한국에선 지금은 작고하신, 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구본형' 선생님의 책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와 '낯선 곳에서의 아침'과 지금의 모습과 행태를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공병호 박사의 '1인 기업가로 홀로서기'가 서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노예생활과 같은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시기였습니다.

Y2K로 대변되었던 세기말의 우울한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났고, 2002년의 한국은 월드컵 4강의 열기로 모두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넘쳐났습니다.

사무엘 스마일스의 '자조론'을 뿌리로 하는 '자기 계발' 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바로 그 시기에, 저는 아직도 제 책장에 놓인 다음과 같은 책들을 구입하고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보보스 / 데이비드 브룩스 2001
-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 / 다니엘 핑크 2001
- 잡노마드 사회 / 곤둘라 엥리슈 2002
- 소유의 종말 / 제레미 리프킨 2002
- 프로페셔널의 조건 / 피터 드러커 2002

그 이후에도 제 책장에는 다음과 같은 책들이 계속 추가되었습니다.

-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 자크 아탈리 2005
- 새로운 미래가 온다 / 다니엘 핑크 2006
- 디지털 보헤미안 / 샤샤 로보 2007

시대의 흐름을 바르게 읽고 있고, 자신의 인생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프리 에이전트'(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GEEK 노동자인 비정규직)가 되어야 했습니다. '보보스'다운 '프리 에이전트!' 반드시 제가 되어야 할 모습이었습니다.

회사 밖에서 성공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야 할 수 없지만, 역량이 있는 사람은 자유로운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펼쳐야 했습니다. 독수리의 날개를 꺾어 닭장에 가둘 수는 없는 일이죠. 월급이라는 사슬에 매여 사는 건 전혀 노마드스럽지 않고 엘리트 답지도 않은 삶이었으니까요.

이런 책들을 읽고 저는 결국 2008년 다시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 강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강의를 하는 멋진 삶, 언제나 꿈꾸던 바로 그 프리에이전트의 길로 말이죠.

예상과 달랐던 것은 단 하나. '돈'이었습니다.
안정과 자유를 맞바꾼 대가로 생활을 꾸려 나갈 '월급'을 지불했음을 깨닫고 처음에는 당황했고, 나중에는 낙심했습니다. 그리고,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삶에 다시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직장인의 삶에 기웃대며 수년을 버텨내어야 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다시 공동체에 소속되어 안정된 '월급'을 받으며 생활을 하게 된 상황이 되었습니다만. 그렇다고 2008년의 퇴사와 독립 결정을 마냥 후회만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깨달으며, 훈련되고 성장하게 된 것도 너무 많거든요.

퇴사한 이후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겁니다. 더 '나은' 상황이나 더 '나쁜' 상황이 아니라, 지금과는 '다른' 상황을 겪어내고 있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상황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제 삶을 사는 것은, 그 나름대로 충분히 의미 있고 즐겁습니다.   

"사람들은 늘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쓴다. 후회하는 상황이란 곧 실패를 말하며, 그래서 우리는 매사에 후회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내 삶에 후회란 없다!'를 자신 있게 삶의 모토로 삼고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7page  추천사 중)

다니엘 핑크는 후회를 피해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성숙한 마음의 표지로 봅니다.

그에 따르면 후회는
1)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2) 성과를 높일 수 있으며
3) 의미를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2년여에 걸친 야심 찬 '세계 후회 설문조사 world regret survey' 프로젝트를 통해 후회는 매우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조사를 바탕으로 후회를 다음과 같은 4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1) 기반성 후회 '그 일을 했더라면'
2) 대담성 후회 '위험을 감수했더라면'
3) 도덕성 후회 '옳은 일을 했더라면'
4) 관계성 후회 '손을 내밀었더라면'

새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저도 여러분도 여러 가지 후회스러운 일들이 없을 수야 없겠지요. 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되돌아보고, 후회하고, 변화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2022년 수고 많으셨고, 2023년은 좀 더 나은 한 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후회의재발견 #다니엘핑크 #후회최적화프레임워크 #보보스 #프리에이전트의시대가오고있다 #잡노마드사회 #밑줄긋는남자 #새해복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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