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오는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스탠퍼드 디스쿨 창조성 수업

질문을 드려 볼게요.

아동용 신발과 성인용 신발 중 어느 것이 큽니까?

장갑과 모자는요?

네 당연히 어른이 사용하는 것이 크죠. 발도 손도 머리도 크니까요. 큰 어른이 사용하는 물품이 작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물품보다 큰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다시 질문을 드려 보죠.

유아용 칫솔과 성인용 칫솔은 어떤 것이 더 큰가요?

길이는 성인용이 더 길지만, 손잡이는 유아용 칫솔이 어른이 사용하는 칫솔보다 손잡이가 더 두툼하고 큽니다. 그립감도 좋아서 잘 미끌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만들어져 있죠.

'오랄 B'가 '아이디오 IDEO'에 유아용 칫솔의 디자인을 의뢰했을 때, 당시 경영자였던 톰 켈리는 최소 4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칫솔 하나 디자인하는데 4주나 걸린다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았죠. 오랄 B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자동차도 아니고 비행기도 아니고 겨우 '유아용 칫솔'이잖아요. 더 빨리 제작해 달라고 요구했죠.

그때 톰 켈리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나와 우리 디자이너들은 아이들이 양치질하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칫솔을 디자인하려면, 아이들의 양치질 모습을 관찰하고 나서야 디자인의 방향과 콘셉트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최소 4주는 필요합니다. 어쩌면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몰라요."

오랄 B의 동의를 얻고 디자인을 위해 아이디오 IDEO의 디자인 팀은 실제 아이들의 양치질 모습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주먹현상'을 발견합니다.

그전까지는 어른 손이 아이들 손보다 크니까 칫솔도 어른칫솔이 유아용 칫솔보다 더 크고 두툼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손이 작기 때문에 오히려 칫솔을 손바닥 전체를 사용해서 잡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칫솔을 잡을 때 어른들은 손가락으로, 아이들은 손바닥 전체로. 이를 '주먹현상(pisting phenomenon)'이라고 불렀고,  그래서 오히려 아이들의 칫솔이 더 크고 두툼하며, 미끌리지 않도록 그립감을 잘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적용해서 크고 두툼한 손잡이를 가진 아이들 칫솔을 디자인해서 고객사에 전달합니다.

출시 후 1년 6개월 동안 오랄 B는 유아용 칫솔을 가장 많이 판매한 브랜드가 됩니다.

IDEO는 항상 제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애플의 마우스를 디자인한 회사.

사무실에 자전거와 비행기 날개를 걸어놓은 회사.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목숨처럼 지켜나가는 회사.

5일 만에 대형마트의 새로운 카트를 제작하는 과정 전체를 방송으로 공개한 회사.

스탠퍼드에서 D스쿨을 시작한 회사.

혁신과 창의성, 그리고 고객전략과 문제해결, 디자인씽킹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벤치마커로 삼아야 할 회사는  애플도 구글도 아닌 IDEO였습니다. 최소한 제게는 말이죠. 제 강의 중에 IDEO의 사례가 빠진 적은 거의 없습니다. 항상 새로운 사례를 제공하는 신선한 공급처인 것도 물론이고요.

정말 오랜만에 IDEO에 관한 책이 출간되어 반가웠습니다.

[IDEO는 어떻게 디자인 하는가]는 세계적인 디자인회사가 된 IDEO를 설립한 데이비드 켈리와 톰 켈리 형제의 창조성 수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더 반가운 것은 두 형제의 어린 날의 회고 뿐 아니라, IDEO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 실려있다는 것입니다.

2005년 스탠퍼드의 D스쿨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2007년 암 선고를 받은 데이비드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잘 나가던 직장인과 변호사가 왜 디자인 문제해결에 나서게 되었는지 등. 이전의 책과 사례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IDEO의 통사(通史)를 확인할 수 있어서 오늘 소개드리는 책이 더 반가웠습니다.

IDEO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인간 중심의 철학, 그리고 그것이 디자인과 업무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리고 놀랍게도 어떻게 그렇게 일하면서 돈을 (너무너무) 잘 벌고 있는지에 관해 엿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잔뜩 담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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