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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디자인

weak is the new strong


'옥소(OXO)'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주방 용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좋은 회사이고, 멋진 회사입니다. 재미있고 멋진 제품을 많이 만듭니다. 창의성이나 혁신을 강의할 때 자주 소재로 삼는 회사입니다. 


옥소는 '샘 파버(Sam Farber)'라는 은퇴한 사업가가 1990년 만들었습니다. 창업자 샘 파버는 은퇴 후 프랑스랑 아내랑 두 달 동안 프랑스 여행을 하던 중에, 아내가 사과를 깎으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봅니다. 관절염을 심하게 앓고 있었기 때문이죠.


손목이 아픈 아내 벳시를 위해 그립감은 좋으면서, 손목에 무리가 없도록 야채나 과일을 깎을 수 있는 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지금의 옥소(OXO)의 상징이 된 '감자칼'이 탄생합니다. 


옥소(OXO)의 기업 철학은 분명합니다. 


"주방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 같지만, 사실 건강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몸이 불편하고 힘이 약한 사람들의 곤란함을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 바깥을 상상하는데 취약한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1979년 5월부터 1982년 10월까지 3년 5개월 동안 26세의 나이로 80대의 노인의 삶을 살고 경험한 '패트리샤 무어(Patricia Moore)'. 그녀는 냉장고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에 자신의  할머니를 떠올렸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요리하는 것을 즐기던 할머니가 요리하는 기쁨을 포기하게 되었어요. 냉장고 문을 여닫는 것이 너무 힘에 부쳤기 때문이죠. 요리를 포기한 뒤 할머니는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슬퍼하셨어요.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패트리샤 무어는 이 일을 계기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sal Design):  장애, 연령, 성별, 언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가 시설물과 제품이나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불린다)'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냅니다. 


전술한 옥소(OXO)의 감자칼 역시 그녀의 손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마이너리티 디자인]의 영어 원제는 'Weak is the new strong'입니다. 저자는 '사와다 토모히로', 일본어 원제는 '弱さを活かせる社会を作ろう(약함을 살리는 사회를 만들자)’입니다. 


영어 원제와 일본어 원제의 뉘앙스가 좀 다르네요. 영어 원제는 '약함'을 핸디캡을 보지 않고 활용해야 할 강점으로 강조한 반면, 일본어 원제는 약함을 숨기지 않고 노출하는 개념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출이 친밀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이해를 가져오기 때문이죠. 


지은이 사와다 토모히로의 이력 중 설명이 필요한 것이 '세계 유루스포츠협회 대표이사'라는 직책입니다. '유루이 ゆるい’ 는 '느슨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유루스포츠'를 해석해 보자면, 이기지 못해도 즐겁고, 모두와 공유하고 싶으며, 웃을 수 있는 스포츠, 운동을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모두 같은 수준에서 '느슨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뜻이 되겠네요.


저자는 2015년 유루스포츠 협회를 만들어 110개가 넘는 스포츠를 개발하여 2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험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비영리사단법인 장애공략과의 이사를 맡고 있으며, 사회 복지 영역과 비즈니스 영역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2013년 저자의 첫째 아이가 눈이 보이지 않는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 나가다가 지금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모든 진보와 발전이 출발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샘 파버, 패트리샤 무어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이런 사례는 무지무지 많습니다. 


한 손이 없어 성냥을 켤 수 없는 사람을 위해 만든 '라이터', 누워 있는 환자를 위해 만든 '주름 빨대' 같은 것들. 이런 발명품들이 대부분 불편을 느낀 사람들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손에 탄생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결국 세상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개선해야 할 것들 발견하고 바꾸어 나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애정, 관심, 호기심...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간에 말이죠.


돌보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애를 가진 아들을 가진 아빠로서의 '단단함'이 느껴져서 저는 이 책을 더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습니다. 존중해야 할 멋진 태도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분류하자면 디자인과 사회 혁신과 관련된 책이겠지만, 저에게는 장애 따위에 지지 않는 아빠의 '분투기'로 읽히더군요. 일독을 권합니다!!


#마이너리티디자인 #weakisthenewstrong #사와다토모히로 #샘파버 #옥소 #OXO #패트리샤무어 #유니버설디자인 #세계유루스포츠협회 #밑줄긋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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