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uka Nov 15. 2022

저쪽과 이쪽

서귀포 칼호텔 정원, 그리고 반대편 동방파제.

제주살이 다이빙 리조트 스텝 3일 차,

아침부터 동방파제로 교육을 가자하셔서 짐을 꾸렸다. 오전 10시, 참여인원은 대장님, 나, 그리고 꼬맹이 스텝 J군 (말이 꼬맹이지 이미 마스터 과정...)


바람이 꽤 불었다. 너울이 일렁이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푸르고도 짙은 그 색이 새삼 예전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건너편의 절벽 끝자락에 서귀포 KAL호텔이 보였다. 제주로 여행을 올 때마다, 대부분 빼먹지 않고 호텔 정원에서 산책을 하며 이쪽 바다를 바라본 적이 많다. 작년엔 친구 주희와 함께 걸었다.

참 서귀포 바다는 넓고 푸르다며, 수평선과 하늘이 만나는 빛의 선이 아름답다고 여겼다. 당연하게도 그때는 물속은 관심 밖이었다.


서귀포 KAL호텔 정원에서 바라본 바다. 방파제가 보인다.


인간은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들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사실은, 애초에 컨트롤 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이 커다란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불안이 너무 싫다. 늘 긴장되고 숨 막히는 이 감정이 평생 나를 괴롭히고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든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불안을 낳는다. 제발 그 불안만 없어진다면, 살아갈 희망의 한 조각 정도는 붙들 수 있을 텐데.




동방파제에서의 다이빙은 이 샵에 와서 참여하는 두 번째 다이빙이다.

첫 번째 다이빙은 오자마자 다음날 낮 바로 체험 손님들이 오는 바람에 섬 다이빙을 가게 되었고,

마스크 끈도 끊어지고, 조끼 때문에 웨이트(잠수를 위한 무게 조절 납덩이)가 모자라서 하강이 계속 안 되어서 물속에서 커다란 돌을 주머니에 양쪽 가득 넣고 다녔다. 그래도 딱히 당황하거나 하지 않은 나 자신을 매우 칭찬할 만했다. (다이빙할 때는 당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상하게 물에선 침착하려고 애쓰다 보니 불안하질 않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버디(buddy : 다이빙은 항상 짝을 이루어해야 한다)가 늘 있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물속이야말로 미지 그 자체 아닌가. 그런데도 그다지 불안하지 않다면 나는 나 자신의 정신력이 아니라, 버디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동방파제에서 바라본 바다. KAL호텔이 보인다.


부유물이 많아 시야가 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 앞에서 헤엄치고 있는 귀엽고 예쁜 생선 친구들이 문득문득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니, 올해의 우울하고 흐린 일상에서도 귀엽고 예쁜 일들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귀여운 생물들을 2초 이상 보기엔,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꼬맹이의 수신호를 읽으면서 오픈워터 스킬 복습을 하는데 제한수역(보통 잠수풀)과 다르게 개방수역(바다 또는 자연의 물)이다 보니 물살이 세서 영 쉽지가 않다. 수신호를 바로바로 캐치 못하는 내가 계속 바보 같다. 제대로 못하면 꼬맹이가 자꾸 다시 반복해서 보여줘야 하니까. 미안해지고, 부담스러워졌다.


중간부터 너무 추웠다. 중단하고 물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참고 결국 스킬 끝까지 다 연습한 다음 나와서 이야기했다.


"대장님 저 추워서 다시 입수 못해요"

"야, 그걸 왜 이제 말해. 진작 이야기했어야지. 그런 건 참지 말고 말해. 장비 챙겨. 집에 가게"


나중에 들어보니 꼬맹이도 중간부터 추워서 덜덜거렸단다. 걔나 나나 민폐 끼치기 싫어서 그냥 참았나 보다. 미련한 애들 둘이서 물속에서 뭐한 건지. 하하.




저쪽에서 바라보던 나와

이쪽에서 바라보는 나는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거친 파도에 휩쓸리듯 정신없이 여기까지 왔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너무나 낯선 곳이다.


앞으로의 내 삶은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미지의 세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