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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래빛 Nov 02. 2023

달콤한 머랭쿠키

은래빛 에세이


오늘은 해준이 학교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가을바람을 맞으며 학교로 향했다.


가로수에는 예쁘게 노란 단풍이 들어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분주하게 걷고 있었다.



공개수업의 주제는 '머랭쿠키 만들기'였다.


학부모들이 조리실 뒤편에 착석하자, 선생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여러분~ 오늘은 다 같이 머랭쿠키를 만들 거예요, 계란 흰자를 거품기로 저어줘 볼까요?"


선생님이 한 아이의 손을 함께 잡고 전동거품기를 위이잉 하고 돌렸다.


계란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느껴졌다.



학생들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으어어어 으어어어어~" 하며 돌아다니는 승민이


일어서서 바지에 손을 넣고 엉덩이를 긁는 정현이


해준이는 안경을 벗어서 계속 눈앞에서 흔들고 있었고,


팔을 휘두르는 문제 행동이 있는 형찬이는 사방 책상에 러 쌓인 채 벽 쪽에 앉아있었다.


담임 선생님 외에 2명의 보조선생님이 있었지만 6명의 아이들을 통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나는 아이의 수업을 참관하는 흐뭇한 학부모의 얼굴을 하고 싶었지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주 잘했어요! 흰자가 끈적한 반죽이 되었네요? 이것을 비닐에 담아볼까요?"


"우어 어어어어 우어어어!"

벽 쪽에 앉은 형찬이가 팔을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엉덩이를 긁던 정현이는 바지를 내렸고, 보조교사가 황급히 달려와 바지를 올려주었다.


"푸엣취!!!!!" 해준이는 콧물을 길게 흘렸다. 흔들던 안경에 콧물이 들러붙어 흘러내렸다.


승민이는 뒤편에 있는 엄마를 발견하고 엄마에게 다가와 헤실헤실 웃었다.



위이이이잉- 전동 거품기는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고, 교실전체에 비릿한 냄새는 더 진하게 퍼졌다.


"승민아~~ 자리에 앉아야지!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보조선생님이 아이를 직접 데리고 와서 자리에 앉혔다.


"아주 잘했어요! 흰자가 끈적한 반죽이 되었네요? 이것을 비닐에 담아서 쿠키 모양으로 짜볼까요?"


조리선생님은 반죽을 비닐주머니에 담아서 학생들이 쿠키를 모두 짜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이들에 따라 자그마한 쿠키모양이 되기도 하고 대왕 쿠키가 되기도 했다.


"자 이제 반죽을 오븐에 넣어서 구워볼 거예요~ 해준아 안경을 흔들지 말고 써야지, 자, 안경 씁시다~"


보다 못한 내가 자세를 낮추고 해준이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안경을 살짝 빼앗았다.


"와 아아아악!! 으! 으!!"


"정현아 자리에 앉~아~! 앉으세요~!"


선생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분주했다.


"자 쿠키를 굽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미리 준비해 놓은 완성된 쿠키를 포장할 거예요~

모두 10개씩 담아보세요~"


"으아아아아아아아! 아! 아아아아!! 푸푸푸"


승민이는 선생님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안 돼요~ 승민이~ 어깨동무는 집에서 엄마아빠랑 하세요~"


"우으으으으으..."


해준이는 어느새 교실문을 열려하고 있었다.


"지금은 교실밖으로 나가면 안돼요~ 자리에 앉으세요"


착실히 과자를 세어서 투명한 플라스통에 넣는 아이도 있었고, 과자를 먹기만 하는 아이도 있었다.


해준이는 과자를 하나 집어 눈앞에서 흔들었다.


"안돼~ 먹으면 안 돼요~ 여기 담아요~ 담아보세요~ "



 동 - 띵 동 -


총체적 난국인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자 담은 쿠키를 엄마에게 선물로 줄 거예요~ 엄마~~"


해준이는 보조선생님과 함께 와서 나에게 쿠키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건네주었다.


"해준아, 고마워~" 

나는 웃으며 말하고, 해준이에게 안경을 다시 씌워주었다.


그가 나를 알아본 듯 가볍게 내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아직 어수선한 가운데 수업이 끝나고 학부모들은 선생님께 인사를 했다.


아유 선생님 너무 수고가 많으시죠...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어머니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네네 


민망한 표정과 인사말들이 한동안 이어졌다.


나는 소란스러운 교실을 떠나 건물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잠시간 바람을 느끼다가, 조그마한 플라스틱 통을 열었다.


하얀색 머랭쿠키 10개가 옹기종기 담겨있었다.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다가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고 와작 씹었다.





< 달콤한 머랭쿠키 끝 >


이미지출처 : https://m.blog.naver.com/hg9579/222942289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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