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NICON Dec 08. 2021

[대학에서 메타버스] 01. 시작은 이러하였습니다

대학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게 된 계기 



우리 대학에서는 2021-2학기부터 '메타버스 활용 수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입학식, 축제, 채용박람회와 같이 짧은 기간 진행된 이벤트를 진행한 사례는 있었지만, 실제 대학 수업현장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요. 그러다보니 담당자로서 수업을 준비하면서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다보니 여러 시행착오도 많았었는데요.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브런치 매거진을 통해 메타버스를 도입하게 된 계기, 메타버스 게더타운 수업의 장단점, 수업에서의 활용사례 등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외주 제작없이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며 느꼈던 것들을 최대한 나누어보려고 하고요.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배웠던 노하우들, 제가 겪었던 실수, 그리고 극복 방법들이 교육 현장에 처음 메타버스 플랫폼을 도입하고자 하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대학에서의 메타버스 활용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에서 메타버스] 01. 시작은 이러하였습니다. 


사건은 사무실에 첫 번째 자가 격리자가 나오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해외에서 귀국한 가족이 밀접접촉자가되면서 선생님 한 분이 2주간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는데요. '아, 정말 코로나가 가까이 와 있구나. 이제는 우리도 모두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그 때를 대비하여 재택근무에 적합한 플랫폼을 찾다가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사례를 알게 되었는데요. 직방은 재택근무가 기본인데, 자체 제작한 메타버스인 '메트로폴리스'라는 가상 오피스에서 회의를 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한다고 합니다. 


HR Insight(2021.7.23.) '직방_ 일하는 방식의 변화, 원격근무를 넘어 메타버스로' 


아바타 위주의 타 메타버스 플랫폼과는 달리, 직방의 가상 오피스는 사람의 얼굴을 '대면'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외부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플랫폼이 아니라 이와 유사한 메타버스를 다시 찾아보았는데요. 그리고 마침내, 게더타운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게더타운은 25명 미만까지는 무료이고, 기본 템플릿이 있어 쉽게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무실을 만들어 보았고요.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과 실제로 재택근무가 가능할지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얼굴은 잘 보이는지, 소리는 잘 들리는지, 화면 공유는 되는지 등. 생각보다 조작이 쉽고, 실제 화상으롤 회의를 하는데도 문제가 없어 테스트는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혹시라도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되면 아쉽지만 사용해 볼만한 플랫폼이다 정도로 마무리하려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이 이 곳에서 나가지를 않는 것입니다. 테스트는 진작에 마쳤는데, 게더타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요. 캐릭터 의상을 바꿔보기도 하고, 신기한 기능을 찾아내면서 서로 즐거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뭐하나'  


그런데 또 갑자기 드는 생각이,  '이거 학생들도 재미있어 할 수도 있겠다'  





대학 수업이 2년 가까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줌 피로(Zoom fatigue)라는 새로운 용어도 생겨났죠. 줌 피로란 코로나19로 인해 Zoom과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이 사람간의 만남을 대체하면서 발생한 스트레스 현상을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간의 만남은 어떠한 공간에 걸어가고,  눈 인사를 하고, 사람에게 가까이 가서 대화를 하는 등의 '과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Zoom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된 형태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됩니다. 만남에 필요한 중간과정을 생략한 채 바로 대화를 시작하게 되지요. 이러한 생략된 과정가운데 뇌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실제 연구결과도 그러하고요. 아래 기사의 왼쪽 그래프와 같이, 화상회의에 참여하거나 강의를 들으면 나타나는 피로감은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습니다. 


블로터(2020.7.10) '원격 협업,  대면보다 더 많은 피로감 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 기사의 오른쪽 그림과 같이 화상회의 참가자들을 하나의 가상공간에 배치하는 대안이 나타났습니다. 뇌로 하여금 우리가 같은 강의실에 앉아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인데요. 별 차이없어 보이나 실험결과 이전 방식에 비해 뇌의 에너지 소모량을 줄여준다고 하네요. 이러한 점에서 캠퍼스 공간을 '걸어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메타버스 방식은 비대면 수업에 지친 학생들과 교수님의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저희 대학에서 메타버스를 추진한 첫 번째 이유이고요. 


두 번째 이유는, 교내 구성원 간 상호작용 증진을 위한 플랫폼 도입의 필요였습니다. 20학번 학생들을 '코로나 학번', '고등학교 5학년' 이라 부를만큼 2020년도 이후에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실제 우리 대학에서 진행한 학부교육실태조사(K-NSSE) 및 캠퍼스환경진단조사(UEES) 컨설팅 결과에서도 교내에 학생들이 머무를 공간이 필요하며, 대학 차원에서 구성원 간 공동체 형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결과가 나왔습니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 및 행사가 축소된 상황에서, 사람들 간의 만남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온라인 상에서나마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자'라는 취지로 메타버스 플랫폼 도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기술의 발전 및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메타버스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픽카드 회사인 NVIDIA는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출시계획을 공개했고요. 페이스북도 지난 10월 'Meta'로 사명을 변경하며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2021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순천향대학교, 2021)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은 기업에서도, 공공기관에서도 사용하고 있고요. 대학에서도 입학식이나 축제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건국대 등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축제를 진행했고요. 특히나 순천향대에서 진행한 메타버스 입학식은 뉴스, 강의, 유튜브 등 대학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례로 인용이 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희가 주목한 것은 이러한 트렌드보다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조선일보(2021.4.2.) '전세계 초중생이 푹 빠진 게임, 로블록스' 


전 세계 초등, 중학생들이 빠져든 로블록스라는 메타버스 플랫폼 게임입니다. 하루 접속자 수가 2021년 기준 약 4,000만 명이라고 하는데요. 한 번 접속하면 평균 2시간 30분 정도 이용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유튜브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이 54분이라고 하니, 10대들이 얼마나 로블록스를 사용하는지 알 수 있지요. 미국 사례이긴 하나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이용자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요. 우리가 대학에서 곧 만나게 될 10대들은 이전 세대와 비교하여 아날로그 세상보다 디지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로운 세대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측면에서 메타버스 활용수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로블록스 월간 접속자 수 현황(Roblox, 2019)


아직은 대학 정규 수업에서 본격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고요. 그래서 '그러면 우리가 한 번 해보면 되겠다' 라는 마음으로 메타버스 활용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를 활용하고자 하는 강좌가 있는지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했는데 생각보다 수요가 높아서 (어쩔 수 없이?)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메타버스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우리가 사용할 게더타운 플랫폼에 대한 소개, 그리고 메타버스 캠퍼스의 비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21학년도 교수법 세미나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수업 활용방법' (울산대학교, 2021)


많은 교수님들이 관심을 주셔서 강좌 신청을 받아 이번 학기 본격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17명의 교수님의 28개의 강좌가 메타버스를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업 뿐만 아니라 학술제, 졸업발표회, 전시회, 이벤트 등을 메타버스 게더타운 캠퍼스에서 진행하고 있고요. 


(기사가 나와서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대학의 메타버스 플랫폼 도입배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재택근무의 수단으로 접근했었는데 1)비대면 수업의 피로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2)구성원 간 상호작용 증진을 위해, 3)새로운 세대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플랫폼이라는 측면에서 메타버스 활용수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글이 조금 길어졌는데요. 사업을 추진하며 지난 몇 달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스스로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바로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입니다. 이것은 다음 장에서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1. HR Insight(2021.7.23.) '직방_ 일하는 방식의 변화, 원격근무를 넘어 메타버스로'  http://m.hrinsight.co.kr/view/view.asp?in_cate=109&gopage=1&bi_pidx=32715

2. Roblox(2019). Roblox Announces a New Community Milestone in 2019  https://blog.roblox.com/2019/02/roblox-announces-new-community-milestone-2019

3. 동아일보(2021.8.30.) '전국, 첫 메타버스 기반 화상강의'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828/108802654/1

4. 블로터(2020.7.10.) '원격 협업, 대면보다 더 많은 피로감을 준다' https://www.bloter.net/newsView/blt202007100019

5. 순천향대학교(2021). 2021학년도 신입생 입학식 

6. 울산대학교(2021). 2021학년도 교수법 세미나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수업 활용방법' 

7. 조선일보(2021.4.2.) '전세계 초중생이 푹 빠진 게임, 로블록스'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1/04/02/HHTDI3L2XNEW7GNPL6G2CDXIT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