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관찰 노트
최근 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인 당근에는 사진 한 장만 등록하면 AI가 상품명을 추천하고, 가격과 상세 정보까지 자동을 채워주는 기능을 베타로 도입했는데요. AI를 실제로 서비스에 적용한 사례이기도 하고, 중고거래를 자주하는 사용자이기에 직접 사용해보며 서비스가 어떻게 설계되었고 어떤 점이 인상적였는지 분석해 보았습니다.
"내 물건 팔기 = 게시글 등록" 페이지에 진입했을 때 AI로 작성하기 버튼을 활성화 시킨 뒤에 카메라 버튼을 클릭해서 사진을 첨부합니다. AI는 사진 속 상품을 분석해 상품명 후보를 먼저 보여주는데요. 저는 최근에 구매한 제습기 사진을 등록했고 AI는 “위닉스 뽀송 제습기”, “위닉스 제습기 22L”처럼 상품명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사용자가 상품명을 선택하면, 그에 맞게 상세 정보가 채워집니다.
상품명을 먼저 제시해 AI가 분석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도록 한 점이 흥미로웠는데요. 사진을 분석해 한 번에 상품명/상세설명/가격까지 모든 정보를 작성하는 방식이었다면, AI가 사진을 통해 상품을 잘못 식별했다면 사용자는 사진부터 다시 촬영해야할텐데요. 그렇기에 첫 번째로 상품명을 선택하도록 하면서 사용자에게 제목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정확도도 높이는 단계적 구성으로 보였습니다.
게시글을 자동 작성하기 전에 "새상품 여부"를 묻는데요(상단 우측 이미지). 중고 제품의 상태는 다양할텐데 왜 새상품 여부만 입력시킬까요? 저는 2가지 이유에서 새상품 여부만 조건으로 추가했다가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다양한 카테고리가 혼재된 당근의 특성 때문입니다. 당근에 올라오는 상품들을 보면 카테고리가 정말 다양합니다. 그만큼 등록하는 카테고리별 특성이 다릅니다. 건강기능식품 혹은 식품 같은 카테고리의 상품들은 "새상품" 외에 다른 상태가 존재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반면, 의류의 경우는 언제 구매해서 어느정도 착용했는지에 따라 상태가 다양할테니까요.
그렇기에 의류라는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일부 패션 중고 플랫폼들은 상태를 4단계(새상품 → 아주 좋은 상태 → 약간의 사용감 → 사용감 있음)로 세분화하기도 합니다. 아래 이미지의 패션 중고 플랫폼 후루츠가 그 예시일겁니다. 물론 AI가 사진을 토대로 상품의 카테고리를 판단해서 카테고리에 적합한 상태 종류를 제시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럼 사용자는 버튼을 1번 더 클릭해야 하겠지요
두 번째 이유는, 당연하게도 AI가 사진만으로는 상품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고 제품은 촬영 구도나 조명에 따라 상태가 전혀 다르게 보이곤 합니다. 판매자마다 촬영 조건을 통일할 수도 없고, 만약 통일한다면 등록 과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질테니까요. 그래서 상세설명을 작성하기 전, 상품 상태를 세부적으로 따지기보다 새상품 여부만 묻는 방식이 사용자 고민을 줄여주는 합리적인 설계라 느껴졌습니다. 새상품 여부는 가격 결정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니까요.
앞선 단계를 통해 사진/상품명/새상품 여부까지 선택했다면, AI가 상세 설명과 가격을 추천해줍니다. 이때 상세 설명과 가격 추천의 정확도는 선택한 상품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졌습니다. 제가 등록한 제습기는 새제품 판매가가 약 40만 원대 중반였는데요. “위닉스 뽀송 제습기 (모델명)”를 선택했을 때는 “위닉스 제습기 16L” 거래 완료글들이 함께 추천되며 가격대가 조금 어긋나기도 했습니다. 반면 “22L”처럼 옵션까지 포함된 상품명을 선택하니 동일 상품의 거래 완료글을 정확히 추천해주었고, 가격 추천 범위도 30만원 초반대에서 새제품은 30만원 후반대 정도로 합리적이었습니다.
당근에서도 해당 부분을 인지하고 있어서 그런지, 상세설명을 AI로 작성해준 뒤에 상단에 "AI는 틀릴 수 있고, 다시 한 번 내용을 확인해달라"라는 문구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중고거래를 200번 넘게 해본 나름의 헤비(?) 유저로서, 중고거래에서 가장 고민되는 건 역시 가격 설정입니다. 인기가 넘치는 상품이 아니라면 너무 비싸면 판매가 되지 않고, 너무 싸게 내놓으면 거래가 빠르게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제값을 받지 못했나? 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합니다. 반대로 구매자 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는다면 상태와 가격입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설정하기 위해서 제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검색해보곤 합니다. 제가 판매하는 상품과 비슷한 상태의 상품들이 어느정도 가격이 거래가 되었는지 직접 살펴보아야 하기에 꽤나 귀찮은 일입니다.
당근의 AI는 이 페인 포인트를 해소해줍니다. 앞서 선택한 상품명을 기반으로 거래 완료된 사례 10건을 목록에서 보여주며 가격 범위를 제안합니다. 이때 거래 완료된 사례는 판매자 설정한 지역에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지역 제한 없이 거래가 완료된 상품을 보여주기에 추천해준 게시글을 참고해서 가격을 추천하기도 용이했고, 추천 가격에 대한 신뢰도도 높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자들은 이 가격 추천 로직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가 가장 궁금했는데요.
첫째, “AI가 과연 합리적인 가격 범위를 제안하고 있을까?” 하는 점인데요. 제안한 가격 범위 내의 가격으로 게시글을 등록하는 비율이 어느정도 될지, 가격대의 최솟값과 최댓값 사이에서 어느 구간에 가격이 집중되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데이터가 AI의 가격 추천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설계의 기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제안한 가격 범위를 수용한 경우 거래 완료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단순히 AI가 가격을 추천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추천 가격을 수용한 등록글이 일반적인 등록글과 대비하여 얼마나 더 빠르게 거래 완료로 이어지는지, 또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첫 접촉(채팅 시작)까지 걸리는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B 테스트를 통해
추천 가격을 수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전환율(거래 완료 비율)
등록 후 리드타임(거래 완료까지 걸린 시간)
첫 채팅 유입 속도
가격 제안 기능 사용 비율
같은 지표를 비교하면 AI 가격 추천 기능의 실질적인 효과를 분석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추천 가격대에서 가격을 설정한 경우 거래 리드타임이 짧아지는지, 혹은 추천 가격대에서 벗어난 경우에도 일부 가격대에서는 오히려 빠른 거래가 발생하는 예외 패턴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네요. 이 데이터들이 쌓이면 AI 추천 로직이 점점 더 정교화되고, 판매자에게 제공되는 가격대 범위도 사용자 기대에 더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AI가 가격 추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기반 상품명 추천부터 상세 설명 자동 작성, 가격 제안까지 게시글 등록 과정을 통합적으로 지원해주는 모습은 흥미로웠는데요. 특히 가격 추천 영역에서 판매자가 일일이 정보를 검색하고 분석해서 입력해야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게시글 등록의 허들을 낮춰주는 설계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일한 사진을 여러 번 첨부하더라도 산출 결과가 달라지는 점 혹은 판매자가 선택한 상품명에 따라서 결과의 정확도가 달라지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AI 기반 등록 지원 기능은 어떤 방향으로 더 발전해 나가야할까요? AI가 더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와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설명과 가격을 더 정밀하게 제안하려면 어떤 데이터와 설계가 필요할지 고민해봐도 재밌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