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삶, 그리고 쓰는 삶

쓰는 삶의 시작점에서 나를 돌아보기

by 최혜정

남편이 은퇴를 했다.

30년 직장생활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인생 후반기를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도 다 컸으니, 이제 우리만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시간이 된 것이다.

30년 아파트 생활을 버리고, 집을 샀다. 건물 1층은 필로티 구조 주차장, 2층과 3층은 책을 읽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적 소매업 즉, 서점 사업자등록도 끝냈다. 책모임도 가능한 공간이다. 우리 가족은 이 건물 4층에 산다. 건물 이름은 책 읽는 집. 간판을 달며 남편은 "큰일이네. 나는 책을 안 읽는데. 앞으로 읽어야겠지."하며 밝게 웃었다.

일주일에 하루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나머지는 카라반을 끌고 여행을 떠나고, 둘레길 올레길을 걷고, 가끔 책도 쓰는 남편의 요즘 일상은 멋진 은퇴자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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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쟁이다. 20여년 독서지도사로 아이들과 책공부를 하며 살아왔다. 독서학과 대학원 졸업 후 프리랜서 강사활동도 하고, 내이름을 석자가 적힌 책들도 꽤 출간했다. 1인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다. 책쟁이 아내에게 책 읽는 집으로 노후를 설계해보라고 기꺼이 퇴직금을 희사해준 남편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 곳에서 책을 읽으며 쓰는 삶을 이어가보려고 한다. 함께 할 글동무들이 있으면 더 좋겠다. 세상에는 읽을 책이 너무 많고, 책을 읽다보면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 나의 노후도 나쁘지는 않겠다. 부디 끝까지 읽을 맑은 눈과 끝까지 쓸 맑을 정신이 있으면 좋겠다.

노후를 책으로 설계해갈 수 있는 나는 책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