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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술작품의 원작을 감상해야하는 이유

by 민윤정


나만의 전시 선별 기준

매달 전시 추천 리스트를 작성할 때, 나는 한 가지 원칙을 고수한다. 복제품이나 이머시브 전시는 절대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머시브'라는 화려한 마케팅 용어 뒤에 숨어 있는 현실을 직시해보자. 벽면에 투사된 모네의 수련이나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아무리 웅장하게 움직인다 해도, 그것은 결코 그 작가의 진정한 전시가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미디어 아트로 창작된 작품들은 예외다. 하지만 기존 명작의 이미지를 디지털로 재가공한 전시들이 원작 감상의 경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이 증명한 원작의 힘

최근 휴스턴의 Art of the World Gallery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근거를 제시했다. Art of the World Gallery는 미국의 텍사스주의 휴스턴에 있는 갤러리로 작년 키아프 프리즈 행사에도 참가했던 갤러리다. 당시 그 곳의 작품들도 인상깊었고 갤러리 관장님도 무척 좋으신 분이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한 인연이다.

SE-8e97f125-fc17-46f0-8341-566b4184c6ea.jpg https://www.instagram.com/p/DE2tO-LOJKQ/

아래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을 번역해본 것이다.


예술 작품을 직접 경험하는 것의 힘

예술 작품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단순히 관찰하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뇌를 활성화시키며, 우리 주변 세계와의 더 깊은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연구에 따르면 원작을 직접 볼 때 우리의 감정적 반응은 복제품을 볼 때보다 최대 10배까지 강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작품의 역사적 의미든, 작품 뒤에 숨겨진 창작의 과정이든, 혹은 작품 자체의 순수한 아름다움이든, 예술은 우리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페르메이르의 상징적인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관람객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사로잡으며, 강력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우리가 더 오래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지속적 주의집중 순환 (sustained attention loop)"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단순히 이미지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걸작 앞에 서서 느끼는 진정성 있고 몰입감 있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분위기, 조명, 심지어 액자까지도 작품과의 더욱 깊은 연결에 기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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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박물관에서 최근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원작을 관람하는 것은 의식, 성찰, 개인적 기억과 관련된 뇌의 부위를 활성화시켜 경험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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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말하는 놀라운 사실들:

원작을 직접 볼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적 반응은 복제품을 볼 때보다 최대 10배까지 강해진다고 한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뇌의 여러 영역이 활발하게 작동하며, 우리는 작품과 더 깊은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예로 들어보자. 이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지속적 주의집중 순환(sustained attention loop)'이라는 특별한 현상을 일으킨다. 작품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더 오래 머물게 되고,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는 뜻이다. 위의 내용에 따르면,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박물관 연구팀은 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원작 감상이 의식, 성찰, 개인적 기억과 관련된 뇌 부위를 동시에 활성화시켜 경험 자체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1665_Girl_with_a_Pearl_Earring.jpg 페르메이르의 <진주귀걸이 소녀> (약1665년)

페르메이르의 <진주귀걸이 소녀> (약1665년) Johannes Vermeer, Girl with a Pearl Earring (ca.1665) oil on canvas ; 44.5x39cm, Mauritshuis, The Hague



복제품의 한계를 인정하며

물론 나 역시 강의에서는 빔 프로젝트를 통해서 보는 이미지, 즉 복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원작을 강의실로 가져올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편의성이나 화려함에 현혹되어 진짜 경험을 포기하는 것이다. 분위기, 조명, 액자,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가 직접 붓을 대고 색을 칠한 그 표면의 질감까지도 모두 작품의 일부다.


여러분께 드리는 제안

미술사나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가급적 직접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아가자. 스마트폰 화면이나 대형 스크린이 아닌, 작품 그 자체와 마주하는 순간의 전율을 경험해보자. 그 순간, 당신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닌 수백 년을 뛰어넘어 작가와 직접 대화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 대화는 당신 안에 오래도록 남아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아래는 내가 블로그에 매달 올리는 추천 전시 리스트 포스팅 링크다. 이 중에서 좋은 전시를 골라서 감상하러 가보시길.


* 미술 전시 추천 -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볼 전시회 2025년 8월 (수시 보강)

https://blog.naver.com/eunicemin/223950398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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