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1. 물질 따위에 압력을 가하여 그 부피를 줄임
2. 문장 따위를 줄여 짧게 함
3. 일정한 범위나 테두리를 줄임
끼익
당신이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초로와 같은 삶이라지만 그마저 지켜내는 것이 이렇게 버거운 것인가요
한때는 당신이 힘들어할 모든 순간에 내가 당신의 곁에 있기를 바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거침없이 다가오는 수많은 불행과 고난을 막아줄 수 있는 강한 힘을 갖기를 바라기도 했죠
그러나 각자의 삶에는 자신만의 불가침(不可侵)의 몫이 있더군요
그것은 때로는 슬픔이고, 분노이며, 외로움이기도 했습니다
내가 당신이 아니고, 당신이 내가 아니라는 자명한 진리가 빚어내는 한계가 서글펐으나
당신 앞에서 나의 소임은 그저 기다림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만큼 세월도 꽤나 흐른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당신이 말해주지 않아도
한없이 어리석던 시절 당신의 몫을 나누어달라고 보채던 때도 있었지만
다 괜찮아지고 나서야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한없이 안타깝지만
당신이 벼랑 끝까지 내몰렸었음에도 이내 걸음을 되돌렸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습니다
내가 길러야 할 힘은 당신을 꽉 붙잡을 손힘이라고 생각했건만
정작 필요했던 건 긴 시간이 지나더라도 같은 자리에 우뚝 서서 기다릴 수 있을 만큼의 다릿심인 듯합니다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기를
언젠가 다시 당신이 말없이 제 곁을 떠나셔야겠다면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먼 곳으로 가보아야겠다고 하시면
당신 마음의 심연까지 훌훌 털어내고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끝끝내 돌아오는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익
여기까지 써내려 온 나의 모든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당신을 마주합니다
"어서 와.
고생 많았어.
옷 갈아입어.
따뜻한 밥 해놨어.
같이 먹자."
사진: Unsplash의 Todd Ph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