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다
1. 생각이나 바람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다
2. 원하는 사물을 얻거나 가졌으면 하고 생각하다
3. 어떤 것을 향하여 보다
바래다
1.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
2.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다
바래다
1. 가는 사람을 일정한 곳까지 배웅하거나 바라보다
차에서 처음 듣는 노래가 흘러나와.
이무진의 <청혼하지 않을 이유를 못 찾았어>라는 곡인데, 들어봤어? 꽤 특이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어.
첫 근무지로 출장을 오니 기분이 어떠냐고 직장동료가 물어.
글쎄, 아무 느낌 없다는 내 거짓말이 들통이 난 것 같지는 않아.
그때, 백열전구의 불빛들이 부서지고 흩어져 마치 밤하늘에 콕콕 박힌 별들 같기도 했었고,
대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전조등들은 낙하하는 유성과도 같았어.
그런데, 그 사이로 눈물을 흘리며 걸어가던 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
그런 네 옆에 있던 그때의 내가 너무도 어리고 못났던 게 여전히 너무 미안해.
나의 기억 속은 볕도 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아서 네 모습이 항상 선명했었는데,
이제 먼지가 소복이 쌓여서 뿌옇게 되어버린 유리창들과
녹이 슬어서 붉은 속살을 내보일 정도로 바래버린 난간들을 마주해.
그리고 익숙했던 이 공간을 채운 많은 사람들 중 너를 찾아볼 수가 없네.
이 모든 것들이 너를 잊어야 할 이유겠지.
그 순간에 간절히 바래왔던 것들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참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나는 바래왔던 너를 바래다주고 있었나 봐.
바래다 → 바라다
'표준어 규정' 제11항에 따르면 "다음 단어에서는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하고, '바라다'를 표준으로 삼고, '바래다'를 버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날이 좋아.
눈부시게 떠있는 태양은 어둠을 밀어냈고, 후덥지근한 와중에도 바람은 불고 있어.
비현실적으로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도 보여. 너를 잊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어.
흘려버려야 할 시간도 있는 거겠지. 그래, 여기까지만 바래다줄게.
바라건대,
부디 우리 모두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상처만 받았던 것이기를,
그리고 나의 시간도 다시 흘러가길.
사진: Unsplash의 Clem Onojeghu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