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에세이7
"집에만 계시니 답답하셨죠?"
재택의료팀이 환자를 만나면 가장 자주 하는 안부 인사말입니다.
재택의료팀은 아주 작은 꿈이 있었습니다. 집에만 계셔서 답답해하는 분들을 모시고 나가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꼭 한번 나들이를 함께 가자고 손가락을 걸었던 약속을 지킨 이야기를 전해볼까 합니다.
가벼운 산책이라도 누군가에는 간절한 소망과도 같습니다.
재택의료팀은 환자를 만날 때마다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많은 환자분이 밤과 낮이 없이 침대에만 누워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 속에 잠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과거를 회상하며 죄책감과 우울감을 느끼며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바깥에 햇빛도 잠시 쐬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방법이 없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벼운 산책이라도 누군가에는 간절한 소망과도 같았습니다.
'넓은 들판으로 향하기 위한 도전, 하지만 현실의 문턱은 높았습니다.'
그래서 재택의료팀이 아주 작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큰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하루를 반납하고 함께 집 밖으로 나가 넓은 들판으로 향하기 위한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환자분들을 직접 밖으로 모시고 나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함께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장애물이 적은 소풍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과 이동에 장애가 없는 보도블록이 충분한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작은 소풍이지만 함께할 환자 세 분과 동행해 주실 보호자와 자원봉사자분들을 최종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소풍 가게 된 분들에게 나들이를 나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자 너무나도 기뻐했습니다. 그동안 무더운 날씨로 장기간 외출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소풍을 기다리며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더 많은 분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환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드디어 열심히 준비한 건강 나들이 소풍날! 환자분과 보호자 그리고 하루 동안 고생해 주실 자원봉사자 이렇게 세 명이 하나의 팀이 되었습니다.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의사 한 명, 간호사 두 명, 사회복지사도 하루를 함께해 주었습니다. 미리 선정한 장소에 도착하니 넓고 들판에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가득했습니다. 소풍날에는 절대 빠질 수 없는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음료는 기분을 한껏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따스한 햇볕과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는 집 밖으로 나와 소풍을 나왔음을 실감 나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한껏 자연을 즐기고 있을 때 소풍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재택의료팀은 사전 준비 회의에서 나들이만 나가면 지겨울지도 모르겠다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추억의 보물 찾기를 하기로 하고 선물을 직접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야심 차게 준비한 보물 찾기를 시작한다는 소리와 함께 푸짐한 선물 소식은 모두 눈이 반짝반짝하게 했습니다. 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환한 모습이었습니다. 보물찾기 시작! 보호자와 자원봉사자분들이 휠체어를 밀며 보물을 찾기 위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저기에 숨겨 놓은 보물을 찾으며 깔깔대는 웃음소리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보물을 너무 잘 찾는 팀이 있었는데 다른 팀들도 보물을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며 ‘파이팅!’하는 응원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재택의료팀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마음까지 건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찾기 쉬운 곳에 보물을 숨겨 두었을까 30분도 되지 않아 모든 보물을 찾아 한 곳에 모였습니다. 한 분 한 분께 직접 선물을 시상할 때마다 들려오는 웃음과 박수 소리는 소풍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선물을 모두 전달하고 식사를 준비하기 전까지 햇빛과 풍경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말없이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한동안 고요함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묵었던 아픔이 치유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시간 동안 자원봉사자분들과 재택의료팀은 맛있는 점심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맛있는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소풍을 나온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가져보았습니다. 즐거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어느덧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오랜만에 외부활동과 장시간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건강 나들이 소풍을 나온 것을 희망 삼아 다시 외출을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기게 했습니다.
환자 그리고 재택의료팀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따뜻한 의료를 실현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삶으로 향하는 작은 관심이었습니다.
이 글은 보건복지부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