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에세이8
간호사가 바라본 사회복지 영역은 정말 다양한 분야였습니다.
돌봄이라는 과정 속에 삶을 잘 지탱해나가는 분들을 만날 때면 모든 것이 잘 연결돼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촘촘한 거미줄 연결망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중심에는 항상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부족한 복지 서비스는 채우고 필요하지 않은 복지는 덜어내는 다양하고도 풍성한 연계가 이루어지게 했습니다. 그야말로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의료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환자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한 사람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환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은 좀 더 나은 복지를 연계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차곡차곡 정리된 복지 욕구에 복지제도나 서비스를 눈높이에 맞추어 안내하는 것도 또 다른 배움의 과정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도 조금씩 성장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맞춤형 의료복지를 알고 계시나요?
오직 나만을 위한 복지를 찾아가는 방법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지금 연계된 복지 서비스를 쭉 나열해 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복되는 것, 필요하지만 서비스를 받지 않고 있는 것, 지금 당장 받았으면 하는 것 등을 다시 적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욕구에 반영하여 이제부터 채워나가야 할 복지제도를 채우면 맞춤형 복지 서비스가 완성됩니다. 하나하나 써보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연과 환자를 알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간호사인 저는 복지 서비스를 무조건 많이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봄의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보니 나에게 맞는 복지를 연계받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식사를 거의 못하시는 어르신 댁에 반찬 배달을 두세 군데에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쌓인 반찬들은 냉장고로 들어가 결국 폐기하고 냉장고 청소가 필요하게도 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반찬 배달 수를 줄이고 식사를 잘 못하시는 이유를 알아볼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필요한 복지를 잘 파악한다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열쇠였습니다.
의료복지가 필요한 환자를 직접 찾아간 이야기입니다. 그곳에는 좁고 노후된 거주시설과 고장 난 냉장고가 함께 지내고 있는 독거 어르신이었습니다. 고장 난 냉장고에는 음식을 둘 수가 없어 밥상 위에는 상한 음식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재택의료팀이 방문할 때에는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동행하기로 하게 되었습니다. 환자를 만난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상담을 마치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종합복지관에서 도시락 반찬은 배달되고 있었지만 냉장고가 고장 난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이유 때문에 반찬을 문밖에 도시락을 걸어 놓고 가고 있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환자는 좁은 방을 치우고 관리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고민하고 연계할 복지를 적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환자와 함께 의견을 나누며 무엇이 더 필요할지 꾸준히 소통해 나갔습니다.
재택의료팀이 다시 만난 환자는 쾌적한 주거를 위해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사하기 전까지 배달하던 도시락은 쉽게 상하지 않은 음식으로 바꾸고 상한 음식은 모두 해결했습니다. 정리되지 않았던 집안은 정리 정돈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서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복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의 손길 덕분에 좀 더 좋은 돌봄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의료적으로 소외된 환자를 만난 곳에도 다양한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재가 중심 돌봄과 의료에도 사회복지사가 꼭 필요합니다.
재가 돌봄과 의료를 제공하는 정책과 시범사업에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했습니다.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통합 돌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의 수가가 책정되어 있지 않아 활발한 연계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삶 속에서 잘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의료 영역뿐만 아니라 복지 연계가 핵심이었습니다. 재택의료 시범사업에도 사회복지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보건복지부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