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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Apr 12. 2024

자투리 시간 활용법

자투리 시간에


어깨에 맨 가방 안에는 두 권의 책과 한 권의 수첩이 있다. 수첩 사이로 파란색 볼펜이 끼어져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항상 가방을 들고 다닌다. 파란색 볼펜은 그냥 모나미 볼펜이 아닌 잉크찌꺼기가 묻어나지 않는 유성잉크펜을 갖고 다닌다. 파란색을 쓰기도 하고 종종 빨간색을 쓰기도 한다. 규칙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어느 날 여백 위에 써 내려간 검은 글씨가 낯설게 보여서 인지도 모른다. 가방 안에는 그 외에 현금 만이천 원과 자동차키 두 개가 들어 있다. 두 권의 책은 무라카미하루키 에세이집과 에리히포롬의 사랑의 기술 이란 책인데 상황에 따라 번갈아 가며 읽는다. 아주 잠깐의 자투리 시간이라면 무라카미하루끼 에세이집을 꺼낸다. 두세 장씩 짧은 일상의 이야기라 생각 없이 읽기 편하다. 반면에 한 시간 정도의 짬이 있는 시간이라면 문장 단락이 긴 호흡이 필요한 소설을 읽는다. 그래야만 리듬이 끊기지 않는 읽기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하루를 살다 보면 시간을 너무 아무렇게나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남들은 이렇게 안 살 텐데? "


"자투리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

"기타를 배우거나 요리를 배워 볼까 "


영어 공부를 하라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가끔  유튜브를 켜놓고 영어 회화를 따라 해 보지만 나의 뇌는 이상하리 만치 활성화 되지 않는다.


난 시간이 날 때마다 가방을 열고 책을 읽는다. 그렇게 읽다 보면 뭔가 탁 하고 걸리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그 순간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어찌 보면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짜릿한 손만을 잊을 수 없어 낚시를 하듯이 나는 좋은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는 자투리 시간들을 좋아한다.


읽고 쓰고 생각하기의 루틴은 나의 잡생각을 밀어낸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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