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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May 04. 2024

나는 그런 시간을 좋아한다.

일상의 행복

나는 그런 시간을 좋아한다.

햇볕에 잘 말린 수건과 양말을 걷는다.

빳빳하게 널려 있는 청바지와 나풀거리는 아이들 내복들, 때가 쏙 빠져나간 잘 마른 옷에서 풍겨 나는 개운함이 좋다. 수건은 삼등분으로 접어 갠다. 양말과 속옷은 돌돌 말아 침낭처럼 갠다. 잘 마른 옷가지들을 포개어 개는 시간을 나는 좋아한다.

헝클 허진 마음도 반듯이 접어지는 것 같은 시간, 허기진 마음이 채워지는 시간을 나는 좋아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들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그런 시간들에 자주 접해 산다는 건 행복해지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다.


봄 햇살이 따뜻하다. 봄햇살이 잘 드는 자리엔 고양이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태양빛을 쬐고 있다. 나른함이 몰려온다. 봄햇살이 좋았나 보다. 고양이들은 한참이나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언제 떠날지 알 수 없는 자세로 마냥 좋은 표정으로 눈감은 채 볕을 쬐고 있다. 바람 소리를 들은 걸까 앞다리를 길게 펴고 하품을 한다. 그마저도 여유가 넘쳐난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과는 상관없다는 듯, 몸을 가다듬고  다른 방향으로 척추를 돌려 햇살을 쬔다. 고양이들이 노는 것을 하념 없이 쳐다보노라면 혹여라도 누가 이 시간을 시기해 전화를 걸어올까 걱정이 든다. 오롯이 이 시간을 빼앗기기 싫은지도 모른다.

고양이의 시간,

나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고양이의 시간은 나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 그건 보는 것 만으로 치유가 된다.

묘한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별거 없는 시간들이 나를 살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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