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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개 Apr 05. 2023

힙합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셋업하다 들린 편의점에서

그게 뭐냐면 말이죠 

(대충 두비둡바 하는 짤)


말을아주빠르고리듬감있게하시는분들의대잔치를준비하러 외근을 나갔다.


목이 말라서 다 같이 편의점에 갔다. 모두가 1+1 이온음료를 고를 때 난 요구르트 특대형을 골랐다. 아껴놨다가 다음 생에 먹어야지, 하고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공연현장에서 열어보니 노트북 파우치가 온통 젖어있었다. 분명 잘 잠궈두었는데 왜? 아직도 의문이다. 셋업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이젠 열지도 않은 가방에서 새콤하고 달콤한 냄새가 진동했다. 으으음, 스윗. 좋은 향에 가깝지만 그게 전자기기 부근에서 난다면?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나는 내내 노력했다. 대체 누가 길 한복판에 요구르트를 흘린건지 나참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귀가길이 짧은 건 유난히 축복이었다. 우리 집과 회사는 너무 가까워서, 한 달간 얼마 이상을 쓰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이 있지 않는 한 퇴근할 때 택시를 탈 수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협박도 택시도. 


현관문을 닫자마자 파우치를 짜개며 개수대로 직행했다. 발로 양말을 벗으며 손으론 조물조물조물조물조물조물 단내를 지웠다. 퇴근과 동시에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일을 하다니 내 자신이 조금 자랑스러웠는데, 그게 사실 음료수 숨숨집 뒷처리에 지나지 않음을 떠올리니 다시 우울해졌다. 


우째 이런 일이 생겼나? 하나 가격에 둘을 겟할 기회를 걸레짝처럼 내버려서? 마음껏 시키도록 해 나는 짜장면-이라고 했을 때 적합하게 응하지 못한 자들에게 내려지는 짜장면 요정의 복수? 존재할 수 있었으나 식욕에 의해 부정당한 짜장면의 원한... 그렇다면 나는 사슬낫의 요구르트로 맞설테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노트북은 기적처럼 말짱했다)


*2022년 9월 개인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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