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인생의 어려움이 있다.
뼛속까지 가난해 본 사람은 안다.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중요함으로 얼마나 숙이고 구를 수 있는지 안다.
대학교, 대학원을 급하게 수료하고 도망치듯 뛰쳐나와 직장을 얻었다.
32살, 신입치고는 많은 나이인 걸 알았고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회사에 다녔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있었다.
다시 한번 느끼는 인생의 막막함.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모두 먹고 살만했다.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나는 연봉과 수당이 절실했기에 나 스스로가 더욱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 무슨 용기가 있어서 그렇게 무턱대고 결심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확신은 있었다.
그녀와 함께라면, 잘 살 수 있을거라는 믿음.
그리고 결국 나는 잘 살게 되었다.
아내가 없었더라면, 해보지 못했을 도전.
작년 7월, 회사에서 나라는 존재의 가치가 가장 커졌을 때,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어진 홀로서기.
이미 세팅된 판에서 나는 얼마나 발전했나.
큰 진전은 이루지 못한 것 같은 느낌, 그렇지만 알게 모르게 무언가 더 진전되었다.
이 진전됨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금의 혼란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른 다는 것에서 기인한 것 같다.
올해 3월 초, 제주도로 옮겨 왔다.
나는 또 모험을 하기 위해 떠났다.
지금은 아내와 함께이기에 더 두려우면서, 덜 두렵다.
그래서 설레이면서, 기다린다. 기대하고 믿어본다.
한동안 멈춰있었던 글쓰기를 다시 이어간다.
무엇이 달라질까.
물론 마지막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