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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아 Jul 10. 2023

삭힘의 미학

홍어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dL4OYA5vAbA

홍어를 나는 잘 먹는다. 소위 톡 쏘는 맛이 코를 찡하게 해서 나는 홍어를 좋아한다. 회도 좋지만, 나는 홍어를 이용한 탕을 좋아한다. 할머니가 자주 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 코 찡한 맛을 언제라도 함께하기 위해서 난 할머니에게 홍어가 나오면, 이거 홍어예요? 라고 묻는다. 홍어는 거기에 대답한다. 그런 대답과 함께 나는 홍어를 삼킨다. 그런 홍어의 삭힘이 없을 때는 밋밋한 맛에 별로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홍어의 뼈의 오독오독한 식감은 질릴 새가 없게 한다. 그런 홍어처럼 나는 해킹이란 것에 절여졌다가 뛰쳐나온 발가벗은 인간과 같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환우로 보았다. 그 시선이 낯설고, 애초에 내가 뭔갈 하지 않았더라면, 그 밑 지방으로 가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에 항시 머리와 골치를 아프게 했다. 결국 거기에서 벗어나 얻은 것은 뭐가 없다. 지식이라고 해 봤자 1학년이 뭘 배우겠는가. 그냥 그렇게 사는 거다. 밤 중마다 들어오는 그 녀석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나는 쓰고 또 쓸 것이다.


그렇게 그 생각이 무뎌져서 내게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까지 나는 달리고 또 달린다. 그 타이핑과 후회 없음을 위하여 나는 끊임없이 뇌에 활자를 집어넣고, 내뱉는다. 그리고 사람들의 위에 서기 위해서 "돈"을 공부한다. 그리고 그 비합리적인 장소에서 소위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는 이들의 글을 읽는다. 세상을 돈의 관념으로 바라보고 부채를 주변부에 뿌려대는 사람들처럼, 채권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 본다. 고리대금업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배당이라는 이름의 이익을 거두기 위해서 온종일이 아니더라도 인베스팅닷컴에 들어가 10시 반을 기다린다. 주식이 올 날을 기다리면서, 온종일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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