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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꼽슬이 May 26. 2024

7월 18일, 부다페스트에 무슨 일이?

덴마크 입성기 2

부다페스트로 들어가는 마일리지 편도 항공권을 예약하고 나니, 여행의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어차피 덴마크 올보르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데 언제 부다페스트에 가보게 될지 모르니 이왕 간 김에 며칠 여행을 하고 가자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우리와 함께 같은 지역에서 1년 연수를 함께 할 가족이 있는데 그 가족도 같은 비행기를 예약하고, 여행도 함께 하기로 결정되어 본격적으로 7인 (3인+4인 가족)의 숙소를 찾게 되었다. 보통 해외여행 갈 때 숙소를 예약하는 앱에서 3박으로 날짜를 정하고, 7인으로 검색하니 아직은 숙소가 많이 있었다.


맘에 드는 곳들을 몇 개 골라서 시설과 가격을 비교하며 예약을 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관광지이지만 스위트룸도 아닌데 숙소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록 예약이 완료되고 있어서 고민하는 며칠 사이 여러 방들이 매진이 되었다. 이 앱의 대부분의 숙소가 숙박 며칠 전까지 무료 취소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큰 고민 없이 대여섯 개 숙소를 일단 예약을 했다. 하고 나서 비교한 뒤 하나만 남기고 취소하자는 생각으로...


그런데 아뿔싸.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은 무료 취소가 가능했는데, 한 곳이 절반밖에 환불을 못 받는 것이었다. 제대로 안 보고 예약하고 결제까지 해버린 나의 실수를 어떻게 하지? 고민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 가격이 3박에 거의 2백만 원에 가까웠기 때문에 백만 원을 날릴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그곳에 숙박을 하기로 했고, 나머지 4곳은 취소를 했다.


혹시나 해서 우리가 부다페스트에 있는 기간이 아닌 그 근처 날짜를 조회해 보니 거의 절반 이하로 숙박비가 낮아져 있었다. 날짜를 잡아도 정말 잘못 잡았나? 어쩜 이 기간만 이럴 수가 있지? 의문이 들었지만 어디서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약한 숙소가 시설과 위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다른 곳을 몇 군데 알아보고, 두 가족이 가까이에 있는 숙소 두 군데에 따로 묵으면 훨씬 비용이 아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앱에 있는 메시지 보내기 기능을 이용해서 숙소 주인에게 안 되는 영어로 사정사정을 하며, 아직 5개월이나 남았으니 부디 선처를 해주어 무료로 취소와 환불을 해주면 안 되겠는지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빠르게 답이 왔는데, 자기에게 좋은 생각이 있으니 WhatsApp을 통해 개인적으로 소통을 하자는 답이 왔다.


대화를 하며 알아낸 사실은, 그 기간이 F1 그랑프리가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너희 가족이 그거 보러 오는 거 아니냐고 묻는데, 너무 기가 찼다. 어쩜 날짜를 잡아도 이렇게 잘 잡았는지... F1은커녕 레이싱 자체에 별 관심도 없고 그게 열리는 기간인 줄도 지금 처음 알았다고 하니 숙소 주인이 일단 자기 숙소 취소를 하란다. 그럼 자기가 절반은 숙소비를 받은 셈이니 그 호텔예약사이트에 나가는 수수료를 제한 나머지 금액만 직접 와서 유로로 지불을 해주면 그 기간에 숙소 예약을 막아놓고 다른 예약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기로 했다. 그렇게 아낀 금액이 30만 원 정도인데, 그러고 보면 꽤 많은 수수료를 중개인이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평소 금액의 두 배를 내고 부다페스트에서 3박을 하게 되어 있는 상태이다. 부디 그곳이 화면에서 본 것보다 시설이 좋고, 즐거운 여행장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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