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먹고 싶어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잘 먹지 못했던 빵이 주식인 유럽에서 1년을 살게 되는 것이다. 먼저 가 있는 친구가 매일 한식을 먹으면 식비가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들겠다고 얘기한다. 워낙 음식에 진심인 친구라 재료도 굉장히 좋은 걸로 샀을 것 같기는 하다.
이래저래 궁리 끝에 식사빵을 만드는 것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쿠키 만들기 세트로 모양을 만든 반죽을 구울 때 빼고는 써본 적이 없는 오븐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4월 관리비가 작년보다 훨씬 더 나왔다.
아무리 YouTube가 잘되어 있어도 베이킹의 ㅂ도 모르는 내가 혼자 빵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빵은 물론이고 음식에도 진심인 집사님께서 빵 만드는 법을 알려주시기로 했다.
가장 먼저 배운 빵은 바게트도 아니고 치아바타도 아닌 이름도 없는 무반죽빵이다. 재료가 물, 밀가루. 소금, 설탕 이스트가 다이다. 집에 이스트는 당연히 없었기 때문에 첫 번째 빵 수업을 마치고 바로 주문했다. 다행히 전자저울은 있어서 계량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왼쪽 사진처럼 작은 덩이로 여러 개를 만들 수도 있고 오른쪽 사진처럼 큰 덩이로 몇 개만 만들 수도 있다. 반죽을 조각 내고 모양을 만들기 나름이라 정말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담백한 맛이 아이와 남편에게는 합격점을 받았고, 잘라서 버터에 한 번 더 구우면 고소하게 먹을 수 있고 그냥 프라이팬에 구워서 크림치즈를 발라 먹으면 그 또한 맛이 꽤 좋다. 모닝빵처럼 반을 갈라서 야채와 햄 등을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괜찮다. 여러 가지 취향에 따라 먹는 방법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빵이라 매우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로 배운 빵은 포카치아이다. 올리브 오일이 듬뿍 들어가는데 그래서 그런지 만들자마자 얼려 두었다가 먹을 때 에어프라이어에 5분 정도 다시 구워서 먹으면 정말 겉바속촉으로 아주 맛있었다. 집에 잠시 놀러 왔던 동생에게 시식을 시켜주었더니 이게 정말 누나가 만든 게 맞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랐다..
토마토와 올리브를 올려서 만든 것이 더 맛있는데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플레인은 올리브를 좋아하지 않는 딸을 위해서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마지막으로 치아바타 만들기를 배웠는데 치아바타는 폴리쉬라는 것을 만들어서 11시간을 미리 발효를 시켜야 해서 가르쳐 주시는 집사님께서 폴리쉬만 미리 전날 만들어 두셨다.
폴리쉬 이후의 과정은 우리에게 시연해 주시며 직접 만드는 과정을 함께 했고 발효시키는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마지막에 오븐에서 구워지면서 나는 냄새가 정말 식욕을 자극했다.
빵집에서 사서 먹은 치아바타와 맛이 큰 차이가 없어 정말 놀랬다. 이미 두 가지 빵을 만들어 보았기에 시간만 있다면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주말에 혼자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사빵을 3 가지나 배웠으니 이것만으로 나는 정말 든든한 기분이다. 야채를 듬뿍 곁들여 먹는다면 한 끼 건강한 식사를 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빵 만들기까지 배워가며 준비하는 나 자신을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