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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꼽슬이 Jun 09. 2024

1박 2일 진천 여행

생거진천 사거용인

용인 사람인 나는 가까운 진천에 트리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힐링 플레이'라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진천 여행을 계획했다. 덴마크 가기 전 꼭 한번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던 친구네 딸도 어디 올라가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실내 클라이밍을 일 년이나 배운 우리 딸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래서 진천에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고, 1박 하며 바비큐와 불멍도 하기로 했는데 힐링플레이에 전화를 해보니 우리가 가려는 날은 성인 단체 예약으로 다른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미 숙소를 잡았는데 이제 와서 취소를 할 수도 없고, 재빠른 검색을 통해 다른 코스를 계획했다.


진천 읍내의 백 년 식당인 '오박사냉면'에서 친구네 가족을 만나 점심을 먹고, 이동해서 '농다리'를 건너서 최근 4월에 개장한 국내 최장 출렁다리인 '미르 309'를 건너는 것. 그리고 저수지에서 카누를 타고 숙소에 가서 바비큐로 저녁식사를 한 뒤 맥주 마시며 불멍을 하고 담소를 나누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급히 짠 계획 치고는 꽤 괜찮다며 혼자 자평을 하고 함께 갈 사람들에게 계획을 알려주니 다들 좋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계획에 차질이 생겼으니, 백곡발전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백곡카누체험'은 공휴일과 주말에만 운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6월 5일~6일 1박 2일 여행이라 5일 오후에 타려고 했던 것인데 무산되어 버렸다.


그래서 다시 계획을 바꾸었으니, 미르 309를 왕복한 뒤 바로 옆에 있는 황톳길 맨발체험을 하고, 국내 유일하다는 종박물관에 가서 종을 쳐보기로 했다. 다행히 종박물관이 숙소와 아주 가까웠다.


'오박사냉면'은 맛이 꽤 좋았고, 음식도 빨리 나오는 편이었으며 직원들도 대체로 매우 친절했다. 7살 친구 딸이 평소 안 먹던 물냉면을 맛있다고 꽤 많이 먹었고, 메밀전을 안 먹는 우리 딸도 냉면과 함께 전과 만두를 아주 잘 먹었다. 남편이 시킨 열무냉면도 평타 이상이었고, 비빔냉면도 메밀칼국수도 깔끔하니 맛있었다. 결과적으로 6명이 가서 그 식당의 메뉴를 모두 한 개 이상 시켜 먹은 셈인데 모두 만족스러웠다.

농다리는 생각보다 신기한 다리였고, 평일인데도 제2주차장이 거의 만차였던 것을 보면, 주말에는 일찍 오거나 안 오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르 309가 생겨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한데, 309미터의 출렁다리는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었는데도 생각보다 많이 흔들렸으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그냥 구경만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미르 309 가는 길에 청룡의 여의주를 만지며 소원빌기가 있다

우리 가족은 워낙에 그런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 터라 재미있게 잘 건너갔다. 건너기 전에 카페 겸 매점이 있어서 딸은 월드콘 하나 사서 먹으며 7살 동생 손 잡고 챙겨가면서  어찌나 여유롭게 앞서 걸어가는지 내 딸이지만 참 용감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톳길 맨발 걷기는 생각보다 길었는데 아이들이 재밌어하며, 징징대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잘 걸었다. 마무리로 맨발 황토흙 인증사진 찍고 족욕장에서 발 씻기까지 하니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왠지 건강해진 느낌적인 느낌.

종박물관은 사람이 너무 없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어져 있어서 예상보다 긴 시간을 보냈고, 그러는 바람에 바로 옆에 있는 판화미술관을 못 보고 온 것이 아쉬웠다. 입장료를 내면, 그 돈을 그대로 진천상품권으로 돌려줘서 무료관람이나 마찬가지이고, 그 상품권으로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저녁에 먹을 것을 사서 왔으니 이 또한 아주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보신각 종처럼 만들어진 범종을 직접 치고, 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매우 즐거운 체험이었다.

바비큐와 불멍을 하며, 한 번도 캠핑을 해보지 못했던 친구 딸에게 마시멜로우 구이까지 선사하니 그럴듯한 마무리가 되었다. 불멍 하는 장작에 오로라 가루를 뿌리니 '레인보우'라며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음날은 올라오는 길에, 너무나 예쁘게 가꾸어진 북카페인 '이월서가'에 들러 산책도 하고 그림책도 보고 커피 한 잔 하는 여유를 가졌다. 입장료를 내면 음료 한잔이 무료인데, 음료들이 다 맛있을 것 같아 결정장애를 겪었는데 지난번 할머니 미숫가루도 맛있었고, 이번에 시킨 아이스 라테도 좋았다. 다음에 시간 많을 때 가서 한참을 지내다 오고 싶은 곳이었다.

이렇게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며, 덴마크에 가서 사는 1년 간 기억할 추억을 또하나 만들게 되어 참 좋았고,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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