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래전부터 몇 년에 한 번씩 눈썹에 반영구 화장을 하셨다.
단골로 다니는 곳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소개했다.
엄마가 가장 처음 나에게도 그걸 권했던 것은 인턴을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당직을 밥 먹듯 하고, 제대로 씻을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인턴, 레지던트를 하는 동안에도 딸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보이길 바라는 엄마 마음. 거기에 더해, 나는 화장을 잘 못했다. 특히 눈썹 그리기를.
하지만 나는 잘 보이고 싶은 사람도 없고, 바쁘면 화장 안 하면 그만이지... 이런 생각으로 당시에는 시술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나는 쌩얼로 다녀도 생기 있어 보이던 20대 중반이 아니다. 화장을 안 하면 피곤해 보이는 40대 중반이고, 피부 노화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야외에서는 시간마다 덧발라야 하는 나이인 것이다.
최근 덴마크 한인 오픈 채팅방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보니 햇살이 따가워서 선크림을 꼭 챙겨 오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한여름에 그곳에 가게 되는 우리는 여행을 다닐 경우 수시로 선크림을 덧발라야 한다는 얘기다. 선크림만 바른 상태에서는 눈썹 그리기가 여의치 않고, 팩트를 바르고 눈썹을 그리고 나면 그 위에 다시 선크림을 덧바르기는 매우 찝찝하고 지저분해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 큰맘 먹고 시술을 받기로 결심을 했다. 눈썹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면 팩트를 바르지 않고 선크림으로 화장을 마무리할 수 있기에, 수시로 덧바르기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집 근처에서 찾아보고 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10년 이상 믿고 자기 눈썹을 맡겼던 곳에서 하고 싶어서 서울로 향했다. 무려 한 시간 40분에 걸쳐 광역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도착한 곳은 침대가 하나뿐인 작은 1인샵이었다.
인상 좋은 원장님이 어찌나 꼼꼼히 디자인을 하시는지 하기 전부터 믿음이 갔다. 반영구 시술을 하는 시간보다 디자인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 느낌이다. 마취크림을 바르고 기다린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1시간 10분 정도 걸린 듯하다. 약간 따끔거리긴 했지만 마취크림의 효과가 잘 나타났는지 그리 아프지 않게 시술은 잘 끝났고, 3주에서 4주 뒤에 리터치라고 약간 덧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어색하지 않게 그리 어렵지 않게 나의 뚜렷한 눈썹이 생겼다.
집에 돌아오니 딸아이는 보자마자 '엄마 눈썹이 왜 그래?' 하고 바로 변화를 알아보았다. 그래서 눈썹 문신을 했다고 하니 이상하다며 어색해했다. 며칠 지나면 좀 옅어지고 자연스러워질 거라고 얘기했지만 자꾸 와서 쳐다보며 어색해하는 딸이 귀엽다. 나도 거울 보기가 좀 어색한데 오죽할까.
그래도 이제 화장시간이 더 줄어들고, 편하게 선크림을 덧바르며 햇살 아래서도 열심히 걸어 다니며 유럽을 여행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는 기분이다.
오늘은 눈썹에 클렌징하지 말라는 원장님 말씀 따라 세안 잘하고 이제 얼른 자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