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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꼽슬이 Nov 28. 2024

덴마크 국제학교 보내기 (2)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아이

우리가 덴마크 올보르에 입성한 7월 말은 학교의 방학기간이었습니다. 

8월 중순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여느 유럽과 마찬가지로 

덴마크 학교도 8월 13일에 새 학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3주가량은 학교에 가지 않고

덴마크 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질 수 있었지요. 

10일 간 에어비앤비를 잡아 놓은 상태라 그 이후부터 살아야 할 집도 구하고 

이케아와 쇼핑몰에 가서 세간살이도 사야 해서 사실 아이는 약간 방치상태였어요. 




한국에서 영어는 유치원 때부터 커리큘럼에 따라 노출을 하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는 자연스레 유치원과 연계된 같은 공간의 어학원을 보냈어요. 

나름 원어민 선생님도 있는 곳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다가

거기서 내주는 숙제를 봐주며, 너무 어려운 숙제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2학년 때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공부방 형태의 리딩 중심의 소수 그룹과외 식의 학원으로 바꿨지요. 


처음에는 잘 따라가는 듯하다가 반복학습을 지겨워하는 아이에게는 

좀 버거운 양의 숙제에 또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약간의 유연성을 발휘하며 계속 보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들기는 합니다. 

영어라는 게 반복학습 없이 잘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러나 매일 출근했다 퇴근한 뒤 하기 싫어하는 아이의 숙제를 억지로 시키는 일은

저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학원을 끊고 집에 들여놓기만 하고 쓰지 못하고 있던 

ORT (oxford reading tree)를 단계별로 한 권에 두 번씩 읽고 

딸려 온 workbook을 푸는 것으로 영어 공부를 지속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어떤 날은 다른 숙제가 있어서 건너뛰고, 또 다른 날은 친구와 놀다 늦게 들어와 건너뛰고...

그렇게 영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거의 일 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무늬만 엄마표 영어라고 하면서 영어에 거의 손을 놓고 지낸 시간이 1년 반쯤 됩니다.  


아이가 다니기 싫어하는 영어학원을 과감하게 끊고, 다른 곳에도 보내지 않은 것은 

3학년부터 시작되는 학교 영어를 따라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과

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되면 (그 당시는 연수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용감했다 싶습니다.)

어차피 영어를 써야 하는데 늘고 배기겠냐는 마음도

꽤나 크게 작용했음을 고백합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영어와 멀어진 상태로 아이는 덴마크에 오게 되었고,

덴마크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듣게 되는 

국제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첫날 학교를 다녀온 아이가 

'엄마, 영어를 못 알아들으면 그냥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면 돼요.'

라고 얘기를 하길래 그렇게 많이 안 힘들었나 보다고 안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모든 에너지가 다 빠졌다고 호소했습니다. 

학교에 들어간 지 1주가 지나고 학교에서 부모들을 모아놓고 오리엔테이션 비슷한 것을 

한다고 해서 남편과 다녀오고 나서야 그 어려움을 실감했습니다. 


영국식 영어를 쓰시는 담임 선생님의 말은 약간의 웅얼거리는 발성이 더해져 

정말 알아듣기가 어려웠고, 

스페인어 선생님의 영어 발음은 더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빠르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정도 영어로 말하기 듣기가 된다고 생각했던 저마저도 이렇게 멘붕이 왔는데 아이는 오죽했을까요. 

그래도 ORT가 영국식 발음이어서 도움이 되긴 했다는 말에 약간은 위안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아이가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간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 외국에 나가 1학년이나 유치원 때부터 국제학교 내지는 원주민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면, 

한국에서 충분히 영어를 준비하고 오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누군가가 외국에서 일 년 내지는 몇 년 살이를 하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면 말이지요...


그리하여, 이어지는 글에서도 마음이 급해진 엄마가 아이를 외국에서 영어 공부 시킨 

좌충우돌 이야기를 계속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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