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중헌데?
아이는 한국에서 인싸였다.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에 둘러싸여,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고
신나게 수다도 떨고.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에 나가 뛰어놀기도 하고.
여자 아이인데 남자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여자 친구 단짝들도 있는...
외딴 나라, 외딴 교실.
한 학년에 한 반, 그것도 한 반에 20여 명이 전부인 학교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대부분 몇 년째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친한 아이들도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런 곳에 들어가, 말도 안 통하는데
함께 온 한국 아이는 남자아이이고,
성격도 그다지 썩 맞지 않았다.
그때 아이에게 손길을 뻗어준 고마운 아이,
개월 수는 더 많은데, 키는 자그마한 인도 여자아이였다.
그렇게, 한 친구의 손을 잡고 간신히 국제학교 수업에 적응해 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다행한 점은,
캐나다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공부하던,
거의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한국 남자아이가
잠시 학교에 함께 다녔다는 것이다.
두 달 정도 다니고 덴마크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는데
그 두 달의 기간 동안 아이는 많이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그 친구의 도움을 엄청 많이 받았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딸이 외국 친구들과 대화가 안 통해
속상할 그 순간에 통역사처럼 나타나
딸의 말을 영어로 바꿔 말해준 고마운 친구.
그 친구가 없었다면 아이가 이 학교에 적응하는데
걸린 시간이 두 배는 족히 넘었을 것 같다.
이렇게 감사한 순간들이 쌓여가며,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는 기간이 왔다.
선생님께서는 걱정하지 말라며, 처음에 못 알아듣고 눈물 흘리고
학교에 오기 싫다고 하던 아이들도
6개월만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한다며
딸아이는 총명해서 눈치도 있고 하니 잘 적응할 거라고.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니 걱정 말라고 격려해 주셨다.
이때 덴마크어 선생님과도 상담을 했는데,
1학년 때부터 다닌 아이들이 배우는 Danish for first language와
나의 딸처럼 잠시 여기서 사는 아이들을 위한 덴마크어 수업이
서로 다른 교실에서 다른 선생님과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를 맡은 선생님은 워크북을 보여주시며,
처음에는 수업시간 내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앉아있던 아이가
이제는 단어시험을 치면 거의 다 맞고 그런다며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아직은 4개월밖에 안되어서 그런가?
딸아이는 아직도 한국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 한다.
물론 처음처럼 여기 학교에 가기 싫다고 눈물바람을 하고
아침에 안 일어나려고 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아이를 챙겨주던 인도 친구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전화번호만 주고받았는데
그 친구가 떠나고 많이 슬퍼하고 그리워하던 아이도
다른 우크라이나 친구와 좀 친해졌는지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며 좋아서 얘기를 해준다.
어찌 되었든, 아이가 여기서 좀 더 자유롭게,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려면
영어가 좀 더 빨리 발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매일 10분에서 20분, 영어책을 함께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어휘 문제집을 샀다. 한국에서 여행 오는 지인을 통해
yes24에서 주문해서 받았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때마침 yes24에서 level green 책이
반값세일 행사를 한다는 문자가 왔다.
자세히 보니, purple부터 블루까지 4단계가 있었고,
level red가 가장 낮은 수준인듯한데 절판인지 판매가 안되고 있었다.
책 내용을 정확히 몰라, 일단 2, 3, 4단계를 주문했는데
결론적으로는 2단계가 지금 딸의 수준에는 적당했다.
지문 전체에 모르는 단어가 3~4개 수준이어서 혼자 풀 수 있었고
전자사전으로 단어 찾아가며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처음에 몇 과는 옆에서 같이 봐주었다.
그렇게 어휘 연습을 몇 주 했더니 영어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책을 읽어줄 때 아는 단어가 나오면 아이도 좋아해서
가끔 허들이 있긴 했지만 이 문제집을 매일 풀어나가는 것은
아주 어려워하지는 않았다.
나의 목표는 1년을 채우고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저 세 권을 마스터하고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영어 문법도 병행할 필요가 있었고
영어 문법과외 선생님을 자처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