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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Apr 15. 2024

소박한 진심

그림일기_101


과달루페의 성모


멕시코에서의 생활이 221일째이다. 두려운 카르텔의 풍문을 걱정하면서도 도시의 골목과 사막 마을을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가로지르면서 많은 풍경과 사람들을 만났다.


그 시간 동안 카르텔과의 조우에 대한 불안은 옅어지고 멕시코에 대한 끌림은 짙어졌다. 시설이 투박하고 행정이 불투명하고 조치가 느린 것이 적지 않지만 그것들이 세련되고 투명하고 빠르게 바뀌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실감한다.


냉장고 없는 생활을 시작하면서 시장 발길이 잦아졌다. 시장에 갈 때 마다 초입의 한 잡화점 주인께 그날 필요한 것이 시장 안 어느 가게에 있는 지를 묻곤 한다.


"들어가셔서 왼쪽으로 가시다가 오른쪽으로 돌아서 세 번째 가게에 그것이 있을 거예요."


그 분은 가게 안에서 말로 하다가 잘 전달된 것 같지 않다고 여기면 가게 밖으로 나와서 팔을 휘저으면서 가리켜준다.  이 사람이 실수 없이 꼭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라는 일념에 온몸과 마음을 던지는 모습이다. 이해가 더딘 내가 마침내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양손을 합쳐 합장인사를 건네면 그분은 그 인사를 내게 하지 말고 저 쪽에 하라며 또다시 손을 들어 가리킨다. 


그녀의 손끝에는 시장의 초입에 조성한 과달루페의 성모(Nuestra Señora de Guadalupe)상이 있다.


"소박한 진심

20240414

강민지"


#그림일기 #과달루페성모 #진심 #세계일주 #10년세상순례 #멕시코 #라파스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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