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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Apr 23. 2024

“그 세계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른은 되고 싶어요.”

Ray & Monica's [en route]_149


멕시코 소녀에게 15살의 의미


작년 연말, 옥스나르의 생일 파티에서 한 소녀를 만났다. 그녀는 14살의 카밀라Camila였다. 중학교 3학년 카밀라는 순박하고 얌전한 태도 속에 아직 다가오지 않은 세계에 대한 설레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솔직하고도 당찬 멕시코 소녀의 가장 큰 관심사에 대해 들어보았다.

-14살 소녀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으로 가득할까?

"킨세아녜라Quinceañera라고 아세요?"

-미안해. 좀 알려줄래?

"음... 그것은 여자아이들의 15살 생일파티인데요. 14살의 생일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예요."

-어떻게 다른데?

"어른이 되는 것을 의미해요. 그러니까 15살의 생일파티는 바로 성년식인 셈이죠."

-그럼 다른 생일과 다르게 성대하겠구나?

"맞아요. 사람마다, 형편마다 다르지만 화려한 드레스로 성장을 해요."

-그럼 집에서 하는 파티는 아니고?

"대부분 많은 게스트들이 참석 가능하고 춤도 출 수 있는 곳을 빌리죠. 일종의 큰 레스토랑이나 이벤트 홀이요."

춤은 누구와 추는 거야?

"특별한 남자를 초대할 수 있어요."

-그 남자는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

"꼭 그렇지는 않지만... 참벨란Chambelán이라고 하는데 여주인공을 보호하고 춤의 파트너가 되어요."

-참벨란은 15살 남자 아이어야 되나?"

"아니요. 14살일 수도 있고 16살이나 17살일 수도 있어요."

-좋아하는 또래의 남자면 되는구나. 그럼 너는 참벨란이 될 남자아이가 있어?

"아직은 없어요. 아버지께서는 제가 15일 될 때까지 남자아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기를 원해요."

-그렇다고 넌 남자아이에 관심이 없는 거야?

"사실은 관심이 있죠. 그렇지만 아버지께서는 모르고 계시죠."

킨세아녜라quinceañera는 '15'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quince'와 '연도'를 의미하는 'año'의 여성 파생어로 15살 여성을 의미하지만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 문화에서는 '성인식'을 의미한다.

소녀에서 여성으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이 특별한 날은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소박하거나 성대한 축하행사가 이루어진다. 성당에서 신부로부터 축복을 받는 것으로 마칠 수도 있지만 특별한 맞춤 드레스로 성장을 하고 참벨란이 호위하는 큰 축하행사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이벤트 기획자까지 동원되어 테마가 정해지고 그에 맞게 식장이 장식된다. 손님 목록이 작성되고 그 하객들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결혼식처럼 큰 비용이 드는 행사이다.

-킨세아녜라를 하고 나면 무엇이 달라질까?

"더 이상 아이가 아닌 것이죠. 부모님이 절 더 존중하게 될 거예요. 저도 세상에 대해 더 이상 무방비 상태가 되어서는 안되고요."

-맞아. 예우를 받는 만큼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겠구나. 그럼에도 어른이 빨리 되고 싶어?

"제가 들은 바로는 어른이 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어른은 비용이 많이 들고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은 권위적이 되어야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전 제 자신에 대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를 제 자신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책임감은 킨세아녜라파티를 한다고 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잖아. 천천히 그런 어른이 되는 준비를 해야 될 텐데 넌 그런 준비를 하고 있어?

"부모님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이고 그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제게 다가오는 것이 무엇인지 제가 알고 있다면 그것을 다루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겠어요?"

-이미 부모님께서는 그 점에 대해 조금씩 알려주시고 있겠구나.

"부모님께서 여러 면에서 저를 준비시키고 있구나, 하는 점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인 저로서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지만 마음속으로 각오는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야 내가 직면해야 하는 삶에 대해서 내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요."

-사실은 어른들도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많아. 오히려 어른이 되고 나서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곤 하지. 넌 어른이 되고 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뭐야?

"먼저 부모님이 안 계셔도 제가 혼자 무탈하게 있을 수 있을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어느 날 홀로 집을 떠나보고 싶어요. 그래도 내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부모님께 확신시켜드리고 싶어요."

-부모님의 허락 없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싶은 건가?

"그런 셈이죠. 매일 밤 내버려두어도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드리고 싶은 거죠."

-만약 혼자 여행을 간다면 어디를 가고 싶어?

"미국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어요. 그곳에 가보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거든요."

-그곳에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것을 보니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어린이 같은데...

"그곳에 혼자 간다는 것은 비자와 경비를 제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다는 점에서는 달라요."

나는 이 당찬 소녀의 킨세아녜라 파티에 꼭 초대받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아버지, 카를로스의 바비큐 파티 초대로 그녀 집을 방문할 수 있었고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14살이었지만 어른처럼 단단했다.

카를로스는 이번에 그녀에게 와인 한 잔를 건넸고 카밀라도 우리와 함께 건배할 수 있었다. 그녀는 1주일간의 방학이라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 가지 않는 날들에 어떻게 보냈어?

"책을 읽었고 노래를 불렀고 나머지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친구들과 외출을 한 것은 딱 한 번이고요."

-무슨 책을 읽었어?

"살인 사건을 겪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One of Us Lies이요."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캐런 M. 맥매너스영 어덜트(Young Adult) 스릴러 소설이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 모인 파티자리에서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카밀라와의 대화 기회는 다시 오지 못했다.

밤이 늦었지만 케이라Keira와 나에드Naed 쌍둥이 자매가 카밀라를 찾아왔다.


●인생 요리사, 카를로스의 바비큐 파티

https://blog.naver.com/motif_1/223422487011


#성인식 #킨세아녜라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라파스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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