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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OK Dec 10. 2022

인스타그램의 대항마? [BeReal 비리얼] 이용 후기

제한시간 안에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찍어 올려야 한다고요?

요즘 인스타 왜케 노잼이냐?



갈수록 상업화되는 인스타그램에 지쳐가던 요즘..


얼마 전 혼자 비엔날레 보러 독일 여행을 갔다온 친구 하나가

거기서 우연히 친해진 독일 10대 애들에게 배워왔다며 뭔 듣도 보도 못한 앱을 소개해줬다.


알림이 오면 그 즉시 자기 상태를 찍어 올려야 하는 앱으로

뭘 꾸미거나 할 새가 없어 진짜 가감없이 리얼한 모습을 서로 볼 수 있는 앱이라고 했다.



꽤나 '비리얼'했던 당시 내 반응



한 해에도 수많은 소셜미디어들이 야심차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오늘날,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신생 소셜미디어.


'진짜'를 보여주는 SNS, [BeReal 비리얼] 얘기다.



'진짜를 보여줄 시간' BeReal.





비리얼의 기능은 지극히 단순하다.


1.하루에 한번 'Time To Be Real' (진짜가 될 시간)이라는 알림이 온다.

2. 2분 내에 전면카메라(셀카)후면카메라(내가 보는 풍경)를 동시에 촬영해 올린다.


끝.

참 쉽죠?



이 단순한 과정이 의외로 꽤나 재밌다.

내가 생각하는 비리얼의 매력은 크게 세가지.

내가 업로드를 해야만 다른사람의 게시물을 볼 수 있는 것,

전후면 동시 촬영, 그리고 2분 제한이다.





1)선업로드, 후감상



비리얼의 첫번째 기본 원칙은 나를 먼저 보여줘야 남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진솔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sns이다 보니

가감없이 리얼한, 어찌보면 추레할 수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하기에

상호 추레함을 교환하는 이런 시스템이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꾸준한 업로드를 이끌어내지 않나 싶다.


저렇게 블러처리 되어있으면 궁금해서라도 헐레벌떡 올리게 되는 게 사람 심리.





2)전후면 동시촬영


접니다.


두번째는 전면/후면 카메라 동시촬영이다.

내가 가장 매력을 느낀 게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

나의 현재 상태(셀카)내가 보는 세상(후면카메라)을 동시에 포착하는 다층성은

이전의 소셜미디어에서 기대해본 적 없는 기능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비리얼은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과 틱톡으로 가라'고 말하며

소셜미디어의 상업화를 지양하는 안티테제 플랫폼이지만

현실적으로 언젠가는 상업성을 띠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 꽤 매력적인 광고매체로 활용될 것 같다고 느껴진 부분이

바로 이 전후면 동시촬영이었다.


지금도 소셜미디어 팔이피플의 주된 소구방식은

'그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고, 좋아서 추천한다'는 식인데,

가감없이 실시간의 모습을 공유하는(혹은 '그런 컨셉'인) 비리얼만큼

인플루언서 기반의 상품 마케팅이 타겟에게 실감나게 어필될 플랫폼이 또 어디있을까 싶다.


'헤일리 비버의 내츄럴하게 흔들린 실시간 비리얼 셀피에 슬쩍 비친 협찬제품 하나..

저 제품의 정체를 알아내려 뜬 눈으로 밤을 샐 팬걸들과 그 노출 한번에 몇십만달러를 지불할 광고주들... '

벌써 재밌다. 상업화의 맛은 참 자극적이고도 달콤하고나.



(물론 비리얼의 흥망성쇠는 이런 가공된 컨텐츠와 유저를 얼마나 걸러내느냐에 달려있는 것도 맞다.

동시에 돈 안 벌리면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 또한 맞다. 참 소셜미디어 서비스라는 건 복잡하고 어렵다.)




3)2분 제한


멋있는 거 보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어도 펜트하우스 보던 중이면 그냥 펜트하우스 보는 사람 되어야하는 게 비리얼의 매력


마지막은 업로드 2분 제한이다.

알림이 오면 2분 안에 전후면사진을 찍어야하며, 기회는 단 두번뿐이다.

알림을 놓쳤더라도 추후 다시 찍을 수야 있지만, 이 경우 '늦었다'는 표식이 남게된다.

표식이 남는 건 두번째 찍은 걸 업로드한 경우도 마찬가지.

이 경우 첫번째 사진을 버리고 '두번째 시도를 했다'는 표식이 남게된다.

정말 지독하게 '리얼함''실시간'에 집착하는 플랫폼이다.





그밖에도 이모지대신 이모지를 직접 따라한 사진을 사용하는 '리얼모지',

24시간이 지나면 댓글이나 반응이 지워지고

인스타 스토리처럼 업로드한 본인만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등이 비리얼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이다.





비리얼을 보며 느끼는 소셜 격세지감


대략 6년전만해도 내 주변 모두가 당연히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는 페이스북이었다.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는데, 그때의 페이스북은 네이버/다음 카페를 대체하는

공식 커뮤니티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과 관련 공지도 당연한듯 페이스북 학과 그룹을 통해 공유되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페이스북은 한 물 가고 인스타그램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사람만나면 연락처보다 먼저 인스타 뭐야?를 먼저 묻는 게 예삿일이었고,

카톡만큼 dm이 일상적 소통수단이 되었고,

셀프브랜딩의 기본은 자신의 오피셜 인스타 계정을 만드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바로 그 인스타그램을 떠나고 있다.

숏폼 도입, 쇼핑기능 도입 등 수익성을 위해 기존의 모습이 많이 달라진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익숙함에서 오는 지루함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고, 안목있는 얼리어답터들이 이를 선점하면 대부분의 보통사람들도 그들을 선망하며 그 뒤를 따르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흔한 상품이 되면, 초기 이용자들은 그 흥미를 잃는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 떠난다.

이러한 유행 싸이클 속에서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들이 새로움을 표방하며 빛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대표적인 예가 아마 클럽하우스....

(이 앱의 전례없는 배척성에 눈 돌아가며 초대장받으려 애쓰던 우리는 다 어디갔나..)




지금까지의 소셜미디어들이 가지고 있던 부차적인 요소를 거침없이 덜어내고,

번거롭지만 신선한 제약과 컨셉으로 무장한 신생 소셜미디어 BeReal 비리얼의 미래가 궁금하다.

소셜미디어로 구현될 수 있는 진정성은 어디까지일지,

이 시대에 떠오르는 '실시간 소통'은 어디까지 먹힐 수 있을지.


간만에 순수한 흥미를 가지고 이용해본 플랫폼인 만큼, 비리얼이 그 답을 만들어나가는

유니콘이 될 수 있길 내심 바라본다.


(덧붙여, 나는 아마 비리얼을 한동안 꾸준히 사용해볼 듯 하다. 단, 내 친구들이 업로드를 하는 한.

근데 얘들아, 이제 왜 하나 둘씩 안 올리는 느낌인 거니? 다들 나만 놓고 간거니?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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