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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 Oct 02. 2023

병원비 아깝다고 예약 취소한 엄마

돈이 뭐길래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친정엄마는 워킹맘인 딸의 자식, 즉 손녀의 유치원 등원을 위해 걸어서 10분 거리에 사는 나의 집에 오전 7시 30분까지 출근하신다. 그리고 나는 7시 40분에서 45분 사이 엄마와 바통 터치를 하고 집을 나서 회사로 출근한다. 나는 내 몸 하나 준비 하는 것도 정신이 없어 엄마가 왔음에도 간단한 대화조차 하지 못하고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급한 용건이 있으면 카카오톡으로 주고받는데 용건은 주로 아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별 대화 없이 나는 출근을 하려고 신발을 신다 엄마 다리에 까맣고 큰 무언가가 눈에 확 들어왔다. 회사원에게는 1분 1초가 생명이기에 대화가 길어질까 물어보지도 못한 채 출근을 했다.
며칠이 지나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갑자기 엄마 다리의 까만 그것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아 맞다!"

나는 엄청 중요한 것을 알아챈 듯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 다리에 까만 거 그거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뭔데~~ 엄청 큰 거 같던데? 언제 생긴 건데"
"몇 년 됐어."
"뭐?"

몇 년 됐다는 말에 기가 막혀 통화버튼을 눌렀다.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괜찮아. 후시딘 바르고 잡아떼면 없어졌다 다시나기도 해."
"아 진짜. 내가 못살아. 나랑 같이 가. 당장"

며칠 후 나는 일단 엄마를 모시고 동네 피부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혹시 모르니 큰 병원에 가보시라고 서류를 작성해 주셨고 나는 그날 바로 가까운 종합병원에 전화해 가장 빠른 날로 예약을 했다.

그날이 다가왔다.
나는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 2시 반 알지? 1시 40분까지 데리러 갈게"
"오지 마. 안가."
"뭐?"

가슴이 덜컹했다. 카톡으로는 안될 것 같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왜 또 안 간다는 거야?"
"안가. 오지 마. 별거 아니야. 내일 봐~"
"간신히 예약하고 나도 시간 냈잖아. 가보자. 응?"
"안가~~"



.......

"엄마~내가 1시 40분까지 집 앞으로 갈게. 나와."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카톡의 1은 없어지지 않았다.
나는 안다. 엄마는 한번 고집부리면 절대 안 한다.

 이해가 안 된다. 병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십몇만원 아끼고자 저러는 것일 텐데 분명히...(어차피 진료비는 내가 계산할 생각이었음)
....


엄마는 그렇게 스스로 병원 예약을 취소하셨다.

며칠이 지난 후 나는 엄마의 솔직한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본인이 의사도 아니면서 별 것도 아닌데 큰돈 주고 정밀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돈 버리는 짓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나는 자식으로서 이것이 돈을 까먹는 일일지언정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내 눈으로 확인을 하고 싶으니까 다시 예약해서 검사를 받자고 했지만 큰 병이면 몇 년 동안 아무 일 없었겠냐며 본인이 본인 병은 제일 잘 안다는 듯이 그것은 헛돈 쓰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우리 엄마는 아주 가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데 자식으로서는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평소에는 둘도 없는 친구 같지만 이럴 때는 절~~~ 대 자식 말을 듣도보지도 않는다.

이후 몇 번을 더 설득해 보았지만 엄마의 엉덩이를 떨어뜨릴 능력이 나에게는 없었다.

아직도 엄마 다리의 까만 그 정체가 나는 너무나도 신경이 쓰여 미쳐버리겠다. 휴


딸의 주머니 사정이 좀 괜찮았다면 엄마는 병원에 가셨을까?

그 누구도 나의 월급을 탓한 적은 없는데,

엄한 나의 쥐꼬리 같은 월급을 스스로 괜스레 원망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엄마의 기분이 꽤 괜찮아 보일 때, 다시 한번 슬그머니 접근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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