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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Sep 06. 2024

배롱나무


배롱나무가 백일동안 꾸역꾸역 꽃잎을 내어 놓습니다. 옆의 대추나무는 떫은 속살을 달게 채우고 있는데, 배롱나무는 자꾸만 꽃잎을 뭉텅뭉텅 쏟아냅니다. 갈수록 꽃색은 더 짙어지기만 하고요. 내려놓기가 이리도 어려운 걸까요? 어떤 미련일까 싶어 여름 내내 마음이 쓰였더랬습니다.


백일동안 꽃이 피는, 그래서 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는 실은 꽃이 떨어진 자리에 새 꽃이 피어 계주를 펼치는 것입니다. 그렇게 백일 가량 바통을 이어받다 보면 올벼가 나오는 가을이 오겠지요.


배롱나무처럼 유독 붉게만 익어 가던 여름도 이제는 서서히 떠나가고 있네요. 역시 누구도 시간을 거스를 순 없나봅니다. 인간도 자연도

순리대로 순하게 사는 것이 답이구나 싶은, 오늘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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