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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바스찬 Nov 15. 2024

이런 영화인데, 아직도 안 보셨어요?

<아메다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 개봉한 지 벌써 9일이 지났다. 이 영화, 정말 대단한데 아직 안 보셨나요? 물론 사람마다 취향은 다를 수 있지만, 저는 이 영화를 많은 분들이 꼭 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이 영화와 함께 감독, 그리고 배우들 모두가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말이다.


김민하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건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었던 단편 영화 <빨간마스크 KF94>를 통해서였다. 이 작품은 일본 귀신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하고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만든 독특한 영화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그는 <버거송 챌린지>로 많은 호평을 받았으며, 해외 영화제에서도 초청을 받으며 주목받는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24년, 드디어 그의 첫 장편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되었다. 이 영화를 정말 보고 싶었지만 당시엔 놓쳐서 아쉬움이 컸다. 다행히 개봉 전 특별한 기회로 영화를 볼 수 있었고, 이후로도 여러 번 관람하게 되었다. 한 번 봐도 잊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이 영화는 저에게 큰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즐거움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N차 관람을 망설이지 않을 만큼 특별한 여운이 남는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예전에는 웬만한 영화들을 보면 단순히 웃으면서 즐기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웃음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내 머릿속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편이라,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도 <파일럿>에서는 크게 웃지 못했고, <범죄도시 4>와 <베테랑 2>에서도 중간중간 유머 포인트가 있었지만 웃음이 잘 나오지 않았다.


올해 본 한국 코미디 영화 중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의외로 <핸섬 가이즈>였다. 그 영화는 정말 오싹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었고, 특히 많은 관객들과 함께 관람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이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로 많은 관객들과 함께 보니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단순히 공포를 고집하는 작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 놀라웠다. 예상치 못한 재미와 독특한 설정들이 가득해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사하는 영화로 느껴졌다. 코미디와 공포를 절묘하게 엮어낸 이번 작품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 영화에는 네 명의 '아메바'가 등장한다. 바로 '김도연', '손주연', '강신희', 그리고 '정하담' 배우다. 개인적으로 '정하담' 배우의 이전 작품들과 연기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영화에서도 그녀를 보며 더욱 응원하게 되었다.


이 네 캐릭터들은 각자 자기주관이 매우 강하고, 성격 또한 뚜렷하다. 마치 절대로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랄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서로 다른 네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순간부터 영화의 재미와 흥미가 폭발적으로 살아난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팀워크가 만들어내는 어색하면서도 기막힌 케미가 관객들에게 큰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조합이야말로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나는 이전부터 "뻔뻔하면서 FUN FUN한 영화"라는 글귀를 종종 써왔다. 그리고 이 영화에도 역시 이 표현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초반부는 공포영화의 정석을 따르며 여러 가지 공포 요소들이 사용된다. 특히 한국 관객들이 싫어하는 "점프 스케어" 장면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코믹한 상황들이 이어진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포와 코미디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관객들에게 싫어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이런 과감하고 뻔뻔한 연출 덕분에, 오히려 싫어하는 요소마저도 사랑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그 경계를 허물며 웃음과 공포를 모두 잡아낸, 정말 특별한 작품이다.


사람들에겐 종종 이런 편견이 있다. 능력 있는 감독과 유명 배우들로 가득 채워진 영화가 최고의 영화이며, 가장 재미있는 영화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지금은 매번 새로운 시도와 신선한 매력을 가진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능력 있는 감독이 아닌 신인 감독의 작품이 주목받고, 유명한 배우가 아닌 개성 있는 배우들의 영화가 빛을 발하는 시대다. 이 영화 역시 그런 틀을 벗어난 작품이다. 출연한 배우들은 저명한 스타가 아니지만 각자의 매력을 뽐냈고, 감독은 단편 영화로 많은 상을 수상하며 이미 실력을 증명한 의외로 능력 있는 연출자였다.


이 영화는 편견 없이 본다면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이 영화가 전하는 재미와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코리안 판타스틱 감독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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