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레그스>
해외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마케팅에서도 역대 공포 영화 최대 흥행 기록을 내세우며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는 10월 30일에 개봉했다. 조금 늦은 시기에 이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확실히 잘 만든 공포 영화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이고 말았다.
일단 이 영화는 굉장히 기분 나쁜 영화다. 여기서 "기분 나쁘다"는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가 정말 형편없고 내 취향에 맞지 않다면 돈을 버린 듯한 허탈감에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다. 반면, 영화의 퀄리티가 너무 자극적이어서 관객들까지 두려움에 휩싸이게 만든다면 또 다른 의미에서 기분 나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영화는 후자에 가깝다. 주인공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며, 이를 화면에 생생하게 드러낸다. 연출 또한 굉장히 불안정하고, 불쾌한 사운드 효과는 관객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 영화 전체가 내내 불편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심박수는 미친 듯이 올라갔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 극심한 두려움과 속이 답답한 기분이 몰려왔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진정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 심호흡까지 해야 했다. 이런 경험은 내게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이 영화가 단순히 '잘 만든 공포 영화'를 넘어서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즈 퍼킨스 감독은 여러 영화에서 조연과 단역으로 배우 활동을 했으며, 이후 <페브러리>와 <그레텔과 헨젤>을 연출했다. 한국에서는 <그레텔과 헨젤>을 볼 수 있는데, 이 영화의 평점이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또한, 그는 <롱레그스>라는 영화를 연출했으며, 이 작품으로 이미 해외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주목받는 감독이 되었다.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반응이 꽤나 엇갈린다. 역대 최고의 공포 영화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영화를 보다가 잠들거나 중간에 나갔다는 후기들도 많았다.
주인공 마이카 먼로 배우의 연기도 돋보였으나,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력에는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가 등장하는 줄 몰랐다. 도대체 어디에서 나올까 궁금했는데... 이건 정말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의 이전 주연작 <드림 시나리오>와 비교해도, 이번 작품에서의 연기는 확실히 역대급이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그의 연기가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도 올랐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많은 사람들도 이 영화에서 니콜라스 케이지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공감할 것이라고 본다.
영화는 굉장히 조용하면서도 동시에 소란스럽다. 101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결코 길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길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다. 정적인 장면에서 롱테이크로 연출된 장면들이 많았는데, 아마도 그런 장면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조율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장면에서 화면비율을 다르게 연출한 점도 정말 인상적이었고, 생각보다 작품성이 상당히 돋보이는 영화였다.
영화 속 장면들은 꽤 잔혹했다. 징그러운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보면서 나도 모르게 충격을 받거나 주인공처럼 입을 틀어막으며 깜짝 놀랐던 순간들이 많았다. 점프 스케어 장면도 약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로 인해 영화 내내 놀라는 포인트가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인지, 뒤로 갈수록 더 잔혹하고 무서운 장면들이 나올 것 같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졌고, 그 때문에 손과 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했었던 것 같다.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 의견이 가장 갈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수사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악령"과 "숭배" 같은 요소가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이질적이고 어색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처음에는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모습이 나오지만, 점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면서 종교적인 의미가 들어가는 전개가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면, 이 영화는 시작부터 이러한 요소들로 흘러갈 것이라는 징조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에서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계속해서 보여지는 사건의 전말과 진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여러 요소들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혼란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 "저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다른 누군가가 이 영화를 제작했다면 이 정도의 퀄리티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최근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날도 시내에 있는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남는 시간에 영화를 보러 갔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심리적으로도 불안감과 두려움이 조금 있었다. 평소에는 영화를 보면서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데, 이번 영화는 솔직히 내게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연출이 워낙 디테일하고, 주인공의 불안과 두려움을 너무 생생하고 자극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많이 힘들었다.
화장실로 곧장 달려가 헛구역질을 하며, 온몸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고 심호흡으로 숨을 고르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사실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보다 더 심리적으로 강렬한 공포영화를 봤을 때도 이런 반응은 없었는데, 평소의 내 모습이라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가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보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에 잠식되고 말았다.
이렇게 작품성 있고,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반가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보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트라우마를 남겨준 영화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미스터리로 시작해 혼란 속에서 풀리지 않은 미제사건처럼 끝나는 기분을 남겼다. 이번 영화는 확실히 관객들의 반응이 엇갈릴 만하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미국에서 큰 호평을 받고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