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책_2023.05.07.일
‘다른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다’
3일간의 연휴의 마지막날.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으로 시작하는 하루이다. 항상 돌아가는 시곗바늘처럼, 보통의 일주일 중 하루에 불과한 일요일일 뿐인데 왜 이리 불편한 마음인지 모르겠다.
월요일을 잘 맞이하기 위해, 지난 시간 동안의 피로를 풀기 위해 좋아하는 온천을 가기로 한다. 다행히 집 근처에 온천이 있어서 목욕탕 가듯이 갈 수 있어 편하다. 온천과 북한산 별다방을 두고 고민하던 와이프는 별다방을 선택하고 사람이 많이 붐빌 것 같아 이른 아침부터(도착시간 am7시) 움직여본다. 와이프를 별다방에 내려주고(이미 별다방 주차장은 가득 찼다) 혼자만의 여유를 가져보리라 다짐하며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가본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아침에 펼쳐본 마법의 책 내용을 떠올리며 눈을 감고 글 내용을 구상해 본다. 그러다 문득 나의 브런치 소개글이 떠올랐다.
‘와이프와 함께하는 일상과 여행..’
여행이라... 와이프와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느껴지는 감정과 일상에 대해 적어보려 했던 마음은 얼마 안 되어 소재가 떨어지고 글은 점점 삼천포로 빠져나간 듯하다.
은평구와 고양시가 섞여있는 듯한 동네 이곳이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북한산이 있어 주변에 이쁜 카페들이 줄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행을 가더라도 와이프와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수많은 다름 중에 유일하게 같음이다.) 근처의 조용한 카페에서 가만히 앉아 주변의 경치를 즐기며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나만의 온천을 마치고 와이프가 있는 북한산 별다방을 가보았지만 등산객들과 다양하게 카페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저런 핑계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또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발견했다. 조용한 분위기에 늘 마시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며 하나둘씩 들어오는 차량들을 경치 구경삼아 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다’
오늘 마법의 책이 보여준 문장이다.
온천에 몸을 담그며 생각을 해보아도,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빼며 궁리해 보아도, 냉탕에 들어가 정신을 차려보아도, 약탕에 들어가 한약 냄새를 맡으며 머리를 맑게 만들어보아도.. 도저히 뭘 어떻게 써야 할지 글의 앞머리를 잡을 수가 없다. 항상 옆에서 응원해 주는 와이프와 근래에 열심히 내 글을 읽어주는 엄마, 그리고 와이프의 지인들만이 나를 응원해 주는 분들이라 생각해 왔는데 다른 사람들의 응원이라니.. 무척 설렌다.
주저리주저리 써 내려가는 글에 큰 의미도, 앎도 없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만한 글도 아니고, 위로도 되지 못하는 글일 뿐이다. 그래도 한분씩 눌러주시는 다른 작가님들의 응원에 와이프와 함께 기뻐하고 뭔가 뿌듯함을 느끼며 일주일의 하루를 마감해 가는 것이 어느덧 나의 일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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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와이프 지인들의 응원으로 가득 찼던 나의 글에 조금씩 다른 작가님들의 응원이 늘어갈 때 나 보더 더 좋아하던 모습의 와이프가 생각난다.
지금 와이프는 내 앞에서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지만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마치 진짜 작가라도 된 것처럼 기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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