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막연히 들었고, 우연히 보았을 뿐이었다. 배우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다. 마음이 이렇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생각 없이 공짜 노래를 듣기 위해(어쩌면 유료 음악 듣기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를 뒤적거리다가 듣게 된 피아노곡에 마음이 빼앗겼다.
솔 시 파# 시 미 레도레 솔 라 도 미 솔 파# 레 시 라
굉장히 단순한 느낌의 곡이었지만 난 이곡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다. 한 곡이 너무 짧게 끝나는 것이 아쉬워 조금 더 길게 만들어 주시지 하는 생각을 가졌다.(혹시 이 곡만 반복해서 나오는 곳이 있을까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나의 검색 실력으로는 찾아내지 못했다.) 매일 이 곡을 들으며 “따 단~ 따 단~ 따 다라라~” 흥얼거릴 정도였다. 나에게 뭐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었지만(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막연하게 귀로 들어와 심장 쪽으로 흘러들어 가버리고 나면 이상하게 큰 여운만이 남았다.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피아노곡에 관심을 보이자 똘끼 충만 위대하신 절대자님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이분께서 가르쳐주겠다는 말과 함께... 어느 날 만난 YAMAHA 건반,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지만 생판 초짜에게는 싼 것도 아니었다. 며칠 후 가져온 몇 장의 종이에는 흔히 말하는 여러 종류의 콩나물이 그려져 있는 오선지, 그리고 높은 음자리표(이것 밖에 모르겠다.)가 있는 악보였다.
“크리스마스에 공연해 보는 거야”라는 말과 함께
난감했다. 처음 두들겨 보는 건반, 악기라고는 음악시간에 캐스터넷츠, 리코더, 실로폰 밖에 배워본 적이 없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흔들어재끼던 탬버린 밖에 모르던 나에게, 건반이라는 엄청난 녀석이 나와 마주하고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건반 하나씩 누를 때마다 맑은 소리가 난다. 대단하게 생각은 했지만 하나씩 누르는 건반으로 이렇게나 조화롭고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것이 탄생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이젠 그들의 틈에 조금 기어들어가게 되는 건가~ 하는 약간의 설렘과 먼 훗날 그 음악을 연주하고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흐뭇함을 감출 수가 없다.
이제 나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려 한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포기만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먼 여정이 되겠지만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