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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Nov 06. 2023

빈병 수거 거부, 보증금 버리고 왔어요.

소주·맥주병 등을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져가면 보증금으로 되돌려 받는 ‘공병 보증금 반환제도’, 다들 알고 계시죠?

'빈용기를 회수하여 재사용하기 위해 주류와 청량음료의 가격에 빈용기 보증금을 포함하여 판매하고, 이를 반환하는 소비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로 자원 재활용과 환경을 위해 매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주변 마트와 편의점에 빈 병을 가져다줄 때마다 시원하게 보증금을 받고 온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분명 제가 낸 돈인데 말입니다. 쉬는 날을 맞아 딱 한 번만 불편하기 위해 모아둔 공병 30병을 들고 근처 마트에 갔습니다. 혹시나 수거하는 날이 아닐지도 모르니 미리 확인하고서 갔어요. 


"빈 병 어디에 가져다 놓으면 될까요?"

"(인상을 쓰며... 귀찮다는 듯) 오늘은 안 받는데..."

"수거일인 월요일이고, 오후 3시~4시라고 쓰여 있어서 3시 10분에 왔는데요."

"아,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안 받아요."

"일기예보에만 비가 오고, 실제로는 안 내리는데도요?"

"네.."


뭐 어쩔 수 있나요...

빈 병을 들고 편의점 두 군데를 돌았습니다. CU에서는 화, 목 오전 9시, GS에서는 목요일 오후 즈음에만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다시 돌아섰습니다. 분명 내가 알고 있던 시간이 아니었는데 언젠가부터 바뀌었나 봅니다. 다시 해당 시간에 들려보면 알겠지만 안내문도 없어서 가게마다 다른 수거 시간은 메모를 해 두어야 할 지경이지요. 하지만 트라우마가 생겨서 못 가겠어요. 또 시간이 달라지면 그 무거운 애들을 쨍그랑 쨍그랑 들고 다녀야 하니까요.


분명 병 라벨지에 붙은 100원은 돌려준다고 믿고, 그 돈까지 더해서 한 병을 샀을 텐데 왜 이리 나 자신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짜증이 나더라고요.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집까지 다시 이 병들을 들고 오기가 싫어져서 근처 분리수거하는 곳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생수 한 컵을 벌컥벌컥 마신뒤 자료를 찾아봤어요.



출처 :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


소매점, 도매점의 고충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뚜벅이 소비자에게 돌아온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매점 개점 시간 내에는 요일. 시간에 관계없이 지불함' 이를 어길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라고 나와 있는데도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제도는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인수거함'을 생각하실 텐데 지방에는 그것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술병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술을 너무 마셨다고 받는 벌로 걷는 '십자가의 길'인가?, 우리 가족 모두 술을 끊어야 하나?


결국 제도의 문제는 개인의 탓으로 돌리게 마련 인가 하는 생각에 '빈병보증금 반환제도'의 운영에 어느덧 가스라이팅당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글이라도 남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변화하지 않으면 모두가 불편해지는 이 제도에 당당히 물음표를 던지겠습니다. 


이대로 괜찮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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