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의 겸손과 무어의 효율: 성공의 윤리적 딜레마를 해부하다
현대 사회는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단단한 믿음 위에 서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능력에 따라 경쟁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얻는다는 명제는 우리의 노동 윤리와 사회 정의를 지탱하는 핵심 기둥입니다. 사람들은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1:1로 교환하는 '직선적 노력'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이 믿음은 자주 흔들립니다. 누군가는 평생을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자신보다 적게 일하고도 지수함수적인(Exponential) 부와 영향력을 축적합니다. 이 차이는 종종 '능력'이라는 이름 대신 '레버리지(Leverage)'라는 실질적인 도구에서 발생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 외의 시간, 자본, 지식을 활용하여 투입 대비 산출을 극대화합니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합니다.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우리의 성과가 타고난 재능과 구조적 행운에 크게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자들이 이를 오직 자신의 노력의 산물로 치부하는 '오만(Hubris)'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능력주의라는 허울 좋은 경쟁 속에서 패배한 이들에게는 굴욕(Humiliation)만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공의 절반이 운이라면, 우리는 효율(레버리지)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레버리지』의 저자 롭 무어는 투입 대비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타인의 시간을 빌리고, 기술을 활용하고, 자원을 동원하라고 강력하게 권고합니다. 이는 1:1 노동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수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이 에세이는 샌델의 비판적 윤리와 무어의 실용적 효율성 사이의 딜레마를 탐구합니다. 과연 능력주의라는 착각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구조적 행운을 인식한 개인이, 레버리지라는 기회의 지렛대를 탐욕이 아닌 책임과 효율을 위해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모색할 것입니다.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현대 사회가 신봉하는 능력주의(Meritocracy)가 '공정하다는 착각'에 불과하며, 오히려 사회를 분열시키고 패배자에게 굴욕감을 안기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레버리지』가 전제하는 개인의 역량 강화라는 미시적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재능의 무작위성
샌델은 우리가 '능력'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개인의 통제를 벗어난 우연의 산물임을 강조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지능, 예술적 감각, 운동 능력을 타고났더라도 이는 순전히 유전적 복권(Genetic Lottery)에 당첨된 결과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성공의 대가로 받는 보상은 나의 노력(Effort)뿐 아니라 운(Luck)에 대한 보상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조적 행운과 배경의 영향
성공은 개인의 재능을 넘어선 구조적 배경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습니다.
가정 배경: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는 더 나은 교육 자원, 인맥, 문화 자본을 누리며, 이는 스스로 노력하여 얻기 힘든 선행 레버리지를 제공합니다.
시대적 운: 1980년대 컴퓨터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실리콘밸리에서 일한 사람과 2000년대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일한 사람은 그들의 능력과 무관하게 시대적 운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었습니다.
능력주의는 이러한 '운'의 요소를 애써 외면하고, 모든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노력과 능력 탓으로 돌립니다. 이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오만(Hubris)을,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굴욕(Humiliation)을 안겨주며, 사회 계층 간의 연대(Solidarity)를 파괴합니다.
능력주의는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을 넘어, 사회 구성원의 심리적, 윤리적 태도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샌델은 공정함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사회를 더욱 잔인하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승자의 오만 (Hubris)
능력주의 하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를 '나의 능력과 노력에 대한 완벽한 보상'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에 내포된 구조적 행운이나 사회적 지원의 역할을 무시하게 됩니다.
결과: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획득한 부와 지위를 마땅히 받아야 할 몫으로 간주하며, 실패한 사람들을 게으르거나 무능한 탓으로 돌립니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경시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윤리적 오만으로 이어집니다.
패자의 굴욕 (Humiliation)
능력주의는 패배자들에게도 잔혹합니다.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자신의 실패가 오직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내면화합니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보상을 받지 못할 때, 그들은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기보다 자신에 대한 굴욕감과 자책에 빠지게 됩니다.
결과: 능력주의는 패배를 개인의 윤리적 실패로 규정짓기 때문에, 사회적 연대는 깨지고 패배자들은 분노와 증오를 키우게 되며, 이는 포퓰리즘과 같은 극단적인 정치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심리적 대가는 『레버리지』가 제시하는 효율 극대화 전략을 적용할 때 매우 중요한 윤리적 잣대가 됩니다. 만약 레버리지가 승자의 오만을 강화하는 도구로만 사용된다면, 그 효율성은 사회 전체의 불행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공정하다는 착각』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운(Luck)'을 인지하는 겸손함이야말로 『레버리지』라는 도구를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겸손한 성과
샌델은 우리가 성과를 인정하되, 그 성과를 오롯이 자신의 공로로 돌리는 대신 운과 구조에 대한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겸손함은 성공한 자가 자신의 자원을 '마땅히 가질 자격'이라는 오만 대신 '공동체를 위해 활용할 책임'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하게 합니다.
레버리지 활용의 재정의
앞서 <구조 해부: 『공정하다는 착각』과 성공의 '운(Luck)' 요소>에서 확인된 구조적 행운은 레버리지를 활용할 자격을 가진 소수에게 기회의 불균형을 가져다줍니다. 이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레버리지는 단순한 개인의 이윤 극대화 수단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을 사회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윤리적 도구로 재정의될 수 있습니다.
샌델의 관점은 다음 장 <효율 극대화: 『레버리지』와 1:1 노동 구조 탈출>에서 다룰 롭 무어의 효율성 전략이 단순히 탐욕적인 시간 절약법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성과 창출을 위한 필수적인 관리 기술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구조를 알고 겸손해지는 것이, 역설적으로 효율적인 레버리지를 윤리적으로 정당화하는 기반이 됩니다.
마이클 샌델이 능력주의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면, 『레버리지(Leverage)』의 저자 롭 무어는 이 능력주의 경쟁의 효율성 문제를 지적합니다. 무어는 대부분의 사람이 시간과 노력을 1:1로 교환하는 선형적 노동(Linear Effort)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진단합니다.
성과(Result)∝노력(Effort)×시간(Time)
* 개인의 성과가 오직 자신의 노력의 강도와 투입한 시간에 정비례한다는 뜻
이 공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성실한 노동의 공식이지만, 이 구조 안에서는 '시간 = 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여, 개인의 성과는 하루 24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공정하게 경쟁하려 해도, 노력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 외에는 성과를 늘릴 방법이 없습니다.
이러한 1:1 노동 구조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초래합니다.
성장의 한계: 시간의 한계 때문에 성과가 정체되고, 지수함수적으로 성장하는 자산 시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됩니다.
번아웃(Burnout): 성과를 늘리기 위해 유일한 변수인 시간을 극단적으로 늘리려다가 결국 심신이 소진됩니다.
지속 불가능성: 노동을 멈추는 순간 소득도 멈추는 시간 포르노(Time Porn)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무어는 진정한 성공은 이 선형적 관계를 깨고, 외부 자원을 활용하여 '투입 대비 산출'을 극대화하는 비선형적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롭 무어는 레버리지를 단순히 '빚(Debt)'으로 국한하지 않고, 성과를 비선형적으로 증폭시키는 모든 외부 자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합니다. 그는 특히 네 가지 핵심 레버리지 유형을 강조하며, 이는 앞서 <구조 해부: 『공정하다는 착각』과 성공의 '운(Luck)' 요소>에서 샌델이 지적한 '구조적 행운'을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됩니다.
시간 레버리지 (Time Leverage)
개념: 타인의 시간이나 시스템의 시간을 활용하여 나의 노동 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예시: 직원 고용, 아웃소싱(외주), 자동화 소프트웨어 사용. 나의 하루가 24시간을 넘어 240시간, 2,400시간으로 확장됩니다.
지식/경험 레버리지 (Knowledge/Experience Leverage)
개념: 이미 검증된 타인의 지식, 경험, 노하우를 활용하여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입니다.
예시: 멘토링, 코칭, 교육 프로그램 구입, 전문가의 컨설팅. 스스로 10년을 투자해야 배울 것을 단 몇 주 만에 습득하여 시간을 압축합니다.
자본/돈 레버리지 (Capital/Money Leverage)
개념: 타인의 돈(OPM)을 활용하여 사업이나 투자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예시: 은행 대출(빚), 투자 유치, 주식 투자. 돈이 돈을 벌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개인의 노동력과 무관하게 자본을 증식시킵니다.
미디어/기술 레버리지 (Media/Technology Leverage)
개념: 기술, 플랫폼, 매체를 활용하여 한 번의 노동으로 수백만 명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예시: 온라인 강의 제작, SNS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 소프트웨어 개발. 한 번의 강의 녹화로 무제한의 수강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 레버리지는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스템 없이는 성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며, 성공이란 곧 이러한 외부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배치하는가에 달려 있음을 역설합니다.
『레버리지』는 최고의 효율성을 위한 도구 상자를 제공하지만, 이 책은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윤리적 자격이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샌델의 비판이 다시 호출되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레버리지의 목적: 무엇을 위한 효율인가?
레버리지는 근본적으로 효율적인 수단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수단이 개인의 탐욕과 결합될 때, 레버리지는 샌델이 말한 '승자의 오만'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시간과 자본을 활용하여 오직 개인의 이익만을 극대화한다면, 레버리지는 구조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착취의 메커니즘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능력주의의 강화 도구
능력주의는 이미 운에 의해 좌우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합니다. 만약 레버리지가 오직 이 '운 좋은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그들은 타인의 시간과 자본을 압도적으로 동원하여 기회의 불공정성을 더욱 넓힐 것입니다. 능력주의의 착각은 레버리지라는 강력한 도구를 통해 현실화되며, 결과적으로 패배자들에게 더 깊은 굴욕감을 안겨줍니다.
따라서 롭 무어가 제시한 효율 극대화 전략을 윤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샌델이 강조한 '운에 대한 겸손'이 필수적입니다. 레버리지의 진정한 가치는 개인의 시간 해방을 넘어, 해방된 자원을 사회적 가치 창출에 효율적으로 재배분하는 윤리적 지렛대가 되는 데 있습니다.
『공정하다는 착각』과 『레버리지』의 지혜가 통합되는 지점은 '성공의 운 지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효율 극대화: 『레버리지』와 1:1 노동 구조 탈출>에서 확인했듯이, 레버리지는 비선형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구조 해부: 『공정하다는 착각』과 성공의 '운(Luck)' 요소>의 샌델의 논리대로라면, 이 도구를 사용할 자격을 갖춘 소수는 이미 재능과 배경이라는 구조적 행운을 선행 레버리지로 받은 사람들입니다.
오만(Hubris)의 제거와 책임의 인식
자신의 성공이 오직 '나의 노력' 덕분이라는 오만(Hubris)은 레버리지를 탐욕적 착취의 도구로 만듭니다. 타인의 시간과 자본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활용할 뿐, 그들에게 돌아갈 사회적 가치나 기여에 대해 고민하지 않습니다.
반면, 운의 지분을 인정하는 것은 레버리지 활용의 전제가 됩니다.
진정한 성과 = 개인의 노력 × 레버리지 + 구조적 행운
구조적 행운을 인정한 사람은 레버리지를 통해 얻은 초과 성과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느낍니다. 레버리지를 '나의 것'이 아닌 '공동체를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자원'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는 레버리지 활용이 개인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윤리적 행위로 전환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레버리지 대상의 윤리적 필터링
『레버리지』는 타인의 시간과 자본을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여기에 샌델의 윤리를 적용하면, 레버리지 대상을 선택할 때 공정함이라는 윤리적 필터를 거쳐야 합니다. 자신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취약 계층의 노동력을 불공정하게 활용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자본(예: 투기)을 끌어들이는 행위는 레버리지의 효율성을 넘어선 윤리적 오만으로 간주됩니다.
능력주의 비판을 받아들인 레버리지 전략은 그 목적을 '개인의 탐욕 충족'에서 '사회 전체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전환합니다. 롭 무어의 방법론이 가진 효율 극대화라는 장점은, 샌델의 윤리적 책임을 통해 비로소 긍정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1:1 노동에서 1:N 시스템 구축으로
레버리지의 진정한 가치는 개인을 1:1 노동의 함정에서 해방시켜, 해방된 그 시간과 자본을 사회적 비효율을 해결하는 데 투입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윤리적 활용: 레버리지를 통해 확보한 시간과 자본을 가장 시급하고 가치 있는 사회적 문제 해결(예: 공익 사업, 교육 기회 확대, 환경 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사용합니다.
책임 있는 아웃소싱: 타인의 시간(시간 레버리지)을 활용할 때, 그들에게 공정한 보상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의 아웃소싱이 아니라, 자신의 레버리지를 통해 타인에게도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공동체적 관점입니다.
자본 레버리지의 사회적 역할
자본 레버리지는 돈을 빌리거나 투자받아 규모를 키우는 행위입니다. 만약 성공의 운 지분을 인정한다면, 이 자본은 운이 부족한 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활용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 자본을 사회적 약자에게 고용을 제공하거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는 사업에 집중적으로 배분하는 행위는 능력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레버리지를 통해 해결하려는 윤리적 시도가 됩니다.
『공정하다는 착각』과 『레버리지』의 통합은 '겸손한 효율(Humble Efficiency)'이라는 새로운 성공의 윤리를 제시합니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성과를 얻는 것을 넘어, 자신의 성과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는가에 집중합니다.
성과의 분리와 감사
성공자는 자신의 성과를 개인의 몫과 운의 몫으로 분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개인의 몫은 계속해서 레버리지를 통해 효율적으로 극대화하되, 운의 몫에 대해서는 공동체에 대한 감사와 사회적 투자로 환원해야 합니다. 이 겸손함은 샌델이 지적한 승자의 오만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antidote(해독제)가 됩니다.
책임 있는 성과를 위한 세 가지 질문
레버리지를 사용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다음 세 가지 윤리적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가치 창출: 내가 확보한 레버리지(시간, 자본, 지식)가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생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가? (착취나 재분배가 아닌)
공정한 분배: 이 레버리지 시스템이 참여하는 타인의 시간과 노력에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는가?
구조적 기여: 내가 얻은 초과 성과를 운이 부족한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재투입할 계획이 있는가?
이러한 윤리적 필터를 통과한 레버리지 전략만이 능력주의의 착각을 벗어던지고, 공정함이 놓쳤던 기회의 지렛대를 책임감 있게 활용하여 개인의 성공과 사회적 효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됩니다.
우리는 이 논의를 통해 마이클 샌델이 파헤친 능력주의의 구조적 허점과 롭 무어가 제시한 레버리지의 비선형적 효율 사이의 깊은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공정하다는 착각』은 우리가 쏟은 노력이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의 상당 부분이 운(Luck)과 구조적 배경에 빚지고 있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운의 지분'을 외면하는 것은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이라는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킵니다.
반면, 『레버리지』는 1:1 노동의 함정을 벗어나 타인의 시간, 지식, 자본을 활용하여 성과를 극대화하는 실질적인 길을 제시합니다. 이 레버리지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성과를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진정한 성과와 사회적 책임은 이 두 통찰이 통합될 때 가능합니다.
구조를 아는 겸손함이 없다면, 레버리지는 불공정성을 극대화하는 탐욕의 도구로 전락할 것입니다.
레버리지 활용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겸손하고 정의로운 사람일지라도 비효율적인 노동에 갇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자원과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능력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성공의 윤리는 '겸손한 효율(Humble Efficiency)'이어야 합니다. 이는 운을 인지하는 겸손함을 바탕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개인의 시간과 자원을 확보하고, 확보된 자원을 자신보다 운이 부족한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재투입하는 책임 있는 성과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기회의 지렛대는 이제 개인의 이윤을 넘어, 사회적 자원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공동체의 선(善)을 극대화하는 윤리적 도구로 재탄생해야 합니다.
『공정하다는 착각』과 『레버리지』의 논의를 가장 위험한 지점에서 교차시키는 개념이 바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입니다. 이는 구조적 행운을 과신한 개인이 레버리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입니다.
도덕적 해이와 레버리지의 결합
도덕적 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주체(레버리지를 쓰는 개인이나 기업)가 손실의 최종 책임을 지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즉, 성공하면 이익은 내가 취하지만, 실패하면 사회(정부, 납세자)가 구조적 문제라는 명목으로 손실을 대신 떠안을 것이라 기대하는 행위입니다.
샌델의 오만(Hubris)과의 연결: 샌델이 비판한 '승자의 오만'은 레버리지 사용에서 도덕적 해이로 구체화됩니다. 성공한 자들은 자신이 '너무 커서 망하게 할 수 없는 존재(Too Big To Fail)'이거나, 정부가 자산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구조적으로 개입할 것임을 알고 더 과도한 위험을 감수합니다. 그들의 구조적 행운에 대한 믿음이 레버리지를 비윤리적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책임의 내면화: 윤리적 레버리지의 조건
롭 무어가 제시한 레버리지를 윤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책임의 내면화'입니다.
위험의 자기 부담: 레버리지를 통해 얻는 성과가 클수록, 실패 시의 손실도 오롯이 자신과 자신의 시스템이 감당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시스템의 건전성: 자신의 레버리지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타인의 시간과 자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동체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견고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공정하다는 착각』이 우리에게 겸손함을 요구한다면, 도덕적 해이의 경고는 그 겸손함을 실질적인 책임감으로 전환하여 레버리지를 탐욕의 도구가 아닌 책임 있는 효율의 도구로 사용하게 합니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독자는 레버리지 활용을 단순히 개인의 성과 문제로 보지 않고, 구조적 윤리와 공동체의 안정성에 직결된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두 책의 가장 큰 한계는 서로 '강점'이 곧 '결핍'으로 작용하여, 거시적 비판(샌델)과 미시적 전략(무어)이 완전하게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1.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의 한계
비판에 비해 약한 실천 방안
샌델은 능력주의의 문제점과 승자의 오만(Hubris)에 대한 진단은 명쾌하지만, 현실적으로 불평등을 해소하고 패배자에게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만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효율성의 현실 무시
'노동의 존엄성'과 '겸손'을 강조하지만, 노동의 가치가 자본과 레버리지에 의해 비선형적으로 압도되는 현대 자본주의의 현실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에게 효율성이라는 '생존 도구'를 외면하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구조적 문제에 초점, 개인의 무력감 증폭
모든 문제를 구조와 운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오히려 독자에게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개인의 능동적인 변화 전략의 필요성을 간과합니다.
『레버리지』 (롭 무어)의 한계
윤리적 공백과 구조적 맥락 부재
레버리지 활용을 순전히 개인의 효율성 극대화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하며, 샌델이 지적한 구조적 불공정(운)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레버리지가 이미 구조적 특권을 가진 소수에게만 집중될 수 있다는 현실을 간과합니다.
인간의 도구화 위험
타인의 시간과 자본을 '활용' 대상으로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레버리지 시스템 내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존엄성이나 공정한 분배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합니다. 레버리지가 곧 착취의 메커니즘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윤리적 위험을 간과합니다.
만능주의적 접근
레버리지의 성공을 개인의 의지와 전략의 문제로만 환원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레버리지 활용 자체에도 구조적 장벽(자본 접근성, 인맥 등)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무시합니다.
통합적 시각: 상호 보완의 필요성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는 것은 독자에게 중요합니다.
샌델의 비판은 레버리지를 사용할 때 가져야 할 '겸손함과 윤리'를 제공하며,
무어의 전략은 샌델이 놓친 '구체적인 경제적 해방 수단'을 제공합니다.
독자는 두 책을 '비판적 윤리(샌델)'와 '실용적 도구(무어)'의 상호 보완재'로 활용할 때, 능력주의의 착각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책임감 있는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