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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종말을 알면서도 고기를 먹는 이유

​소설가 포어가 밝히는 '앎'과 '믿음' 사이의 치명적 간극, 그리고

by 콩코드

오후 6시의 혁명


우리는 '안다', 하지만 '믿지 않는다'

​기후 위기 앞에서, 당신의 행동은 왜 멈춰 있는가?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지적인 동시에 가장 무책임한 존재라는 모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침 식사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폰을 볼 때, 우리는 빙하가 무너지고 대형 산불이 휩쓰는 재앙의 소식을 접합니다. 우리의 이성은 지구의 종말 시계가 임박했음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앎은 왜 우리의 일상을, 우리의 식탁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할까요? 왜 우리는 그토록 엄청난 파국 앞에서 극심한 불안 대신, 그저 '걱정'이라는 미지근한 감정만 느끼며 늘 하던 대로의 선택을 반복하는 것일까요?


​소설가 조나선 사프란 포어는 에세이 《우리가 날씨다(We Are the Weather)》를 통해 이 불편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독자의 정면에 겨눕니다. 지구를 살리자는 수많은 환경 운동가들의 목소리 속에서, 포어는 본질을 파고듭니다. "왜 우리는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가?" 그는 바로 이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위험한 역설이라고 진단합니다.

앎을 넘어 믿음으로: 할머니에게서 배운 생존 본능

​포어는 그 해답을 과거의 아픈 진실에서 찾아냅니다. 바로 자신의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1941년, 나치 침공이 임박했을 때 폴란드의 유대인들은 곧 닥쳐올 대학살의 위험을 알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정보'를 들었지만, 그 정보를 자신의 목숨을 건 절대적인 진실로 '믿고' 즉각 행동에 나선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포어의 할머니는 그 생존자였고, 살아남은 이유 역시 믿음이었습니다.


​포어는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우리는 지금 기후 위기를 그저 머릿속의 "지식"으로만 저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우리가 이 위기를 당장 내일 우리 아이들을 덮칠 재앙처럼 진실로 '믿는다면', 과연 다음 식사 시간에 무심히 고기를 집어 들 수 있을까요?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이것입니다. '앎(Knowledge)'을 넘어 '믿음(Belief)'으로 전환하라. 우리의 무기력함은 바로 이 간극에서 비롯된 자기 기만입니다.

《우리가 날씨다》: 가장 사적인 곳에서 시작되는 혁명

​책의 제목 《우리가 날씨다》는 이 모든 논의를 함축하는 선언이자 도전입니다. 기후변화를 '외부의 현상'으로 여기는 순간, 우리는 책임에서 영원히 멀어집니다. 하지만 포어는 기후변화의 위협이 우리 자신, 우리의 일상, 우리의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합니다.


​우리가 매일 내리는 사소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들이 모여, 이 시대의 거대한 기후를 결정합니다. 포어는 독자를 환경 파괴의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의 자리에 세웁니다.


​이 책은 고통스러운 경고가 아닙니다. 포어는 가장 사적인 공간인 식탁에서 가장 공적이고 가장 긴급한 혁명을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이제 포어의 냉철한 논리를 따라, 기후 위기의 가장 불편하고도 거대한 진실인 '축산업'의 문제를 파헤쳐 볼 시간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날씨를 다시 쓰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기후 위기의 진짜 모습, 축산업과의 불편한 진실

​서론에서 우리는 '앎'과 '믿음' 사이의 간극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음'을 가져야 할 가장 결정적이고 충격적인 진실은 무엇일까요? 조나선 사프란 포어는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거대한 코끼리, 바로 공장식 축산업을 지목합니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소설가 특유의 고백적 문장과 냉철한 통계를 결합하여, 기후 위기의 진짜 주범이 우리의 식탁에 있다고 폭로합니다.

인류세 멸종과 공장식 축산의 끔찍한 협력

​우리는 지금 '여섯째 대멸종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포어는 이 사실을 무시할 수 없는 데이터로 들이댑니다. 지난 50년 동안 포유동물, 조류, 파충류, 양서류의 개체수가 60% 이상 감소했습니다. 자연적인 멸종 속도보다 수백 배 빠른 속도입니다. 그런데 이 파괴적인 인류세 멸종의 중심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화석 연료 사용을 능가하는 충격적인 통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포어는 묻습니다. "지구 포유동물의 무게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정답은 36%입니다. "그럼 야생 포유동물은요?" 겨우 4%입니다. 나머지 60%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들은 바로 인간이 식용으로 키우는 가축입니다.


​이 통계는 우리 행성이 '생태계'라기보다는 거대한 '농장'에 가깝다는 섬뜩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아마존 열대우림 벌채의 91%가 오로지 가축 사육을 위한 초지를 확보하거나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발생합니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축산업은 토지, 물, 에너지 자원을 말 그대로 고갈시키며, 지구의 생명 유지 시스템을 파괴합니다.


​"기후변화는 관리할 수 있는 위협이 아닙니다. 그것은 제거해야 할 악성 종양과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제거 도구는 바로 우리의 식습관에 있습니다."


​포어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관리'가 아닌 '제거'의 문제로 규정하며, 논의의 무게추를 시스템이나 정책이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옮겨 놓습니다.

왜 우리는 '나쁜 일'을 계속하는가: 인지 부조화의 덫

​우리는 모두 환경 보호를 원합니다. 하지만 저녁 식사 메뉴판을 받아 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포어는 이 지점에서 인간의 심리적 장벽을 깊이 파헤칩니다. 왜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는 줄 '알면서도'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요?


​이는 바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덫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자기 인식과 '나는 환경을 파괴하는 고기를 먹는다'는 행동 사이에서 충돌합니다. 이 충돌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우리는 재앙의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외면하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합니다.


​"나 하나 안 먹는다고 세상이 바뀌나?"

​"기업이나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고기는 너무 맛있고, 단백질은 필수적이다."


​포어는 이러한 자기 합리화가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 시대의 '피터팬 증후군'과 같다고 비판합니다. 우리는 어른으로서의 책임 대신, '누군가 영웅이 나타나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행동을 미루고 있습니다.

개인의 책임 vs. 기업의 책임 논쟁 돌파

​축산업계와 거대 기업들은 기후변화의 책임을 '소비자 개인의 선택'으로 돌리려 하고, 반대로 활동가들은 시스템의 변화만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포어는 이 지루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명쾌하게 돌파합니다.


​물론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결국 수많은 개인의 선택, 즉 '수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고기를 선택할 때마다, 우리는 공장식 축산을 유지하고 확장하라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입니다. 우리의 개인적인 식습관은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공적인 의사결정입니다.


​포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행동은, 축산업이라는 거대한 악성 종양에 더 이상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이제는 이 불편한 진실을 '믿고', 고통스럽더라도 행동으로 나아갈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사적인 습관에서 공적인 윤리로, 포어의 구체적인 제안

​우리는 축산업이 초래하는 파괴적인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 앎을 '믿음'으로 바꾸어 행동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비건)가 되는 것은 이상적인 목표일지 몰라도, 현실적인 어려움과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여기서 조나선 사프란 포어는 섣부른 이상론 대신,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타협점을 제시하며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바로 '오후 6시의 혁명'입니다.

'오후 6시의 혁명': 가장 간단하고 강력한 실천

​포어의 제안은 놀라울 만큼 단순합니다. 저녁 식사(오후 6시 이후)를 제외한 모든 식사에서는 동물성 제품을 먹지 말자.


​이는 완전한 채식이 아닙니다. 아침과 점심을 비건으로 먹고, 가장 사적이거나 사회적인 활동이 많은 저녁 시간에는 자유롭게 고기를 포함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둡니다. 이 제안이 혁명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심리적 부담감 해소: 사람들은 '영원히 고기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 질려버립니다. 포어는 저녁이라는 '안전지대'를 남겨둠으로써, 행동 변화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극도로 낮춥니다.

​압도적인 환경 효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의 상당 부분이 대규모 공장식 축산에서 비롯됩니다. 포어는 이 '오후 6시의 혁명'만으로도 지구의 온실가스 감축에 엄청난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것은 '나만이라도 완벽하게' 살겠다는 윤리적 영웅주의가 아닙니다. '불완전하지만 다수가 함께' 실천하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강력한 집단적 선언입니다."


​포어는 이 작은 실천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인 불편함을 넘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환경을 '믿고'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가장 확실한 사회적 신호가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행동을 위한 자기 자신과의 논쟁

​포어는 이 책이 단순히 환경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을 넘어, 자기 자신과의 고백적인 대화임을 인정합니다. 왜냐하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외부의 적과의 싸움이 아니라, 내 안의 '편안함'과 '오래된 습관'과의 치열한 논쟁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사랑하는 만큼, 그 삶을 위협하는 무관심한 행동을 바꿀 용기가 있는가? 우리는 수많은 핑계를 댈 수 있습니다. '나는 너무 바쁘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이미 플라스틱을 덜 쓰고 있다'. 하지만 포어는 이 모든 변명이 기후 위기라는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는 무의미하다고 일축합니다.


​진정한 윤리적 행동은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랑과 책임감의 확장: 미래 세대에 대한 증명

​포어는 글 후반부에서 이 문제를 사랑과 책임감의 확장이라는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추상적인 감정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랑은 바로 오늘 아침, 점심 식탁 위에서 무엇을 선택했는지로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믿는다면',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우리의 행동은 반드시 그 믿음과 사랑을 반영해야 합니다. 스티븐 호킹이 인류에게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경고했을 때, 그것은 비관적인 예언이 아니라 지금 행동하라는 마지막 경고였다는 것이 포어의 해석입니다.


​우리는 아직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처럼 서서히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병이 아니라, 치료 가능성이 남은 악성 종양을 제거할 기회가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들 힘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오후 6시 이전'의 식탁에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조나선 사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기후 위기는 복잡한 과학이나 거대 정부의 정책 문제가 아니라, 가장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영역, 즉 우리의 식탁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문제입니다. 포어는 끈질기게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우리는 이 위기를 '알고 있다'를 넘어 '믿게 될' 수 있을까요?

다시, 할머니의 이야기로 돌아가

​우리는 서론에서 포어의 할머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끔찍한 비극이 임박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위험을 '알았지만' 행동에 나선 사람은 소수였습니다. 오늘날, 기후 위기라는 또 다른 형태의 전 지구적 비극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의 멸종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남기는 가장 큰 울림은, 행동으로 옮겨진 앎만이 진정한 '믿음'이며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는 깨달음입니다.


​우리가 화석 연료를 소비하는 거대 기업을 비판하고, 정부의 무능을 탓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어는 가장 쉽고, 가장 직접적이며,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변화는 바로 우리의 식습관에 있다고 역설합니다. '오후 6시의 혁명'은 단순한 식사 규칙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 위기를 진정으로 믿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윤리적 선언이며, 절망 앞에서 행동을 택한 집단적 의지의 표현입니다.

식탁 위의 선택, 공적인 윤리의 증명

​우리의 식습관은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포어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한 끼 식사가 더 이상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님을 선언합니다. 우리의 식탁은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공적이고, 가장 정치적인 장소입니다.


​축산업이 초래하는 토지 고갈, 물 낭비, 그리고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을 외면하고 습관처럼 고기를 선택하는 것은, 무심결에 미래 세대의 생존권을 담보로 잡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의식적으로 채소 중심의 식사를 선택하는 것은 가장 사적인 곳에서 발휘하는 가장 강력한 형태의 윤리적 실천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사랑의 구체적인 증명입니다.


​포어는 《우리가 날씨다》를 통해 독자들에게 소설가 특유의 고백적인 설득을 건넵니다. 이 책은 당신의 죄책감을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선택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 쓰였습니다.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후변화를 '관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다음 한 끼 식사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날씨가 결정될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경고서가 아닌,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서 우리의 미래를 다시 써 내려갈 행동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포어의 논리에 드리운 그림자(비판적 시각)

​포어의 주장은 강력하고 설득력이 넘치지만, 비평적 시각에서 볼 때 이 책의 논리에는 몇 가지 아쉬운 한계점들이 존재합니다. 이는 포어의 핵심 메시지를 약화시키기보다는, 독자들이 기후 위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경제적/계층적 접근성의 한계

​포어의 '오후 6시 혁명'은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여유를 가진 서구 사회의 독자를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 그리고 유기농 혹은 대체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전제됩니다. 당장의 생존이나 값싼 칼로리를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에게 '윤리적 채식'은 실현 불가능한 사치일 수 있습니다. 즉, 기후 위기 해결의 책임을 경제적 불평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의 윤리적 선택'에 과도하게 집중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구조적 문제의 희석

​포어는 축산업이라는 '수요'의 문제를 강조하며 시스템의 책임을 개인의 '선택'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농업 정책, 에너지 정책, 거대 기업의 로비 활동 등 거대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희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의 변화가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 없이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의 '개인화'가 구조적인 책임을 면제해 줄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화적 다양성의 부재

​이 책은 서구식 공장형 축산 시스템을 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소규모 농업이나, 문화적·종교적 배경이 강한 전통 식습관에 대해서는 섬세한 논의가 부족합니다. 기후 위기 해결에 있어 모든 육식이 일률적으로 '악'으로 취급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육류와 소비 방식에 대한 입체적인 논의가 필요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러한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날씨다》는 '침묵하는 다수'의 양심을 건드려 가장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빛납니다. 이 책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독자들이 '앎'의 안락함을 벗어나 '믿음'의 불편한 첫걸음을 내딛게 하는 강력한 방아쇠 역할을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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