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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Aug 08. 2024

선택등기가 우편 요금 절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의 허증

한탕주의가 위험한 이유


우체국의 선택등기는 우체부가 2회에 걸친 주거지 방문에 불구하고 납세의무자가 우편물을 받지 못할 경우 우편함에 고지서를 꽂아둔다. 고지서를 반송하지 않으므로 반송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선택등기가 요금 절감 효과가 있으려면 기타 다른 등기, 예를 들어 납세의무자가 고지서를 수령하지 못한 일반 등기의 경우 전부 반송되어 예외 없이 반송료를 내야 한다. 현실은 과세권자가 일반등기 이용 시 '반송불필요'를 조건으로 우체국에 고지서를 보내므로 반송료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양자의 송달료에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선택등기로 반송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대법원과 조세심판원은 일치된 견해로 “과세권자가 고지서를 적법하게 송달했다는 구체적인 입증이 없는 경우 그 송달에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해당 과세처분은 당연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과세권자는 고지서 송달에 관해 입증책임을 진다. 고지서 송달은 교부, 우편 또는 전자 송달로 할 수 있으며 고지서 1매당 특정 금액 이상은 등기 우편으로 발송하도록 조례로 정하고 있다. 납세의무자가 고지서를 수령한 사실을 알 수 있는 등기 우편과 달리, 일반우편은 수령을 입증할 수단이 없으므로 일반우편으로 받은 고지서를 법에 정한 기간 내에 납부하지 않았더라도 납세의무자가 가산금을 부담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현행법상 입증 책임이 과세권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와 같음에도 모 기관에서 우체국이 우편 프로모션의 일환인 선택등기의 맹점에 아랑곳하지 않고 반송 비용을 아낀다는 근거 없는 확신에 기초해 일반등기가 아닌 선택등기로 고지서를 발송해 우려를 낳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상 하자가 있는 방식으로 고지서를 발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등기는 일반등기와 달리 과세권자가 반송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표면상으로는 발송 비용이 덜 들어가는 선택등기로 송달방식을 전부 바꾸면 되는데 무슨 문제?,라고 하겠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일반 등기는 2회 차까지 대면 배달한다. 거주지 내 납세의무자 부재 시 일정 기간 우체국에 보관 후 과세권자에 반송한다. 그 과정에서 반송 비용이 2,100원이 들지만 실제로는 과세권자가 일반등기로 고지서를 보낼 때  우체국에 "반송이 필요 없다"는 의사표시를 하므로 우체국에서 과세권자에게 고지서를 반송하지 않는다. 과세권자가 반송 비용을 부담할 까닭이 전혀 없다.



지방세 관계법은 특정 금액 이상의 고지서를 등기 우편으로 발송하게 하고 있다. 이는 과세권자가 등기 우편이라는 확실한 방법으로 고지서를 송달하도록 의무화한 것. 송달 입증 책임을 규정한 법규를 통해서도 그 취지를 충분히 유출할 수 있음. 단순히 우편함에 투입하는 것으로는 우편물 망실 혹은 분실 등으로 납세자가 정당하게 고지서를 전달받을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



일반등기는 정상 송달되었다면 과세권자 입장에선 누가 받았는지를 알 수 있고, 송달되지 않으면 어떤 사유로 송달되지 않았는지, 예를 들어 폐문 부재, 장기출타 등의 사유를 우체국 기록으로 알 수 있다. 선택등기는 송달되지 않은 경우 우체국에서 기록할 책임이 없으므로 송달 불능 사유를 알 수 없다.. 선택등기 역시 2회 차까지 대면 배달을 하는 점에서 일반등기와 같지만 2회에 걸쳐 송달되지 않으면 납세의무자의 우편함에 고지서를 투입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등기의 경우 송달 불능 사유를 기초로 공시송달을 할 수 있는 반면(공시송달을 하면 적법하게 송달된 것으로 간주함) 선택등기는 그렇지 못하다. 송달 불능 사유가 없는 공시송달이 법으로 인정될 리 없을뿐더러 단순히 우편함에 꽂아두는 것으로는 송달입증 책임에서 ‘전혀 ’ 자유롭지 못하다. "‘수취인의 부재’는 납세의무자가 기존의 송달할 장소로부터 장기간 이탈한 경우로서 과세권 행사에 장애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14.11.27. 선고 2014두9745 판결)."



법의 위임에 따라 조례로 특정 금액 이상을 등기 우편으로 송달하도록 규정한 것은 해당 금액이 커서 납세의무자가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할 경우 가산금 또한 해당 금액에 상응해 늘어나므로 등기 우편의 방식에 의해 정확히 납세의무자의 손에 쥐어지도록 특별히 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법취지와 달리 선택등기로 우편송달을 할 경우 특정 금액 이상의 고지서 송달 효력을 송두리째 부인 또는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선택등기든 그 외 어떤 등기든 활용하는 것이야 과세권자의 자유다. 선택한 방식에 어떤 법적 문제가 있는지 따지는 일은 전적으로 과세권자의 몫(책임)이다.



송달을 확실히 담보할 등기 우편 외에 일반우편을 송달방법으로 허용한 것은 일반우편 대상 고지서의 금액이 의무적 등기발송 금액에 비해 현저히 낮은 때문. 의무적 등기 대상 금액에 비해 원금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산세 부담 역시 적다. 하지만 건수는 비교할 수 없이 많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고지서를 등기로 발송하게 할 경우 특히나 맞벌이 부부가 많은 상황에서 과세권자가 반송되는 고지서량을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행정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 등)하다는 점도 고려된 듯. 납세의무자 입장에선 우편물을 받기 위해 우체국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의미도 있을 것.”



의문에 불구하고 선택등기에 의한 고지서 송달을 강행한 것은 어떻든 의도가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그 부분을 숨기거나 얼버무린 채, 마치 선택등기가 예산 절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양 호도하는 것은 궁색하다 못해 뻔뻔하다. 명백한 권한남용이자 직무유기다. 성안이 되기 전에 부서 내 토의를 거쳤다면 당시로선 단순한 안에 불과했을 사안이 직후 일사천리로 처리된 과정을 규명하여야 할 것이다. 이견 조정 없이 통과되었다면 조직에 문제를 가릴 능력이 전혀 없었다는 방증이 된다. 강행은 윗선의 승인 없이 불가능하다. 어떤 경우든 승인자나 수임자 모두 책임을 면치 못한다.



과연 2회 방문의 선택등기로 납세의무자가 고지서를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2회 방문에 불구하고 납세의무자 부재 시 선택등기는 납세의무자의 거주지 우편함에 고지서를 꽂아두는 것으로 종결된다. 그렇다면 굳이 등기로 송달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적으로도 선택등기는 공시송달을 위한 전제가 되지 못한다. 이런 경우라면 처음부터 등기가 아닌 일반우편으로 보내면 될 일이었다. 등기로서의 실효성은 거의 장담할 길 없고 법적으로는 공시송달을 위한 필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을 만큼 흠결 있는 선택등기는 현행법상 취해선 안 될 송달방식이다. 이와 별개로 납세의무자는 택등기에 의해 우체부가 우편함에 꽂아둔 고지서의 금액을 납부하지 않아도 가산금을 부담하지 않는다. 결국 그렇게 우편함에 꽂은 고지서는 일반우편이 되므로 송달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길어졌다.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1. 일반등기의 경우 발송된 우편물 전체에 관해 송달 여부와 송달되었다면 누가 받았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선택등기는 등기를 수령한 경우에 한해 누가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2. 송달되지 못한 일반등기는 우체부가 우체국 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송달 불능 사유를 기재하게 되어 있어 과세권자는 등기번호를 통해 확인한 송달 불능 사유를 근거로 공시송달을 할 수 있다. 공시송달은 법적으로 송달 효력을 인정받는다. 반면에 선택등기는 송달 불능의 경우 우체국 시스템에 사유를 기재할 의무가 없어 과세권자가 공시송달 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 공시송달을 하려면 과세권자가 송달되지 않은 사유를 일일이 확인한 뒤라야 가능하다. 더욱이 우체부가 우편함에 꽂아둔 사실만으로 공시송달을 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3. 말마따나 선택등기가 예산 절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면 왜 전국의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채택하지 않았을까? 과세권자는 물론 모든 행정처분권자가 앞다퉈 선택등기로 우편물을 발송했어야 옳다. 주장대로 예산 절감 효과가 탁월함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면 직무 유기가 아닌가. 국고 운영을 방만하게 한다는 비판 역시 면치 못하게 된다.  



근거 없는 확신은 자신은 물론 주변을 미몽에 빠뜨린다. 더욱이 문제점을 교묘히 감춘 채 상신하는 보고서는 장밋빛 보고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명백히 허위 보고이므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만일 예산 절감 효과 측면에서 탁월한 보고서라는 칭찬이 뒤따랐다면 우려가 참담한 현실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증거가 벌써 여러 형태로 나타났을 것이다. 위나 아래나 어떤 사안의 성패는 고사하고 예상되는 문제와 자체 맹점을 가려낼 줄 모르는데 그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총체적인 난국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허위 보고는 허위 결과를 먹고 자란다. 있지도 않은 효과를 있는 것처럼 꾸미고, 그럼에도 실적이 워낙 미미하자 관계없는 실적을 슬쩍 끌어오는 작태도 서슴지 않는다. 썩은 둥치는 신속히 베어내야 새싹이 돋는다. 새로운 희망은 그때 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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