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궐한 악의 뒤로 종말이 덮친다. 창궐의 기운은 호기가 아니라 위기다. 로마도 몽골도 절정기에 화려하게 불타올랐고, 동시에 그 불길에 제 몸 역시남김없이탔다. 폭발 직전의 별이 가장 밝듯이 권력 또한 그렇다. 당장은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 같고 무언가 희망의 끈이라도 쥔 듯하지만 대부분 신기루일 뿐이어서 언제 사그라들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시간의 문제라는 것. 허망한 것을 잡기보다 반성적 성찰이 우선이다. 역사적 국면에서 그들이 한 행위와 선택이 두루 여론의 입길에 오를 것은 자명하다.
국가적 비운을 막은 소수의 사람들이 힘의 논리에 의해 사실상 밀려났다. 밀려난 자들은 땔감에서 누워 자고 쓸개를 맛볼 것이다. 쫓아낸 자들이 마신 샴페인은 달콤하지만 종내 취기를 막기가 버거울 것이다. 찬 겨울이 가고 들판에 곡식 한 톨 영글지 않은 것을 본 그들의 얼굴에 어떤 표정이 깃들지 자못 흥미롭다.
#2
치욕과역한 모멸감으로 누군가 흘렸을 가슴 짓이기는눈물과 뜨거운 피는 장차 너희들이 흘릴 눈물과 피가 되고, 그 피와 눈물이 장강의 뒷물을 메울 것이다. 희희낙락하기엔 결코 시간이 당신들 편이 아니다. 웃음이 눈물로, 상처가 피로 물들 듯 결국은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고야 말 것. 역사의 심판대는 겉으로 보기에 대단히 무력해 보일 수 있다. 과연 그런지는 그 위에 오른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앙시엥레짐은 오래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