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스토리 #6
어느 날 카페에 앉아 일기를 쓰다 문득 지금껏 적어왔던 나의 과거, 추억, 흔적들이 궁금했다. 카페 마감 후 집에 도착하자 그동안 적었던 일기장을 꺼내었다. 여러 가지의 색과 다양한 크기의 15개 다이어리를 들고 다음날 카페에 가서 손님이 없을 때 천천히 일기장을 펼쳤다.
어느 해는 성의 없이 적은 기록들 또 어느 해는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아서 적었던 기록,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연애 이야기, 여행 이야기에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다양하고 예쁘게 적은 글씨체와 귀여운 스티커로 꾸몄던 다이어리를 보며 그때의 부지런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금은 다이어리를 꾸민다는 것 자체가 참 시간 낭비라 생각했는데 다이어리를 보니 다시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많은 기록들을 읽고 있으니 ‘내가 정말로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에 뭔가 뿌듯하고 대견스러웠다.
그렇게 추억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니 중학교부터 나의 꿈이 '화가'라는 기록을 보며 이것이 나의 제2의 삶이 시작되겠구나! 하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잊고 살았던 어릴 적 꿈이 깨어나기 시작하여 일기를 보는 순간, 내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북 카페를 오픈한 지 1년 만에 가게를 내놓았고 나는 바로 미술 학원을 등록했다. 지금껏 노력해왔던 모든 것을 버리고 제2의 삶을 위해 늦은 나이 그림에 도전하는 것이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친구들마저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친구도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거울을 보며 자신을 얼굴을 찬찬히 뜯어볼 때가 있다. 못 보던 작은 점을 발견하고 이 점은 원래 있던 점인데 그동안 자신이 못 봤던 것인지 세월의 흔적에 상처나 태양빛으로 늦게 생긴 점인지 알 수가 없다. 나의 눈은 이렇게 생겼구나, 입술은 보통의 두께를 가지고 코는 조금 높지만 치열은 고르지 않네... 어느 날은 나의 얼굴에서 엄마의 얼굴이 또 어느 날은 아빠의 얼굴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얼굴을 나의 눈을 통해 하염없이 바라본 본 시간을 가지고 난 후부터 틈만 나면 내 눈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을 들여다보려는 단 한 번의 노력을 해야 할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사막 한가운데 있는 나를 응시한다.
나는 내 마음속에 더 그려지지 않은 몸짓들과, 내 입술에 올릴 생각조차 못했던 말들과, 끝까지 꿈꾸지 못하고 잊어버린 꿈들이 담긴 우물이다.
_ 불안의 서 중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볼 때 얼마나 깊이 있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형태와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다. <연필 명상>이란 책 내용 중 우리는 바라보는 일에 매일 익숙하지만 갈수록 덜 본다고 하였다. 제대로 보는 것은 '보기’, 사심을 담아 보는 것은 '바라보기' 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리는 대상을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또한,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곧 명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세계 속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온라인상의 모든 것들을 쉬지 않고 보고 있다. 손가락을 현란하게 움직여 모든 것을 빠짐없이 보려고 한다. 늘 무엇인가 보고 있지만 그것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건지 그것들을 보고 나서 깊이 있게 무엇인가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수많은 정보를 봤지만 더 못 본 게 있지 않은가 하는 불안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과연 제대로 보고 올바른 사고(思考)를 할까?
덜 본다고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를 봐도 제대로 보아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또 많이 봐서 나쁠 건 없다는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대상의 내면과 본질을 찾아 제대로 '바라보기’를 해야 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