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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라 Jan 11. 2023

유방암을 일찍 발견하려면


언제쯤 내 몸에 대해 담담해질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할까.



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룰루랄라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삼 일 만에 다른 병을 걱정하게 될 줄이야.



타목시펜을 복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랫배에 통증이 몰려왔다. 걱정돼서 방사선과 교수님께 여쭤보니 ‘타목시펜 부작용’이라며 진통제를 먹으라고 했다. 누구나 흔히 겪는 증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그 ‘무심함’에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가 끝날 무렵부터 신경 쓰일 정도로 아팠다. 평소 겪던 생리통과 비슷한 듯하면서 미묘하게 달랐다. 좀 더 묵직하고 뻐근했으며 아픈 위치도 달랐다. 또 ‘처음’ 겪는 경험. 처음이라 새롭고 짜릿한 게 아니라 한없이 불안한.



타목시펜의 대표적 부작용인 ‘자궁 내막증’이 떠올랐다. 거기서 생각을 멈췄어야 했는데.



병에 있어서는 너무 쉽게 무한 상상력이 발휘된다. 결국 ‘자궁내막암’까지 가 버렸다.



머리통에 꿀밤을 날렸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 그것도 병이야, 정신 차려!’




복통에서 자궁내막암으로 극단적인 점프를 하는 게 유난스러워 보였지만 몸이 보내는 통증을 재채기 정도로 넘기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통증에 민감한 성격 때문에 유방암을 발견했다.




내 유방암은 우연히 발견된 게 아니다. 진단받기 몇 달 전, 가슴에 통증이 왔다. 생리 때 가슴이 뭉치거나 아픈 건 흔한 일이라 그냥 넘길 수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통증이 평소와 미묘하게 달랐다.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없는데도 불길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촉인가? 식스 센스?) 통증의 주기가 빨라진다고 느낄 무렵, 유방 외과를 예약했고 암을 발견했다.



비교적 빨리 발견해서 치료했지만 그래도 ‘~했더라면 암이란 걸 더 빨리 알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유방암 초기에 발견하는 법>에 대해 적어본다.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하려면?




1. 기본 검진인 유방 촬영만 하지 말고 꼭 유방 초음파를 추가로 받으세요.



한국 사람 대부분이 치밀 유방이랍니다. 치밀 유방은 ‘유방 촬영’만으로는 암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요. 반드시 유방 초음파를 추가 신청해서 받으세요. (저는 5년 전 처음 유방암 검진 대상일 때 유방 촬영만 했어요. 그때 유방 초음파를 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2. 통증을 무시하지 마세요.



유방 통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생리 전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고 ‘대부분의 통증’은 유방암과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암 환자의 7%~10%는 초기에 유방 통증을 느낀다는 사실.(아산병원 기사 참고) 저 역시 ‘명확한’ 통증이 있었습니다. 통증이 느껴지면 예민하게 가슴을 살피세요.




3. 주기적으로(한 달에 한 번. 생리가 끝나면) 자가 진단하세요.



인터넷에 ‘유방암 자가 진단’이라고 치면 다양한 자가진단법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도 의사 선생님이 올리신 자료들이 많아요. 보시고 한 달에 한 번씩 꼭 유방 촉진을 하세요.



유방 외과 선생님이 암이 의심된다며 가슴의 혹을 만져보라고 할 때 멍해지더군요. 이렇게 또렷이 잡히는 멍울을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통증만 신경 썼지 제대로 만져볼 생각을 못 한 거예요. 조금만 예민하게 눌러보면 알 수 있는 건데. 암 센터 주치의 선생님도 첫 진료 때 “이 정도 크기면 만져지셨을 텐데요.” 하시며 안타까워하셨어요. 꼼꼼하게 만져보지 않은 걸 엄청 후회했답니다.



물론 자가 진단을 게을리한 이유가 있습니다. 멍울이 있어도 이게 단순 혹인지 유방암인지 헷갈렸어요. 만져보면 어떤 날에는 사라진 것 같은 거예요. 근데 또 어떤 날은 옆으로 이동한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이건 물혹이네 하며 넘겼지요. 당연히 촉진은 하는 둥 마는 둥.



그렇다면 저처럼 가슴에 통증이 있거나 멍울이 잡히는 데 암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무조건 전문의를 찾으세요.



자가 진단하며 시간 낭비 말고 무조건 유방 외과를 예약하세요.


몰랐습니다. 유방 외과 진료 보는데 한 달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지역에서 소문난 유방 외과는 생각보다 대기자가 많습니다. 병원부터 잡으세요. 내 몸이 주는 신호를 예의 주시만 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가세요.









암은 교통사고 같아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안타깝지만 나 역시 피하지 못했다. 그래도 비교적 일찍 발견했고, 항암도 패스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유방암 환우들이 빨리 회복되시기를.


아직 유방암을 만나지 못한 분들은 평생 만나는 일 없기를.


2023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아프지 말고 행복하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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