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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많은얼룩말 Oct 20. 2021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를 보고


옥상에 올라가 보니 햇빛이 구름을 가르며 맑은 하늘을 내보였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하늘 가득 울리는 굉음을 온몸으로 받아보니 마음이 벅찼다. 이런 종류의 희열을 또 언제 느껴봤을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2021년 10월 19일 화요일, 맑음


 밤새 내리던 비가 이른 아침에 그쳤다.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보니 과연 오늘 에어쇼가 일정대로 진행이 될는지 궁금해졌다. 구름이 많으면 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에어쇼가 취소되면 비행소음은 듣지 않아도 되겠지만, 아덱스에 방문할 이들이나 행사를 준비한 이들은 얼마나 아쉽겠느냐며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구름이 걷히길 기도해버리고 말았다.


 이번 한주 동안 진행되는 아덱스에서 오늘 예정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시작 시각은 오후 12시경이었다. 이틀간 휴무인 남편과 어제 오전에는 남한산성에 올라가 에어쇼를 봤고, 오늘은 우리 집 베란다에서 조금 더 가까이 구경해보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자 나의 바람대로 점차 구름이 걷히고 해가 보였다.


 남편과 나는 오후 12시가 되기 한참 전에 이른 점심식사를 마쳤다. 그리고선 베란다 창문에 붙어 다른 기종의 여러 비행기들이 날아다니는 걸 구경했다. 블랙이글스를 가까이서 볼 생각에 마냥 들떠있는 내게 남편은 옥상에 올라가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남편은 옥상에 올라갈 수 있는지 먼저 가서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곧바로 급하게 나갈 준비를 했다.


 12시가 지났고 하늘은 조용했다. 앞동 옥상에 올라간 남편은 내게 전화를 걸어 본인이 다시 연락을 하면 나오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알았다고 말은 했지만 내 발은 이미 집 밖으로 뛰쳐나가 집 앞 주차장에 섰다. 다시 나에게 전화를 건 남편은 예정 시각이 지난 걸 보아 아무래도 에어쇼가 연기되거나 취소가 될지 모르겠다며 옥상에서 내려왔다. 에어쇼 관련 소식을 기다려보자며 우리는 가벼운 산책 후 집에 들어갔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전투기의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겉옷을 걸치고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우리 동에는 옥상이 없고 관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고로, 우리는 앞동 옥상까지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옥상에 도착해보니 이미 다른 주민 한분이 올라와 계셨다. 차가운 바람, 파란 하늘 아래 우리의 에어쇼 관람이 시작되었다.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를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담고, 동영상을 찍으며 나는 열렬히 환호했다. 남편은 내 옆에서 블랙이글스의 대형(formation)을 설명해주거나, 소리는 있으나 구름에 가려 안 보이는 항공기의 위치를 하나씩 찾아줬다. 나는 마치 놀이공원에 온 아이처럼 신이 난 채로, 8대의 항공기가 보이는 역동적이고 스릴감 넘치는 장면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물론 부대 앞 넓디넓은 대로로 지나다니는 차 안, 또는 인근에 계시는 그 누군가가 이 굉음으로 너무 깜짝 놀라지 않았기를 바라며 말이다.


 에어쇼를 관람한 20여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거대한 소리에 기꺼이 압도당하며 나는 내가 환호했던 그들의 비행 속에서 국방력 아래 '안위'와 그들이 증진시키고자 하는 군의 '사기', 우리 항공기술의 '우수성'을 실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에어쇼를 보지 못했다면, 내가 이 부대 내 관사에 살지 않았다면, 남편이 군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생각해보지 못했을 영역이었다.


 옥상에서 내려오며 남편과 나는 다음 아덱스에는 꼭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말했다. 그리고 그땐 우리 둘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이도, 양가 부모님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렇게 멋진 임무를 통해 우리나라의 공군력과 국방력을 선보이는 블랙이글스 팀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저도 제 자리에서 맡은 바를 성실히 감당하고 있겠습니다. 2년 뒤 아덱스를 기다리는 군가족 1인이 씀.



블랙이글스는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B 8대로 팀을 구성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특수비행을 선보이는 대한민국 공군 유일의 곡예비행팀이다. … (중략) … '에어쇼'로 표현되는 특수비행은 한 국가의 국력과 국방력, 특히 공군력을 가장 화려하고 평화적으로 과시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블랙이글스는 대한민국 공군력과 국방력을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국민 자긍심과 자부심을 고취하고, 해외 에어쇼 참가를 비롯한 국방외교를 통한 방산 수출 등 국익 증진을 임무로 하고 있다.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 수출 과정에서도 홍보대사로서의 블랙이글스의 우회지원 역할이 작지 않았다. 또 공군 홍보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실제 공군 조종사들 가운데 어린 시절 블랙이글스의 곡예공연을 보고 조종사의 꿈을 키운 이들이 적지 않다.
2021.05.05 헤럴드경제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10505000173&ACE_SEAR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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