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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많은얼룩말 Apr 13. 2023

This, too, shall pass

이 또한 지나가리라


초음파를 위해 천장을 바라보고 누우니 하얗게 빛나고 있는 다운라이트 등이 보였다. 조명 빛이 워낙 밝아 천장도 더욱 선명히 보였는데, 학교나 병원 천장에서 흔히 보았던 (작은 실지렁이 같은 무늬가 있는) 하얀 천장이었다.


조금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모유수유를 향한 나의 순수한 열정을 산산조각 낸 건 며칠 전 온몸을 강타한 젖몸살이었다. 나를 보고 방긋방긋 웃으며 옹알이를 하는 아가를 앞에 두고 나는 그날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하필 남편도 밤늦게 돌아오는 날, 친정 엄마도 부를 수 없는 날, 하루종일 나는 고통을 머금고 나의 딸에게 젖을 물렸다. 오롯이 아픔을 겪어야지만 낫는 것이라면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4시간마다 타이레놀을 먹으며 배가 고픈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난 꼬박 하루동안 아팠다.


다음날 아침, 감사히도 언제 그랬냐는 듯 열은 떨어졌고 몸살기는 사라졌다. 오전 9시, 마침 예정되어 있었던 오케타니 마사지를 받으며 나는 젖몸살의 원인이 유선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선염만은 걸리지 말자 했건만.


가장 아픈 통증들만 골라(?) 겪고 있는 나를 스스로 위로하며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었다. 병원 천장이라 그런지 더욱 그날이 떠올랐다. 바로 나의 소중한 아가를 처음 만난 그날 말이다. 그날도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의 출산의 고통을 느끼며, 속으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이라고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지 모른다.


물론 출산의 고통이 끝판왕이지만, 초음파 기기가 아픈 부위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이 시간을 오롯이 통과해야 하는 건 '나'라는 걸 알기에 더욱 열심히 나에게 말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유선염이 다 낫고 단유를 하는 그날까지, 또한 육아를 하며 겪을 어려움 속에서 앞으로 걸어가기를 절대 멈추지 말자고 오늘도 나는 이렇게 글을 쓰며 나를 격려해 본다. 그리고 지나가버릴 이 시간 속에서 소중한 것들이 마냥 떠내려가지 않도록 글로 남겨보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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