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18
다세대 연립 빌라에 살면
가끔.....특이한 것들이 나를 깨운다.
모닝벨, 까치소리, 옆집의 티브이소리, 누군가의 집 이삿짐소리...
이런거 말고....
갈치 굽는 냄새..같은...향으로 나를 깨운다.
자주 있는 일이다.
아랫층 지하에는 태국인지 베트남인지..모를 부부가 산다.
정말..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살다가....몇 년만인....며칠 전 추석전날
그들을 보았다.
차 댈 곳이 없어서 급기야 그 집 앞 대문까지 침범해야 하는 상황에
그들이 고향 가는 트렁크 가방을 들고 나오기에..반갑게 인사하고
그 집 문에 착붙 주차를 할 수 있었다.
혹시나 빠진 짐때문에 다시 올수 있어서
손짓으로...윗층에 사니까 문 두드리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삼년을 넘게 괴롭혀? 온 그 냄새는 바로 그들이 먹는 생선이다.
아마도 그지역 사람들이 생선요리를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가장 많이 맡은 냄새가 칼치 냄새이다.
누군가 내게..미치게 외로운 적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그건..밤이 아니라 아침이다.
내가 미치게 외로웠던 순간은
벙에 나갔다가 홀로 돌아와 집앞 반계단을 터벅터벅 올라올때도
그렇지만...
내게 제일 외로운 순간은...............
바로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실을 가 앉아서 소변을 볼때
욕실 틈 사이로 퍼저 올라오는 생선냄새를 맡을 때 이다.
그때 마다 나는..변기에 좀비처럼 앉아서 웃는다.
"아..오늘은 갈치인가보다"
"오늘은.....가자미인가..왜..기름냄새만 나지?"
물론..비린내로 종결되는 이 냄새
어쩌면 저들은 홈쇼핑에서 ...갈치 백마리를 사서 쌓아두고 매일 갈치만
굽을 수도 있지만
나는...맞추기를 한다..
가자미. 병어. 임연수. 긴따로
내가 정확하게 아는 냄새는 갈치과 고등어뿐...
먹고 싶으면 사 먹으면 되지?
이건 좀 복합적인....감정이다.
혼자 먹기 위해 생선을 사는....일은....엥간한 멘탈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고등어 복판 동가리를 먹이기 위해
혹은 누군가에게 갈치의 2.3차선을 먹이기 위해..
생선을 굽는 마음은 늘...엄마의 마음 같다.
내 어린시절에는 머리에 행주를 놓고 큰 고무대야를 들고 다니시던 분이 있었다
그 생선장수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우리 동네를 오면
엄마는 그날 ...연탄불 석쇠 위에 고등어를 구워 주셨다.
우리집 갈치는 그분에게 사지 않는다
꼭 아빠가 아침 일찍 대구역 옆에 있는 번개 시장 (번개처럼 떴다 지는)에 가서
목포 먹갈치를 사주신다. 그것도 나름 행사라...아빠가 번개 시장을 가셨다고 하면
우리는 그날 저녁은 먹갈치구나 하며...기뻐했었다.
뼈 째 바싹하게 튀기듯이 구워 먹는....그거
우리집에서 장남인 오빠 하나 보려고 ..살림을 열번 차리신 울 아빠는
연년생 처럼 딸려 나온 나.....는 그저 오빠랑 놀아줄 ..동생 정도로 생각하셨다.
거기다가 막내로 태어난 내 동생은 ...미모가 대구에서 갑먹었을 정도니..
누가 천덕꾸러기였겠는가....
아 그 미모는 이미 사라졌다...아주..살펴 보아야 알 수 있는...
태어나 ...크면서 까지..난 단한번도 집에서...
고등어 흰살을 못먹어봤다.
검은살과 껍데기만 먹었다.
갈치는 중간 통통한 두줄은 못먹었다. 그건 내 몫이 아니다.
양가에 붙어 있는 가시와 같이 있는 그것들만 먹었다.
심지어....간슴매라고 불리던 통조림 꽁치에서..
먹어도 되는 뼈는....죄다 내 밥위에 올려져있다.
까탈스런 오빠 식성때문에..
나는..그렇게 울집에서 가장 천덕꾸러기로 자랐다.
울아빠는 내가 중학생때..세살 아래 동생을 수퍼에도 못가게 했다
이뻐서 봉고차에 잡혀갈 수도 있다고...
그래서 어린시절 때문에 ...
생선먹으면 그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엉덩이 까고 소변 보면서 우냐고?
고등어 하얀살이나...갈치 도톰한 살이 먹고 싶어서 우냐고?
운다..
생선이 먹고 싶은 만큼..
그렇게 차별하면서 날 키우신...아빠 생각이 난다.
돌아가신 아빠 생각에
아랫집 태국 부부가 생선을 구을 때 마다..
한번씩...화장실에서 운다.
오늘도 아침을 갈치냄새로 깼다.
어찌나 많이 구웠는지 누워있는 소파에서....부터 갈치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일어나려는데 목디스크가 도졌다
그랬다. 그제 어제...약먹는 걸 깜박했다.
아니..깜박한게..아니라
약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먹지 않았다...
둘다...안먹었나 보다...
다시 약을 ...문에다가 날짜 별로 걸어놔야겠다.
그걸 안하니 늘 헷갈린다.
아무튼..그 덕에..나는 다시 목이 아프고 ...팔이 아프다
아..큰일이다. 이번주에는 무조건 2고 마감인데...
팔아프면 큰일인데.....뭐라도 먹고 약을 먹어야 겠다.
집에 보니....바나나 우유가 풍년이다.
제주도에서 온 바나나 우유 한잔을 마시고
약을 먹었다.
먹고 나서......갈치 냄새가 생각이 났다.
갈치...이야기로 돌아가서
내가 아침이 외로운 이유는....
아침에 눈떠서..
"오늘 뭐 먹을까? 갈치 한마리 구을까?"
라는 사람이 없다.
그게...남친이 아니더라고....
그냥 사람이었으면
아빠였으면 더욱 좋고..
딸이었어도 좋고...
친구라도 되고...
그냥...아침에 일어나..누군가에게
"우리 오늘 뭐 먹을까?"
"우리 오늘 어디 갈까?
"오늘 집청소 할까?"
이 말을..........해보고 싶다.
독거노인이...되어 가니
적응해야 하는데...
한번씩.....지하실 태국부부가..
나를 갈치냄새로 외롭게 한다.
팁!
와우 제가 마지막을 까먹었네요..
수유시장에....전집 골목 알죠
수유전 백만전 뭐 이런전집
고 옆에 고기쟁이라고...제가 고기사는 집이 있고
고집 옆에!!!!
그 집 옆에~~!
카드도 안되고 현금만 되는!!!
고등어 집이 있어요.
그 고등어집에 가서.
10.000원 짜리 자반을 사시면.
겁나 맛나실거예요
아 전 제 먹을때는 10.000원
선물용은 13.000원~ 15.000원 주고 사는데
그냥 밖에 있는거 실해보이는거 한 손에 10.000원 짜리 사시면
집에서 한번 구워 드셔보세요..
인생 고등어집입니다..
저 진짜 그집 고등어 많이 선물해봤는데
다들....너무 맛나다고 저 만날때 마다 그집 고등어 좀 사다달라고 해요..
혹시나 수유시장 올 일 있는 분들은 한번 사보세요~^^